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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Jul 24. 2019

18화_혁신이란 무엇인가 part.2

#콘텐츠 분석: 핸드폰 디자인 변천사

핸드폰은 크게 4세대로 구분할 수 있다. 세대를 나누는 기준은 기능에 있다. 1세대 핸드폰은 통화 기능만 제공했다. 2세대 핸드폰은 디지털 신호 방식을 채택하고, 문자기능을 추가했다. 3세대부터는 사진, 게임, DMB 등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함께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4세대 핸드폰은 흔히들 말하는 스마트폰이다.


세계 최초의 핸드폰은 미국의 모토로라에서 1983년에 출시한 ‘다이나택 8000X'이다. 크기는 무려 33cm, 무게만 1kg에 가까운 이 핸드폰의 별명은 벽돌을 뜻하는 브릭폰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이 핸드폰은 오로지 통화만 가능했다. 따라서 디자인 역시 심플했다. 유선 전화기의 수화기를 꼭 닮았다. 이러한 브릭폰의 디자인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타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수화기, 내 목소리를 보내는 송화기, 번호를 누를 수 있는 중앙 부분으로 말이다. 이후에 나온 다른 1세대 핸드폰들은 무게와 크게에서만 차이가 좀 있을 뿐, 대체적으로 유사하게 생겼다.



2세대 핸드폰의 대표작은 모토로라의 ‘인터내셔널 3300’이다. 2세대 핸드폰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디지털 신호 방식을 채택하고, 문자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핸드폰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플립형, 폴터형, 슬라이드형 등등의 핸드폰이 등장한 게 바로 이때다. 물론 1세대 핸드폰과 비교하면 송화기, 수화기, 중앙의 버튼으로 이루어졌다는 공통점이 있긴 했다. 하지만 1세대와 2세대를 가를 수 있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핸드폰의 크기는 작아지면서, 동시에 디스플레이가 눈에 띄게 커졌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문자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핸드폰의 형태가 다양해진 점도 설명할 수 있다. 플립형이든, 폴더형이든, 슬라이드형이든 2세대 핸드폰 디자인의 요점은 하나다. 크기를 줄이되, 디스플레이는 크게 만드는 것. 가령 폴더형 핸드폰의 경우, 핸드폰의 절반이 디스플레이로 이루어져 있다. 덕분에 문자를 확인하기가 용이하다. 또한 핸드폰을 접어서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덕분에 쉽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


3세대 핸드폰부터는 사진, 게임, DMB 등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본격적으로 도입 되었다. 이제 우리는 핸드폰으로 통화만 하지 않는다(그 말인 즉슨, 핸드폰의 내장 메모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컬러 화면도 본격적으로 지원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디스플레이의 비중 역시 커졌다. 문자뿐만 아니라 사진, TV방송, 게임 화면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핸드폰의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일반 컴퓨터의 모니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핸드폰 화면의 용도는 여전히 명령의 출력이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에만 머물러 있었다. 다시 말해,핸드폰 디스플레이의 핵심이 사용자의 명령에 따라 핸드폰이 보유한 기능을 제대로 실행해서 보여주고 있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당시의 핸드폰 광고를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1998년 런칭한 걸리버 핸드폰 광고에서는 시골의 마을버스에 탑승한 두 남녀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전파가 약해 통화에 실패한 젊은 여성은 ‘여기서 터질 리가 없지!’라며 불평한다. 반면 그런 그녀와 달리 노신사는 멀쩡하게 핸드폰으로 통화를 즐긴다. 코믹하게 풀어내긴 했지만 이 광고의 핵심은 해당 핸드폰의 우수한 무선 통신 서비스를 자랑하는 데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1999년 LG 싸이언스 광고는 시끄러운 주변 환경 속에서도 매끄럽게 자신의 통화를 이어나가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2001년 삼성 애니콜 광고 속에선 인조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옷을 차려입은 세 남녀가 솟구치는 형형색색의 물줄기에 열광하며 핸드폰의 컬러화면 기능을 홍보한다. 


이렇듯 과거 핸드폰 광고의 주요 경향은 작고 가벼운 핸드폰, 언제 어디서나 잘 터지는 핸드폰, 컬러화면 등 해당 제품의 스펙을 자랑하기에만 바빴다. 기업 역시 누가 더 뛰어난 핸드폰을 만드는지, 어떤 기업의 핸드폰이 기술적으로 더 우수한 지에만 매달렸다. 마치 박람회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 와중에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2007년 스티븐 잡스가 선보인 '아이폰'은 말 그대로의 핸드폰의 혁신이었다. 아이폰은 터치스크린을 기반으로 단 하나의 버튼만을 남겨두고 모두 없애버렸다. 덕분에 핸드폰 면적의 대부분을 디스플레이가 차지하게 되었다. 얼핏 보아도 매력적인 이 핸드폰은 통화와 문자, 멀티미디어 서비스는 물론 인터넷까지 지원했다. 소프트웨어의 설치와 삭제도 자유로워서 사용자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핸드폰의 사용 환경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의 시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멀티 터치' 기능이었다. 멀티 터치란 한 번에 두 가지 이상의 접촉을 감지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 기능 덕분에 당신은 예전처럼 사진을 확대하기 위해 버튼을 연타할 필요가 없다. 그저 원하는 부분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양쪽으로 벌려주면 된다. 


멀티 터치의 혁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멀티 터치는 편리함을 넘어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앞서 말했다시피 핸드폰 디스플레이의 본질적인 기능은 명령의 출력을 확인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액정 화면은 명령의 출력 뿐만 아니라 입력까지도 가능하다. 또한 버튼을 매개로 기계와 유저가 상호작용했던 이전의 핸드폰들과 달리, 스마트폰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만든다. 이제 사용자는 핸드폰이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실현해주도록 기다릴 필요가 없다. 자신이 적당한 모션(손가락을 벌리는)만 취해주면, 핸드폰이 알맞은 리액션(사진이 커지는)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11년, 애플은 최초의 인공지능 음성 비서 서비스인 '시리 Siri'를 선보였다. 이제 사람들은 핸드폰을 터치할 필요조차 없다. 그냥 시리를 부르고, 그/녀에게 명령이나 요청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다시 한 번 정의되었다. 이제 스마트폰(시리)은 단순한 기계를 넘어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간 삶의 중요한 동반자로 자리한다. 말할 줄 아는 핸드폰에게 액정 화면은 사람의 얼굴이나 다름 없다.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이라는 사람과 매일 대화를 하고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핸드폰은 인간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 침투한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함께 보낸다.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찾고, 밤에 잠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디자인과 마케팅의 영역에서도 감성의 코드가 삽입되기 시작했다. 심미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령 애플의 아이폰5를 보면 핸드폰의 앞뒤에 얇은 유리막을 깔고 각각의 모서리에는 금속 테두리를 둘렀다. 언뜻 보아서는 핸드폰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 뿐만 아니라 골드, 블루, 핑크 등 다양한 컬러의 디바이스를 출시함으로써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게 핸드폰을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광고도 변했다. 더 이상 특별한 기능을 자랑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에게 기억되지 못한다. 따라서 오늘날 광고 속의 핸드폰은 인간 삶의 필수 요소로, 그들의 삶과 늘 함께 한다. 광고 속의 모델은 핸드폰과 함께 여행하고, 공부하고, 사람들과 소통한다(삼성 갤럭시 S9).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보다 선명하고 예쁜 사진을 찍고 특별한 이모티콘 기능을 활용하여 타인과 추억을 쌓는다. 사랑하는 이와의 시간을 기록하기도 한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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