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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히 Jul 31. 2023

제자이야기 1

독일에서 온 소식ㅡ딸 같은 제자

"~~ 내년 1월이면 아들이 나온대요"


"꺄!! 드디어 엄마 되는구나!! 잘했다~~ 축하축하"


독일 사는 제자의 카톡반가움을 가득 담은 축하문자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한참을 수다삼매경에 빠졌다.


"예전 수업 중에 선생님이 태어나서 한 일 중 아이들 낳으신 게 제일 잘한 일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제 기억에 강하게 남았었나 봐요"


유난히 나를 따르며 존경하던 남매들 ㅡKaren과 Tom(학원에서 부르던 영어 이름)ㅡ은 유학을 제안한 내 의견에 동의한 부모님의 결정으로 영국에서 중ㆍ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쳤다. 나의 영어교육과, 유학하는 동안에 받은 도움에 늘 감사하며 교사를 극진히 챙겼던 고맙고 따뜻한 가족들이다.


인연을 맺은 10여 년 동안 두 남매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방학이나 명절이면 찾아오고 스승의 날엔 멀리 영국에서 장문의 문자로 감사를 표했던 나의 찐 제자들이다.


입영통지서를 받고 내게 소식을 알리며 인사하던 Tom은 부대에서 편지로 선생님께 감사하는 긴 글을 보내 나를 울컥하게 했었다. 유학 후 취업준비를 하던 자신에게 일러준 내 당부가 합격의 열쇠가 되었다며 기뻐하던 순수청년이다.


학 후에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하며 자주 소식을 알리던  Karen은 휴가 중엔 꼭 찾아와 사는 얘기를 들려주었고 내 건강을 챙기며 행복하란 말을 잊지 않았던 딸 같은 제자다.


남동생인 Tom은 한국의 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멋진 20대를 보내고 있고 몇 년 전 결혼한 누나 Karen은 남편과 독일에서 생활한 지 5년 여가 되어간다.


아기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받은 문자는 내 딸의 임신처럼 반갑고 기쁘기 그지없었다.


"쌤의 말씀을 생각하며 지금 일에서 오는 성취감보다 더 큰 기쁨이 있겠지 싶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어요..ㅎㅎ 항상 감사하지만 지금은 더욱더 감사해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승진이 보장되는 직장이 우선이었는데도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바꿨다는 제자진심에 뭉클한 마음이 밀려온다. 교사로서 진정한 보람과 감사가 가득한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다시 서야 한다며 모두가 목소리를 높이는 요즈음이다. 교사의 역할, 학생의 본분, 학부모의 기본이 언급되는 현실에서, 내가 받은 감동이 이 모든 문제의 기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교사는 신뢰를 제자는 존중을 부모는 믿음으로 맺어진 관계에 인간적 따뜻함이 함께한다면 배움이 삶의 의미이고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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