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히 Aug 30. 2023

제자이야기 2

자식자랑이 팔불출, 제자자랑은 구불출

오랜만에 통화한 친구가 딸의 결혼소식을 알렸다. 사위는 의사로 군의관 근무 중이고 사돈 될 사람들의 인간성도 말할 것 없이 좋다며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박사학위 중인 딸이 너무 공부만 하고 싶어 한다며 은근 딸자랑까지 가세했다.


나이 들면 자식이 부모의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때문인지 결혼조건에 대한 고정관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신랑직업에 매기는 순위는 소위 우리 사회의 선호직업개념과 일치한다.

결혼정보회사 직업등급 부동의 1위는 모두가 다 아는 '사자' 직업들인 판사ㆍ검사 ㆍ변호사ㆍ의사등의 전문직들이란다.


직업에 관심이 시작되는 사춘기가 시작될 쯤이면 나는 수업시간을 통해 직업에 관한 수업을 하곤 했다.

영어교사임에도 직업과 그에 관련한 주제의 수업을 정규 과정처럼 해왔다. 언어로서 영어는 수단일 뿐 목적인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내가 정한 영어수업의 목표였다.


잘할 수 있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최고의 직업이라는 당연한 논리가 이해되는 순간 내 제자들은 삶의 가치관이란 어려운 의미를 스스로 실감했다. 그리고 교사와 진심의 대화를 나누고 싶어 다.

나는 이 단계를 자각이라고 부른다. 어려운 말이지만 전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똑똑한 제자들. 잘 가르친 교사의 능력 때문이라 믿고 싶고 우쭐해지는 순간이 교사 생활 20여 년을 버티게 했나 싶다.


이십여 년 동안 가르친 제자들은 잊지 않고 선생님으로 챙기며 내게 감사했다. 꿈나무들부터 초록의 청춘들, 부모가 된 젊은이들까지 매년 꼬박꼬박 기억해 주니 성공한 인생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자랑하고 싶다.


진심을 다해 가르친 어린 새싹들이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들 또한 마음으로 낳은 내 자식들임을 확인한다.


이렇게 멋진 제자들이 그 어떤 직업의 모습이어최고의 사람이라 믿는다. 행복한 삶의 주인공이기를 마음의 부모로 응원하는 오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8월 향교를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