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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세기소년 Apr 01. 2020

아메리칸 캐주얼, 어떻게 일본 패션이 되었을까. (3)

일본의 돈가스는 원래 미국의 포크 커틀렛이었다.

<아메리칸 캐주얼, 어떻게 일본 패션이 되었을까> (1), (2)에서는 일본 역사와 문화, 그리고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 시기에 영향을 받은 일본 패션의 변천사까지 알아봤지? 이번 마지막 (3)에서는 아메카지가 본격적으로 등장해. 사실 내가 상당히 수다스럽고 지엽적인 정보까지 전달하는 것을 좋아해서 여기까지 오는데 쓸데없이 좀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 아메리칸 캐주얼이 어떻게 일본 패션이 되었는지의 내가 써 놓은 모든 일련의 과정을 읽었다면 상당히 재미있었을 거야. 그렇지? 패션은 한 시대의 문화와 역사를 대변해 보여주거든.  패션 이외로도 연극 영화 그리고 모든 예술이 그러겠지? 자 그러면 마지막 이번 주제의 마지막 이야기이자 본론으로 돌아가 볼게. 일본의 90년대야. 아메카지가 본격적으로 탄생하는 시기이지.


일본의 하드 아메카지. 구글 이미지





9. 90s, 시부야를 중심으로 한 아메리칸 룩의 재등장, 시부 카지.




 1980년대 말, 일본의 버블경제가 빠지기 시작하면서 DC 브랜드들의 인기는 점차 사그라들어. 그 쯤해서 ‘빔즈’와 ‘유나이티드 에로우즈’와 같은 일본의 브랜드 편집샵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때 아메리칸 캐주얼 스타일이 시부야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금 유행하기 시작해. 이것이 바로 시부 카지 스타일이야. 이렇게만 설명하면 편하겠지만 사실 더 디테일하게 설명해줘야 이해가 갈 거야. 그러니까 이 배경을 말하는 데 있어서 당시 일본의 경제적인 관점을 빼놓으면 안 될 거야.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일본은 90년대에 들어서자 버블 경제가 빠지기 시작해.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지. 갑자기 사람들의 자산규모가 작아진 거야. 어느 정도였냐면, 엔화로 1500조 엔 즉, 원화로 약 1경 6500조에 달하는 자산이 공중으로 증발했어.

90년대 초 일본의 부동산 가격 폭락을 나타내는 그래프. 구글 이미지



80년대와 비교해 비교적 존버와 검소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 현대 일본인들의 검소함이 이런 데서 나왔을 거야. 어쨌든, 예전처럼 꼼 데 가르송과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로 위아래 도배를 하며 Flex 할 수 없었다는 말이기도 했지. 그리고 훗날, 현대의 일본인들은 이 시기를 가르켜 ‘잃어버린 10년’이니 20년이니 하고 있지.. (이 정도면 ‘잃어버린’ 보다는 ‘좋았던’ 이 맞지 않을까..앞으로 몇 십년 더 연장될 예정이라는 주관적인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멋을 내고 싶은 일본 고등학생들은 시부야 일대에 모이게 돼. 시부야 일대에는 미국 물건이나 옷들을 비교적 값싸게 취급하던 편집 샵이나 빈티지 구제 샵이 즐비해 있었는데 이 상점들이 큰 인기를 끌게 되지. 그곳에서는 브랜드의 옷들을 빈티지 구제라는 명목 하에 비교적 값싸게 구할 수 있었거든. 아,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일본이 엄청 가난해진 것 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야. 그때도 일본은 충분히 살 만했어. 다만 80년대 일본이 정말 살벌하게 잘 나갔을 뿐이야. 마치 25살의 메시와 32살의 메시 정도로 비교하면 될 거야. 이미 클래스는 갖춘 상태라는 말이지.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지? 일본은 특유의 장인정신과 독특한 아이디어로 또 다른 스타일을 만들어가.


일본 스트릿 패션. 구글 이미지


시부야 지역을 일대로 60년대 유행했던 VAN과 아메리칸 스타일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거지. 이 아메리칸 캐주얼이 다시 유행을 타기 시작한 데에는 다른 요인들도 있었어. 80년대 미국의 팝송, MTV, 영화 같은 것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거든.


폴로셔츠와 진을 입은 90년대 도쿄의 학생. 구글 이미지


그리고  시부야 일대의 고등학생들의 패션이 ‘뽀빠이 같은 유명 패션 잡지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방영되기 시작해.  스타일을 '시부 카지'라고 불렀어. 그리고 패션은  대학생들에게 번졌고 훗날 '시부 카지'에서 '아메카지'라는 스타일로 불리게 되지. 시부 카지 초창기 스타일은 비교적 깔끔한 느낌을 지향하는 스타일이었대. 네이비나 블랙의 더블/싱글 버튼 블레이져와  그리고 구두 등으로 매치했지.


