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없는 일상' 향한 토트네스 주민들의 워크숍 참관기
[전환마을 토트네스, 전편에 이어 계속]
https://brunch.co.kr/@jmseria/18
‘공유창고(물건들의 도서관) 만들기 계획을 위한 미팅’
(Meeting to plan a share shop – a library of things)
다음날 아침, 푸른 초원이 내다보이는 창가 앞 침대에서 새소리에 눈을 떴다. 다시 토트네스 시내 주변을 아침 산책 나온 듯 느릿하게 거닐다가, 도서관 앞에 세워진 게시판에서 눈길을 끄는 공지문을 보았다. 마을에서 공유창고를 만들어가는 계획을 세우기 위한 미팅에 참여해달라는 홍보 전단이었다. 이러한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한번 필요했지만 이후로 잘 사용하지 않은 캠핑 장비를 산 적이 있습니까?”
“가끔 필요하긴 하지만 차라리 소유하지는 않는 게 나을법한 잡동사니들로 당신 집이나 창고가 꽉 차있지 않습니까?”
“필요하지만 구매하기는 원치 않는 도구들이 있습니까?”
평소에 느끼고 있었던 문제의식이었다. 공유는 필요에서부터 비롯된다. 일년에 몇 번 쓰지도 않을 물건들을 꼭 개개인별로 다 구매할 필요가 있는가? 가뜩이나 집도 좁은데, 몇 년에 한 번 쓸까 말까한 물건들을 겹겹이 채워놓으며 공간을 비효율적으로 활용할 까닭은 무엇인가? 어디에 둔지도 모르게 방치되어 있는 물건/장비들을 필요한 사람들이 서로 공유해 빌려 쓰도록 하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낭비 없이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공유는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구 건너편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고 하는 전단을 보니 즉흥적이지만 참여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누구나 자유롭게 비용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라는 문구까지 적혀 있으니 못갈 이유도 없다. 금요일 아침부터 미팅이 열리는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감리교회 강당을 찾았다. (첨언: 영국에서 감리교회는 주류인 성공회와 다른 측면으로 일종의 ‘야당’격인 역할을 해온 움직임들이 있었다고 한다. 레닌은 영국의 교회에서 노동자 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우연일 수 있으나, 교회 행사가 아닌 지역사회 활동에 공간을 내어주는 모습에서 이러한 맥락이 감지되곤 했다.)
“공유창고는 수입이 없거나 낮은 사람들을 포함해 누구나 각종 도구와 물건들을 서로 빌릴 수 있게끔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사람들이 서로 더 많이 연결되어 적게 소비하고 낭비를 줄이는 것입니다.”
강당에 들어서니 주민과 활동가들('Network of Wellbeing'이란 단체에서 미팅을 주관하고 있었다)이 조별로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었다. 전지와 포스트잇을 이용하여 동등하게 서로의 아이디어들을 모으는 마을워크숍 풍경이었다. 그들은 활짝 웃으며, 차와 간식까지 내어주며 “웰컴” 소리와 함께 여행자를 맞아주었다. 그들의 대화와 손수 적고 있는 전지를 유심히 들여다봤다.
“개개인의 물건과 도구들은 공유창고에 기부하는 것인가? 혹은 빌려주는 것인가? 아니면 둘 다?”
“공간마련은? 지방정부에서 주민들이 무상점유(Peppercorn Rent)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한다 (REconomy centre가 그랬듯이)”
(전지에 적힌 원문: Local council support Peppercorn Rent. 영국에서는 소위 ‘통후추 한알’(비용이 적거나 없다는 뜻)로 지방정부(혹은 민간) 소유 유휴 공간을 지역공동체가 점유(포괄적인 사용권을 인정)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최소 10년, 최대 100년까지) 지원하는 사례가 있다. 이를 통해 지역재생과 활성화를 도모한다)
“사용 가능한 공간모색: 산업지구(Industrial Estate) 내에 마련할 경우 재활용 물건들과 연결성 좋음"
(토트네스 시내와 조금 떨어진 외곽에 산업단지와 같은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재활용 물건들이 집결되는 도매 창고들도 많이 있는 모습이었다.)
"달팅턴 홀(Dartington hall Estate)-비영리 트러스트 소유 공간과 협업을 모색함"
"TTT(Transition Town Totnes)와의 연결과 협업(공동체 활동 기술과 노하우, 프로그램 공유 등)"
(TTT는 토트네스 전환마을 운동의 각 부문별 프로그램을 포괄하는 우산 역할을 하는 비영리법인)
기금마련 방안부터 장소, 실질적인 운영 방법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각 조별로 이야기되는 모습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들의 논의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점이었다. 전환운동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다. 번지수와 건물주 현황까지 적어가며 공간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보이는 ‘깨알 같은’ 작은 실천과 성취의 경험들이 결국 전환을 추동한다.
우연찮은 자리에서 마주한 당신들의 아이디어, 잘 빌려가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서로 깔깔대며 적어넣은 삐뚤빼뚤 손글씨들을 모조리 스마트폰 사진에 담았다.
[다음 편에 계속] https://brunch.co.kr/@jmseria/20
이 글은 <ARTRAVEL TRIP.42>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