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지구TMI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X세기소년 Jun 17. 2020

인간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까?

지구TMI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너무나도 유명하고 충격적인 씬이 있었어. 나만 그랬나, 다들 아는 사람들은 알 거야.


지구 대체 행성으로 지목된 밀러 행성에 도착한 NASA 대원들. 영화 <인터스텔라>



 NASA의 대원들은 우주여행 중 지구를 대체할만한 후보군 행성 중 한 곳인 밀러 행성이라는 곳에 도착하게 돼. 그곳에는 물도 있고 산소와 대기도 적절한 듯했지. 대원들 중 한 명은 우주선에 남기로 했고, 나머지 대원들은 밀러 행성에 도착했어. 그리고 탐사 대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시간이었지. 왜냐하면 밀러 행성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이었기 때문이었어. 행성의 중력 때문이었지. 지구에서 기다리는 인간들을 위해서 재빨리 밀러 행성에 남겨진 데이터를 회수했어야 했지. 대원들은 밀러 행성에 도착해 바다를 발견했어. 생명의 근원이라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수키로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해일이었어. 불의의 사고로 대원한명을 한 명을 잃은 대원들은 그만 밀러 행성에서 3시간 30분이나 지체해 버렸지. 가까스로 대원들이 밀러 행성에서 탈출해 우주선에 돌아왔을 때, 이미 우주선 안에 남아 있던 대원의 시간으로 23년이 흐른 뒤였지. 그렇게 우주선에 혼자 남아있던 대원은 엄청난 우주 세월의 풍파를 맞아버린 아재가 되어버렸지. 수염은 덥수룩해졌고 흰머리도 새 버렸어. 밀러행성에 다녀온 대원중 한명(앤 해서웨이)은 우주선에 남아 있던 대원에게 왜 동면(냉동인간 상태)으로 자신들이 돌아올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냐고 물었지. 남자는 이렇게 대답했어.


“23년을 기다렸어요. 돌아올 거라는 믿음을 버렸었죠. 잠으로 여생을 보내는 게 잘못된 것 같기도 했고.” 영화 <인터스텔라 중>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었어. 기약 없는 것을 위해 생명을 유지하며 잠을 잘 바에는, 늙어가며 그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우주를 연구하겠다는 것이었지. 크으. 인간답다. 멋있다. 나였으면 두려움에 떨며 우주선 냉장고 잡고 지구 쪽 바라보며 엉엉 울다 상황 파악 후 재빨리 묻지 마 동면에 들어갔을 텐데 말이야.



어쨌든! 중요한 건 바로 이 장면에서 우리는 시간여행의 힌트를 얻었다는 거야.


그리고 우리 누구나 그런 생각 해본 적 있지? 타임머신을 타거나 가령 내가 시간 능력자가 되어서 과거나 미래로 가는 상상 말이야. 이 놈의 타임 랩스 드라마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지. 나 역시도 실연의 아픔이나 민망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그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이건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도 한 번쯤은 공감을 하겠지? 만약 아니라면 정말 대단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감히 내가 칭찬을 해주고 싶어.



그런데 말이야, 그래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


이 시간여행,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지! 인간의 한계를 넘기고 생각해보자!


 


1. 엄청 무거운 중력을 가진 다른 행성에 간다.

"다른 행성에 잠깐 갔다 왔는데, 수만 년이 흘러있지 뭐야."


