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전환, 그리고 공동체 이니셔티브

전환마을 토트네스에서 느낀 '내적/외적 전환'의 선순환

by 이웃주민

[전환마을 토트네스, 전편에 이어 계속]

https://brunch.co.kr/@jmseria/19

또 하나의 중요한 활동: spiritual, 명상, 내적 전환


여행에서 마주한 풍경 하나.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구했다. 집주인은 저녁이면 아로마향이 나는 촛불을 켜고 욕조에 물을 받은 후 들어가서 하루의 피로를 씻는 명상의 시간을 갖곤 했다. 그녀는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은 일상에서 꼭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그녀는 명상 강사 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다.


마주한 풍경 둘. 토트네스 시내와는 조금 떨어진 전형적인 영국의 시골풍경 한가운데에 자리한 슈마허대학은 초야에 묻혀 현인들을 길러내고 있는 변방의 학습기지 같았다. 아담한 학교 건물 앞에 펼쳐진 푸르른 초원에서 진행하는 수업, 학생들은 선생들과 구분 없이 동그랗게 마주서서 눈을 지그시 감고 명상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나중에는 함께 덩실덩실 춤도 춘다. 손을 잡고 서로 교감하는 ‘조율’, ‘춤명상’ 등 동양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영성 프로그램은 갈등과 소진을 방지하기 위한 ‘사람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있었다.

Totnes23.jpg

처음에는 그저 흥미롭게만 보았던 명상, 마음챙김 등의 모습들은 사실 토트네스를 보여주는 하나의 묵직한 장면이었다. 그들은 ‘내적 전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었다. 공동체가 겪는 갈등, 주민과 활동가들의 소진과 떠남, 결국 사람의 몸과 마음 상태가 지속가능할 수 없다면 그 어떤 운동도 동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속도와 시간을 멈추고 개인의 내면 혹은 서로의 마음을 챙기고 돌보는 활동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하다. 팍팍하고 메마른, 일 중심, 목표지향적인 활동들만으로 일굴 공동체는 과연 어떤 모습이겠는가.


슈마허대학은 생태주의, 대안경제, 지속가능성 등을 가르치고 있는 일종의 대안 대학으로 토트네스 전환마을 운동과도 연결되어 이론적 토대와 상상력을 만들어간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대학의 정규과정(석사)과 단기과정(Short Course, 생태주의, 공동체, 퍼마컬쳐, 사회적기업, 영성 등 다양한 주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끔 실시 중)에는 ‘Ecology and Sprituality’, ‘A Mindful Life-Inner and Outer Transition’, ‘Nourishing The Soul’ 등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도 했다. 지친 커뮤니티 멤버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머리와 마음과 실천이 다시 일치될 수 있게끔 정화하는 시간을 갖자, 이를 생동감 있는 슈마허대학의 커뮤니티 속으로 심신을 푹 담가(immerse yourself)보는 날들을 통해 만들어가자는 제안과 함께!


흥미로운 점은 토트네스의 이러한 명상, 영성 등 문화에는 동양적인 뉘앙스가 짙다는 것. 이는 ‘히피타운’이라 불리기도한 대안적 삶의 실천과 시도들이 현대 토트네스의 발자취를 수놓은 흔적에서 비롯된다.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낀 히피들은 동양철학, 생태주의에 천착”했으며 “재활용, 친환경 건축, 유기농 음식 등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문화도 히피들이 창안한 것”(그레그카스티요 UC버클리 교수, 중앙일보 2017.4.28.)이라는 설명처럼, 토트네스도 이런 흐름의 대안문화에 흠뻑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전환마을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적 전환과 외적 전환의 선순환, 의식과 실제를 넘나드며 일구어가는 그 다이내미즘의 실천을 여기에서 보고 있다.


공동체 이니셔티브


토트네스는 꼭 전환마을 사례지가 아니더라도 호젓하게 거닐고 느릿하게 여행하기 안성맞춤인 아름다운 곳이다. 마을에 붙은 전단을 보고 참여해 만난 걷기동호회 주민들과 함께 토트네스 시내에서 달딩턴 홀까지 푸른 길을 걸었다(토트네스에 가면 자연과 정원테마, 지역펍 순례 등 다양한 걷기 코스들이 안내되어 있고 주기적으로 걷기동호회 모임이 있다).


양떼와 초원이 펼쳐진 남서부 영국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느린 삶을 즐기고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 이 자그마한 마을에 관심(필자 말고도 생태, 전환마을, 공동체 활동 등에 관심을 갖고 여기를 찾아온 사람들이 더러 있었단다)을 갖고 찾아오는 것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여기 사는 거 만족하나고요? 그럼요. 꼭 바쁘게 큰 도시에서 뒤섞여 사는 게 정답은 아니예요. 한방향의 인생만 있는 건 아니죠.”

Totnes25.jpg

짧은 여정이었지만, 토트네스에서 느낀 가장 큰 메시지를 키워드로 정리하면 ‘공동체 이니셔티브’다. 혼자는 어렵고 국가는 더디기에 자신이 사는 마을단위 공동체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게 제일 좋다는 여기 사람들이다. 결국 전환은 공동체가 주도권을 쥐고 꾸준한 실천을 통해 도달해야할 지향점이다. 개개인의 내적 성찰부터 전 지구적인 전환담론까지,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수준의 전환 프로젝트들이 토트네스에서는 공동체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등 프로젝트화된 혁신사업들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토트네스는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공동체 이니셔티브’라는 키워드를 진중하게 상기시켜준다.


다시 토트네스와의 첫만남, 다큐멘터리로 돌아온다. 전 토트네스 시장(메이던 여사)은 동네에서 푸드트럭을 몰고 다니며 하루도 빠짐없이 수십년 째 신선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시장 임기를 마치고는 다시 동네를 누비는 ‘샌드위치 아주머니’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에서 다시 자연스런 일상을 살아간다. 직위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될 수는 없다. 프로젝트화된 사업만으론 지속가능할 수 없다. 그것만을 이룩하면 일상은 놓쳐도 되는가. 토트네스에서는 직위도 프로그램도 아닌 삶이 중심이다.


그리고 삶은 주민들이 만들어간다.

토트네스에서의 마지막 날, 에어비앤비를 통해 만난 호스트 주민 가족과 함께



[토트네스 연재 끝]

이 글은 <ARTRAVEL TRIP.42>에도 실렸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