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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ul 17. 2023

흉이 뭐다냐

너도 며느리 얻어봐라

' 애호박에 말뚝박기, 불난 집에 부채 질, 우는 애기 집어 뜯고, 다 된 혼인 바람 놓고, 간장 그릇에 오줌 싸기~~!!!'


장단 맞춰 읊어 보니 젊은 애들 랩 하듯 묘한 재미가 있다. 구성진 운율과 박자에 내용 또한 해학이 느껴지니 과연 판소리는 '영원한 우리 것'이다.


글쓰기반 주제어로 흉보기란 에 불현듯 떠오른 것은  판소리 <흥부전>의 '놀부심보 대목'이었다. 아마도 흉 많은 캐릭터 중 놀부가 으뜸 이어서인 것 같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는 수많은 인간 군상을 보자면 인간이라 할 수 없는 막돼먹은 말종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흉 많은 인간으로 놀부가 떠오른 건 적어도 인간이 지닌 기본본성은 유지한 단점 정도의 표현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남에게 놀림을 당하거나 비웃음을 살 만한 거리'


흉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보다 완곡해서 놀부와 흉의 연결이 과히 잘못된 것은 아닌듯하다


" 이 뭐다냐! 내 아들은 똥도 버릴 것 없다!"


결혼해 듣게 된 시어머니의 말을 빌자면 남편은 흉은 고사하고 완전무결 흠 없는 인간임에 틀림없어야 다. 하지만 어디 그런 인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나 또한 보기도 아까운 두 아들을 낳아 키운 엄마로 시어머니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부족하고 모자라도 그저 품게 되는 자식이지만 버릴 것 없이 완벽하단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다. 나도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될 것이니 자식자랑이 적당하게 멈추는 내가 다행이지 싶다.


아침잠이 없던 시어머니는 동이 틀무렵이면 전화로 꿀잠 자는 며느리의 잠을 깨워 속을 긁어놓는 유별난 노인네였다. 다짜고짜 "여태 자냐!"소리치며 이유 없이 반복되는 전화에도 싫은 소리 한 번 안 하던 남편. 자신의 엄마를 당연히 이해하라고 묵묵부답 강요했던 남편이 더 미웠다.

 상식적이지 않은 부모를 못 배웠다는 이유로 그저 이해하강요하는 남편의 배려하지 않는 무심함에 화가 치밀었던 그때 우리는 신혼이었다. 


세상을 몰랐고 나이가 차면 그저 당연히 결혼을  시절, 어렸다는 며느리의 변명과 배움이 짧아서였다는 시어머니의 핑계는 되돌리수 없는 시간임을 안다.

그럼에도 똥도 버릴 것 없는 아들의 흉을 보자면 끝이 없을듯하다. 그런 나 또한 흠잡을 데 많은 사람이어서 내리는 밖을 보며 속절없이 지난 세월에 잠겨본다. 오래전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지금의 나를 보면 뭐라 하실까.


"너도 내 나이 되어 봐라. 더도 덜도 말고 꼭 너 같은 며느리 얻어보면 알 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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