위에서 언급한 인터스텔라의 경우를 살펴보자고. 저 상황 또한 일종의 시간여행이지. 분명 행성에 3시간 30분 정도 있었는데 행성 대기 밖 우주선에 있던 대원이 중년의 남성이 되어있었지. 자 여기서 나오는 것이 바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지. 그러니까, 시간은 상대적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상상만 해도 끔찍하지. <SNL 코리아>


위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질량이 무거우면 시공간이 왜곡돼. 그러니까 우주를 새까만 빈 공간의 무의 세계라고 인식하면 안 돼. 우주는 산소만 없을 뿐, 원자, 시간, 공간 역시 존재해. 쉽게 설명을 해보자면 팽팽하게 잡아당겨 펴져있는 천막 한가운데에 축구공을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움푹 들어가겠지. 똑같아. 우주 속에 큰 질량의 행성이 존재하면 우주 속 시공간은 움푹 들어가. 즉, 시공간의 왜곡이 생기는 거지. 그렇게 중력이 센 곳에서는 시간은 축 늘어지게 돼. 밀러 행성처럼 말이야.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밀러 행성의 하루는 지구의 168년이야. 여러분 중 하나가 만약 밀러 행성에 1년 정도 있다 온다면 지구는 6만 1천320년이 흘러 있을 거야. 과연 인류는 남아있을까? 아니 지구는 무사할까? 만약 무사하다면 내가 좋아하는 라볶이도 먹을 수 있을까? 제발.


한계점 : 현대 인류는 아직 그러한 행성들에 인간을 실어 나를만한 과학기술이 없어. NASA 형들마저 태양계도 못 벗어났지.




2. 빛의 속도에 가까워진다.

 "빛의 속도는 초속 30만 km,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면 미래로 갈 수 있어."


 이 세상, 아니 온 우주에서 가장 빠른 것은 무엇일까? 맞아. 빛이야. 빛은 초속 300,000km 지. 1초에 지구 따위는 7바퀴 반 정도 도는 속도지. 현대 물리학에 의하면 이 빛보다 빠른 것은 존재하지 않아. 현대 과학 중 거의 유일하게 절대적인 팩트가 아닐까? 그렇다면 혹시 광년이라는 말 들어봤지? 우주는 말이야, 너무 광활해서 지구인들이 쓰는 킬로미터나 마일 같은 단위로 우주의 거리를 측정하려면 천문학적인 숫자로 넘어가지. 참 비효율적이야. 그래서 광년이라는 단위를 써. 1광년은 빛의 속도인 초속 300,000km로 1년을 달린 거리야.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946,073,047,258,1.8 Km(9조 4607억 3047만 2581.8Km)지. 참 상상도 안 가는 거리야.


실제로,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에 살아.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인간은 시간 약속을 평생 정확히 지킬 수 없다는 거지. 왜냐고? 다시 말하지만 시간은 상대적이거든. 쉽게 말해서 내가 남들보다 빠르게 달린다면 난 남들보다 덜 늙고 있는 거야. 속력은 에너지를 만들어. 에너지는 곧 질량이고, 질량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공간을 휘게 만들고 시간도 왜곡하지. 여기에 E=mc2이라는 공식이 있는데 미안, 우리 더 깊이는 건들지 말자. 수학 과학은 취미로만 알아둘게.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말이야. 즉, 물론 더 알고 싶거나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은 이 공식에 대해 자세히 다룬 많은 글들이 있으니 참고하도록! 어쨌든, 이 '속력'으로 인해 우리 역시 시간의 지연 현상을 발생시키지.


켄나디 파달카라는 우주비행사는 시속 27,000Km의 속도로 879일 동안 우주여행을 하고 지구로 무사 귀환했어. (부럽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44분의 1초가량 더 앞선 미래의 지구로 도착했어. 반대로 말하면 그가 879일 동안 그냥 집에서 떡볶이나 시켜먹었다면 44분의 1초가량 더 앞선 미래의 지구에 있지 않았겠지. 그런데 겨우 44분의 1초는 아둔한 지구인들이 체감할 수 없는 미래지. 그렇다면 상상력을 동원해서 더 극단적으로 가보자고.


