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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ul 21. 2023

세상 남녀

남편의 오피스 **?

오피스 남편. 오피스 아내라는 표현이 일상적으로 이해되는 세상이 되었다. 


십수 년 전 일이다. 남편의 생일에 시집 가족들과 식사 후 돌아오는 차속에서 아랫동서가 입을 열었다.


" 아주버님, 어제 방송 들으셨죠! 너무 놀랐어요. 그 직원이 아주버님을 많이 챙기나 봐요 ㅎㅎ"

" 아, 네! 저도 깜짝 놀랐어요."


두 사람의 대화에 앞뒤 상황을 알 수없어 '뭔 시추에이션일까! 나만 모르는 듯'생각하고 있을 때 이어지는 설명은 이랬다.


남편 직장의 직원이 남편의 생일 축하를 위해 편지를 써서 방송국에 사연을 보냈고 그 글이 채택되어 방송되었다는.


'참 대단한 직원일세. 직장 상사의 생일까지 챙기고 별스런 인간도 많아'

뜨악한 내 각과는 달리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달랐다.


"아오, 고맙기도 해라. 세상에 그런 좋은 직원도 있네. 그 직원 잘 챙겨야겠다, 자기!!"


내 말에 한결 부담이 없어진 듯 이어지는 남편의 신나는 반응.


"그날 아침에 출근했더니 사무실에 생일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더라니까. ㅎㅎ. 거기에 생일케이크와 폭죽까지!!"


'뭣이라고!! 어이가 없네.  동네사람들 불러서 한 판 잔치라도 벌이지 왜 그건 안 했을까!!'


아무 말 없이 속으로만 구시렁거리며 애써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그때 눈치 없는 동서가 다시 한마디 거들었다.


"어머~멋진 직원이다!! 형님은 아주버님 생신에 뭐 해드렸어요?"


'참 생각이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 역시 너는 내 적이 틀림없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고 내뱉듯 나온 내 한마디가 퉁명스럽기까지 했다.


"뭘 해야 해? 함께 식사하면 된 거지"


뜨악한 내 말에 화기 애애했던 분위기는 물 맞은 행인꼴이 되었다. 이왕 하고 싶은 말이니 끝까지 하기로 마음먹었다.


"동서는 남편 생일에 뭐 해줬는데? 뭔가 굉장한 걸 해 주었나 보다~~ 궁금하네 ㅎㅎ"


이어진 대꾸 상황은 느닷없는 동서 간의 누가 누가 더 약 오르나 배틀되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그 날이후 나는 그 직원이 신경 쓰이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남편은 직원들과의 식사자리에 나를 불렀고 그곳에서 생일 이벤트의 주인공인  여직원을 보게 되었다.


일처리가 너무 꼼꼼해서 어지간한 직원들은 성에 안 차하는  남편이 유독 그 여직원을 칭찬했고 특별하게 맘에 들어하는 것을 알기에 그저 야무진 직원이려니 했다.


곱상한 외모와 차분한 말씨, 영리해 보이는 눈빛. 남편이 맘에 들어하겠다 싶었다. 그뿐이었다.


두 사람이 남녀로 서로 관심이 있다한들 내 눈에 안 보이는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다 해도 내가 어떡하랴. 그것 또한 그들의 팔자일 테니 말이다. 평생 살며 부부가 어찌 또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 올 일이 없겠는가! 남녀가 유별한 세상도 아닌 자유연애, 아니 묻지 마 연애도 있는 세상에. 각자가 이성적으로 처신하는 것이 순리인 것이지. 남편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거니 생각할 뿐이었다. 사실 나란 사람이 다른 건 유난히 예민한데 비해 남녀 상렬지사엔 워낙 무심한지라~~.


식사를 마친 후 직원들과 차 한찬 하자는 남편의 제안에그 여직원이 나를 멈추게 했다.


"원장님 댁에서 차 한잔 마시고 싶어요"


'뭐래~!! 왜 하필 우리 집. 정리도 안 돼있는데 ᆢ

아오 진짜 귀찮게 하네' 짜증이 확 올라왔다.


"그래요? 그럼 가자 우리 집으로"


눈치 없 가자는 남편을 따라  아파트에 온 직원들을 거실로 안내하고 나는 정신없이 부엌에서 차 준비를 하고 있을 그때였다.


"벌써 가려고? 차 준비하는데, 마시고 가지!!"


그 여직원이 일어나자 다른 직원들도 따라 일어나며 현관문을 나섰다. 배웅한다며 나가는 남편을 뒤로 나는 거실 내 자리에 앉아 TV시청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 차 마시자더니 차도 안 마시고 그냥 집구경만 하고 가버리네.."


배웅 후 돌아와 서운한듯한 남편의 반응에 한 마디 거들었다.


"우리 사는 모습이 궁금했는데 별거 없다고 생각했나 봐.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해. 그땐 내가 좀 준비를 해 볼 께"

심히 던지듯 말하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또한 '준비는 무슨 준비! 를 말한 건지.

맘에 없는 말을 하는 내가 웃기면서도 어이없는 이 뻔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편은 

"한 번이면 됐지 뭔 또"라며 눈치 빵점의 남자임을 증명했다.


한나절 저녁의 해프닝 같았던 오래전 그때가 떠오른 것은 남편이 전한 그 여직원의 결혼소식 때문이었다.


남편 사무실을 그만둔 후에도 한 번씩 찾아왔다는 그녀의 결혼 소식에 나는 쿨하게 반응했다.


"당근, 참석해 줘야지. 축의금도 넉넉히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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