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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Aug 07. 2019

19화_혁신이란 무엇인가 part.3

#콘텐츠 분석: 핸드폰 디자인 변천사

앞서 나는 디자인이 오브제와 인간의 상호작용 활동을 매개한다고 말했다. 기획자는 자신이 의도한 바를 담아 오브제를 디자인 한다(Encoding). 한편 이 디자인을 바탕으로 소비자는 오브제를 경험하고 해석한다(Decoding). 그렇다면 이쯤에서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디자인의 의미는 어떻게 생성될까? 다시 말해 소비자는 어떤 과정을 통해 디자인을 해석하고 의미를 생성하는 걸까?

예로부터 인간이 언어를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많은 학자들의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언어의 습득과 활용에 관한 이론은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인간에겐 선천적으로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선천적인 관점과 모방과 학습을 바탕으로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후천적인 관점으로 말이다.


기존의 언어학은 그 중에서도 후천적인 학습 이론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학습과 모방만으로는 인간의 언어 습득과 활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가령 ‘주어+서술어’라는 단순한 문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언어의 사용이 학습과 모방에 기초한다면 아직도 오늘날 우리들의 언어는 다음과 같은 단순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밥을 먹는다, 학교에 간다 등등.


하지만 같은 문장이라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맛있는 밥을 먹는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에 간다. 이렇듯 우리는 ‘(주어+서술어)+서술어’와 같은 복합적인 문장 구조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의 창조적인 변용에 주목하여 미국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는 ‘변형생성문법’이라는 새로운 언어학 이론을 주장했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보편적인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이 능력을 바탕으로 외부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자신 안에 내재된 언어 능력을 더욱 발전시킨다. 촘스키는 인간의 언어능력을 표층과 심층의 이항구조로 바라봤다. 심층구조에 자리한 생득적인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은 표층구조에서 언어 환경을 학습하고 자신이 배운 내용을 나름대로 재조합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변용이 탄생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의미의 생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의미란 사회문화적 맥락에 더불어 개인의 내면에 자리 잡은 선행 지식구조의 결합으로 생성된다. 인지과학에서 다루는 ‘다중기억모델’에 따르면 인간의 기억은 크게 감각기억-단기기억(작업기억)-장기기억으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자극/정보가 감각기관을 통해 수용자에게 전달된다. 수용자는 이를 빠르게 감지하고 단기기억으로 이동시켜 주어진 자극/정보를 해석하고 처리한다. 처리에 필요한 정보들은 장기기억에서 인출되며, 처리 작업이 끝난 새로운 정보들은 필요 여부에 따라 장기기억에 저장되거나 잊혀진다.


한편 장기기억으로 이전된 정보는 기존에 저장되어 있던 다른 정보들과 연결망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내면의 선행지식구조를 우리는 '스키마'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의미는 기획자가 숨겨놓은 보물 같은 게 아니다. 의미는 사회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사람들의 경험(선행 지식구조-스키마)을 기반으로 상대적 평가가 이루어지는 대상일 뿐이다. 예를 들어 어떤 누군가가 멀리서 종소리를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감각기억은 이를 빠르게 단기기억으로 이전시키고 단기기억에서는 이를 처리해 그것이 ‘종소리’라는 것을 알아낸다. 한편 이 종소리는 그가 어렸을 적 교회에서 들었던 종소리를 환기시킬 수도 있다. 이때 과거의 경험은 장기기억 안에서 도출된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종소리는 추억의 매개물이 되게 된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의 스키마를 바탕으로 의미를 해석한다. 따라서 기존에 저장된 개인의 경험, 연령, 계층, 성별, 지역, 문화적 정체성 등의 맥락적 단서들은 필연적으로 이미지의 의미와 해석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감상자에 따라 의미는 다양하게 생성된다. 이와 비슷한 용어가 바로 ‘수용미학’이다. 말하자면 아름다움에는 보편타당한 기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문화적인 특수성과 취향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은 오브제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눈 안에 있다. 그리고 여기서 바로 ‘취향’이라는 개념이 도출 된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을 사회계층 형성의 핵심 요소로 보았다. 취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이다. 그렇다면 취향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것은 계급과 계급, 교육, 문화적 맥락 속에서 경험을 통해 생성된다. 따라서 취향은 필연적으로 문화적인 특수성과 계급적 개념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취향이 문화적 차별을 야기한다. 가령 노동자 계급이 tv, 영화, 만화, 게임 등 대중문화를 소비한다면, 상류계급은 오페라, 연극, 미술관, 경매 등의 고급문화를 소비한다. 이를 통해 상류계급은 노동자 계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미학적 취향을 갖는다. 미하적인 권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취향은 계급의 경계를 강화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취향이 확장되면 당연한 것으로 인정받고, 이는 곧 이데올로기가 된다. 이데올리기는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사고를 규정한다. 한 사회의 자연스러운 가치, 믿음의 체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취향의 확장성을 고려하여 탄생한 개념이 바로 '아비투스Habitus'다. 영어단어 Habit의 어원이기도 한 Habitus는 삶의 모든 양상을 연결하는 개념으로, 이를 통해 사회구조와 생각의 틀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구성원이 사회 공간에서 행동하고, 느끼고, 인지하고, 존재하도록 만드는 개념이며 고로 개인의 코드화 능력과 관련이 있다. 말하자면 인간 삶의 총체적인 양상이다. 비슷한 말로는 '습관'이라는 단어가 있다. 정형적이고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반응이라는 의미에서 공통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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