자, 우리는 1000년 후 미래의 지구를 방문할 거야. 그렇다면 3020년이 되겠지? 여기 인류가 초당 30만 Km, 즉 빛의 속도에 99.995%에 가까운 우주선을 만들어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밀러 행성이 아닌 지구로부터 500광년 떨어져 있는 행성 케플러-186F 같은 곳을 방문하는 거야. 우주선은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구인의 기준으로 500년 정도가 흐르면 우주선이 케플러-186F 행성에 도착해있을 거야. 그리고 케플러-186F에서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데 역시 500년이 흘렀겠지? 왕복 총 1000년, 지구는 3020년이야. 하지만, 우주선에 타고 있던 대원들의 시간은 지구 시간의 100분의 1의 속도로 흘렀어. 10년만 흘렀을 뿐이지. 우주선의 속도가 거의 빛의 속도만큼 빨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흐른 거야. 이렇게 말하면 체감이 좀 되나?


천년 뒤쯤 미래의 지구는 과연 어떨까?


맞아. 미세하지만 극명한 사실이야. 출근길에 늦어서 자전거를 타거나 급하게 뛰는 사람들은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있는 거야. 안타깝게도 그 시간의 정당성은 상대적이지만... 지각쟁이들이여, 그렇다고 지각을 정당화하지는 말지어다.   


한계점 : 역시 기술이겠지. 빛의 속도로 인간을 태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면. 우리는 수 천년의 미래를 볼 수 있어.

특이점 : 원자 단위의 수준에서는 (이를테면 입자가속기, 대형 강입자 충돌기와 같은 것들은) 빛에 가까운 속력을 낼 수 있어. 실제로 현대 과학에서도 이루어지지. 가속된 양성자들은 미래를 볼 수 있어.





3. 웜홀을 발견해 빨려 들어간다.

 "여기를 통과하면 과거로 갈 수 있어. 다시 시작해보는 거야."




2019년 4월 지구인들을 뒤흔들어 놓을 큰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해. 바로 그동안 이론, 상상, 그림으로만 존재했던 블랙홀의 사진이 실제로 찍힌 것이었지.

  

<사진 출처, BBC>


"에게 이게 뭐야" 할 수도 있어. 자, BBC의 기사를 원문 그대로 해석해서 보여줄게.




최초의 블랙홀 이미지 공개

Pallab Ghosh 제작 BBC 뉴스 과학 기자


       2019 년 4 월 10 일     

천문학 자들은 먼 은하에 위치한 블랙홀의 최초 이미지를 촬영했습니다.

지구 크기의 3 백만 배에 이르는 400 억 킬로미터에 달하는 과학자들에 의해 과학자들은 "괴물"로 묘사되었습니다.


블랙홀은 5 억 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전 세계 8 개의 망원경으로 촬영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 천체 물리학 저널 편지지에 게시되었습니다.

그것은 8 개의 연결된 망원경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인 EHT (Event Horizon Telescope)에 의해 포착되었습니다.


실험을 제안한 네덜란드 Radboud University의 Heino Falcke 교수는 BBC 뉴스에 블랙홀이 M87이라는 은하에서 발견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전체 태양계의 크기보다 더 크다"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블랙홀은 태양의 질량보다 65 억 배나 큰 것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무거운 블랙홀 중 하나입니다. 그것은 절대 괴물이며, 우주에서 블랙홀의 헤비급 챔피언입니다."




위에서부터 읽었다면, 질량이 큰 별이 시공간을 움푹 들어가게 해서 왜곡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야. 블랙홀은 바로 이러한 원리에서부터 만들어져. 워낙 강력한 밀도와 중력을 가진 항성 때문에 우주공간이 계속해서 내려앉다가 결국에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한 뒤 수축된 공간이야. 입자, 전자기 복사, 빛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무서운 영역이지. 그리고 블랙홀로부터의 탈출이 불가능해지는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고 해. 어떤 물체가 사건의 지평선을 넘어갈 경우, 그 물체는 파멸하겠지만, 외부에 있는 관찰자에게는 그 속도가 점점 느려져 그 경계선에 영원히 닿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왜냐하면 블랙홀은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하기 때문이야. 당연히 빛을 통해 보는 우리 관찰자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겠지.