시부 카지 스타일. 구글 이미지




10. 아메카지와 레플리카




90년대 일본에는 레플리카(Replica)’라는 개념이 등장해. 레플리카는 흔히들 짭퉁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레플리카의 뜻은 ‘레트로’에 가까워. 레플리카는 단종된 제품을 구현하거나 작업복 혹은 운동복으로 사용된 의류를 트렌디하게 재탄생시킨 것을 말하는 거야. 일종의 ‘복각’이지.


레플리카, 복각 형태의 90년대 일본 패션. 구글 이미지


 아메리칸 패션을 동경하는 일본인들은 1980년대 말부터 사라진 미국 브랜드를 복각하기 시작해. 레플리카로 불리는 이 일본의 패션 문화는 70년대 이전에 생산된 청바지를 완벽하게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복, 아웃도어 그리고 밀리터리 의류 등으로 확장 해나가. 이 과정에서 일본 사람들은 단순히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생성 라인과 모든 프로세스까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똑같이 따라 했대. 그리고 이러한 흐름들이 현재의 아메카지 탄생을 불러일으켰지. 정작 미국인들 에게도 잊힌 20세기 중반의 아메리칸 캐주얼이 일본을 통해 재 탄생되고, 나중에는 미국의 리바이스 501 데님, 폴로 등의 상표를 미국에서 사들여 옷을 만들기 시작해. 그리고 그 미국산 상표의 옷들이 역수출되는 기이한 현상까지 벌어지지. 리바이스의 빈티지 라인이 미국보다 일본에서 2년 먼저 시작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지. 참 재미있는 나라야. 그렇게 당하고도 


아메카지 스타일을 입은 90년대 일본 학생들. 구글 이미지


일본 아메카지 패션에 영향을 준 91' 할리우드 영화 "홀리데이 비슨과 말보로 맨" 구글 이미지


기존의 시부 카지의 깔끔하고 단아한 스타일에 싫증 이난 일본인들은 조금 더 거칠고 하드 한 느낌의 스타일을 내기 시작해. 일명 '하드 아메카지'.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서, 그리고 일본의 유명 셀럽들로부터 인기를 끌었어.


일본의 '하드 아메카지' 패션. 구글 이미지
맨 좌측 LEE 데님 재킷, 맨 우측 리얼 맥코이 A-2 재킷 등이 소개된 일본 90년대 패션잡지. 구글 이미지


초반의 아메카지는 남성적인 스타일에 치우친 장르였어. 레플리카의 복각 대상은 주로 미국 아이비리그의 남자 대학생, 미군, 미국 노동자 패션 그리고 할리우드나 팝송 가수들의 스타일이었거든. 이러한 배경을 가진 아메카지는 점점 그 몸집이 거대해져. 그래서 현재의 스트리트 패션, 밀리터리 룩, 아방가르드, 워크웨어, 아이비리그 패션 등에 얽혀 다양한 스타일을 나타내게 된 거야.


아메카지 룩을 입은 현대 유럽인들. 핀터레스트 이미지



현대의 아메카지 스타일. 핀터레스트 이미지
핀터레스트 이미지.


나는 세상에 또 다른 오리지널, 두 번째 오리지널은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일본인들의 변태스러울 정도의 디테일이 더 일본스러운 아메리칸 캐주얼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비록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 해도. 마치 자장면과 짬뽕을 중화요리라고 부르는 우리나라처럼.



마무리하면서


 일본의 20년 전은 한국의 모습이라고 하는 말에 참 공감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정말 많이 공감이 됐어. 이웃나라여서 그런지 어쩔 수 없는 걸까? 솔직히 사이는 좋다고 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랑 비슷한 구석이 참 많은 나라야.


 문득 한류 열풍이 일본을 강타하고 흔드는 이유가 여기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 물론 끼워 맞추기는 아니야. 그냥 하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많은 일본인들은 항상 버블 경제시대의 향수 속에 살고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어. 그때의 영광을 누리고 싶어 하지. 인간이 물질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여유로웠던 시기를 그리워하는 것은 당연한 거지. 물론 일본은 지금도 엄연한 세계 경제대국이지. 하지만 일본의 1980년대에 비하면 그 임팩트는 훨씬 덜해. 경제적인 것들 외적으로도, 그때는 남녀노소 모두가 열정적으로 개성을 외치던 시기였어. 마치 2019 대한민국 트렌드 워드로 나왔던 “나라는 브랜드”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쨌든 당시의 일본은 개성 강한 다양한 패션과 아이돌 문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크게 발달했어. 마치 현재의 우리나라처럼 말이야. 물론 한국의 문화 엔터테인먼트는 우수한 기술력과 체계적이고 독창적인 시스템이 밑바탕에 있는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일본은 어쩌면 말이야, 우리나라의 한류를 보면서 당시의 향수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대리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추가로 우리나라도 이러한 일본의 전례를 참고하고 부디 간을 잘 봐서 훗날에는 로망과 여유가 넘치는 나라로 잘 뻗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드네. 지극히 개인적이고 쓸데없이 긴 글 읽어줘서 대단히 고마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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