바로 영화 <인터스텔라>에 남자 주인공 메튜 멕커너히형 (쿠퍼 역)이 영화 후반부에 여분의 연료가 바닥난 우주선에 대원 한 명이라도 살려 보내고자 자신을 빨려 드는 블랙홀에 몸을 던져 희생하지.  


위 공간에서 빨려 들어가는 부분이 블랙홀, 중간에 만나는 지점이 웜홀, 아래 넓어지는 부분이 화이트홀. 네이버 이미지.


웜홀은, 바로 이 블랙홀에서 파생된 이론이야. 동시에, 현대 우주 과학에서는 신빙성이 그닥인 이론이기도 하지.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이론이야... 왜냐고? 과거의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주장하거든. 사실 보통 인간들은 미래보다 과거의 시간여행에 초점을 더 맞추는 경향이 있지. 결코 미래는 가늠할 수 없지만 과거는 겪어왔고 또 후회와 미련따위가 남아서일까? 인간은 미래보단 과거를 계속 돌아보거든. 어쨌든! 사진을 봐봐.




블랙홀, 사건의 지평선, 웜홀, 화이트 홀 <사진 출처, 핀터레스트>


보다시피 웜홀(wormhole)은 우주 공간에서 블랙홀(black hole)과 화이트홀(white hole)을 연결하는 통로를 의미하는 가상 개념이야. 우주의 시공간에 난 구멍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 이 이론은 일반 상대성을 발표한 아인슈타인 선배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 위에 있는 공간과 구멍은 블랙홀이야. 즉, 현재라고 하면 아래 난 구멍은 블랙홀이 뱉은 부분을 내뱉는 화이트홀, 즉 과거야. 아까 말했듯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느려진다고 했지? 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에 들어가면 어느 적정 지점에 달하고 곧 빛의 속도를 능가하게 된다는 거지. 빛의 속도를 능가하면서 시간은 느려짐을 넘어설 테고 곧 멈더니 이내 거꾸로 흐른다는 거지. 그리고 아래의 화이트홀을 통해 배출되었을 때, 그 공간에 있는 우주나 지구는 과거의 시공간이라는 이론이야. 음, 말은 청산 유수지. 이 정도면 소설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지.


게다가, 이 화이트홀은 그 신빙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어. 화이트홀이 존재한다는 과학적 증거도 불충분한 데다가 스티븐 호킹 선배님께서는 블랙홀 자체에서 압축된 질량을 배출한다고 주장했어. 즉, 화이트홀의 존재 자체가 필요 없다는 소리지.


한계점 : 너무나 많다. 증거가 없다.

특이점 : 진짜 꿀잼이다. 상상거리가 무한대다.




마무리


인간은 항상 과거와 미래를 그리워하거나 염원할 테고. 나도 마찬가지야. 어쨌든 확실한 건 시간은 상대적이라는 거지. 광활한 우주와 천재들이 아무리 시간이 상대적이라고 외쳐도, 인간은 항상 흐르는 시간에 쫓기고 때로는 시간을 즐기며 인식하고 살 수밖에 없을 거야. 왜냐하면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거든. 시간의 개념 자체는 사실 지구에 사는 인간들이 만든 기준이자 규칙이니깐. 그래도 뭐 어때, 시간 따위 사실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면 된 거 아니겠어?


시간, 중요하지. 우리 삶에 시간이라는 기준은 중요해. 하지만 그 시간에 쫓기고 압박받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해. 내 말은 여유를 갖고 시간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거지뭐. 시간도 절대적이지 않으니깐 말이지. 우주에서 절대적인것은 없다는 거! 이게 아마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과거에서 현재서 미래로 여행 중인 우리에게 말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아메리칸 캐주얼, 어떻게 일본 패션이 되었을까.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