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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Sep 05. 2018

5화_'20년' 편 part.1

#콘텐츠 분석: SKT 브랜드 광고 <20년>편

하도 졸라대기에 핸드폰을 사주었다. 근데 이놈이 도무지 떨어질 줄을 모른다. 밥을 먹을 때에도 붙들고 있지를 않나, 틈만 나면 자기 친구랑 통화를 하고 있지 않나. 성적은 갈수록 엉망이 되어가는 데에도 도대체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그래서 한 번은 핸드폰을 뺏었더니 하루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귀찮게 한다.


그래도 이 놈이 영 눈치가 없진 않았나 보다. 용케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밥은 잘 챙겨먹고 있는지, 잠은 잘 자고 있는지 알려줄 법도 하건만 그렇게 핸드폰을 붙들고 있던 녀석이 거기서는 연락 한번 없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전화가 왔다. 대뜸 하는 말이 고맙단다. 이놈이 드디어 철이 들었을까.



지난 시간에 우리는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 이론을 바탕으로 쉐보레 스파크의 광고를 분석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대립관계에 놓인 노인손녀,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잇는 스파크의 역할을 탐구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차를 선물하기 위한 노인의 행로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제품 구매 행로와 닮아 있음을 유추하여 쉐보레가 광고 속에서 실용적 가치를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하는 지를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외국의 광고와 비교하여, <깐깐한 선택>이 취하고 있는 문화 코드가 한국 사회 특유의 유교적 문화에 기반 한 가족애임을 파악했다.


그렇다면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이냐? 오늘은 SKT의 브랜드 광고인 <20년> 편을 분석 것이다. 뒤늦게 어머니의 사랑을 알게 된 아들이 전화를 통해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의 이 영상은 <깐깐한 선택>과 마찬가지로 가장 훌륭한 광고 중 하나생각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이 광고를 지난 번처럼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을 활용 분석 것이다(그 중에서도 기호사각형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려 한다). 서론이 길었다. 본격적으로 두 번째 시간을 시작해보자.



<20년> 의 표층구조에서 도드라지는 기호는 대략 다섯 가지 정도로 축약할 수 있다. 시각기표어머니아들 있다(이들은 영상 속에서 서로 대립관계에 놓인다). 핸드폰과 광고카피도 있다. 청각기표로는 광고의 BGM 팝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있다.


우선 핸드폰은 늙음과 젊음, 남자와 여자, 시골과 서울, 부모와 자식 등 대립관계에 놓여 있는 어머니아들의 사이를 이어다. 핸드폰은 영상 초반 어머니의 걱정을 자아내골칫거리지만 후반부에 이르면 아들이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도구로서 사용된다. 이때 핸드폰은 소통의 매개체, 사랑을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한편 영상 속 핸드폰 화면의 상단부엔 SKT 로고가 삽입되어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 핸드폰이 소통과 사랑의 상징을 넘어 SKT 브랜드의 형상화임을 유추할 수 다.


그리고 이때 광고의 메인 카피가 등장한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바르트는 자신의 논문인 <이미지의 수사학>에서 판지니의 광고를 분석하며 사진 속의 언어기호들을 ‘정박’이라고 불렀다. 언어기호는 대부분의 경우 수용자가 이미지에서 가장 먼저 보는 요소로, 이미지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정박’은 이미지의 함축 의미가 증식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제한함으로써 하나의 성급한 결론을 뱉어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20년>편의 “마음을 이어주는 최고의 기술은 함께 해온 시간입니다”라는 카피는 광고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와 아들 사이를 SKT와 고객의 관계로 확장시키고, 의미가 더 이상 증식할 수 없도록 고정해버린다.


한편 광고의 BGM인 <Can't take my eyes off you>는 클라이맥스에 삽입됨으로써 수용자에게 감동을 자아낸다. 이를 통해 광고의 톤과 인상을 결정하고, 광고가 가진 시각적 의미를 공감각적으로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SKT 브랜드 광고인 <20년>편의 줄거리는 뒤늦게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은 아들이 고마움을 고백하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쉐보레 스파크와 마찬가지로 가족애에 호소하는 것 같다. 하지만 해당 서사구조는 가족애를 넘어 보다 특별한 층위에서 호소한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씨는 자신의 저서인 <밤은 책이다>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하며  다음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오랜만에 집에 방문한 저자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버지가 누워계시는 방에 들어다. 저자는 아버지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껴안고는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훗날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저자는 자신이 더 늦기 전에 사랑을 말했다는 사실에 다행이라고 적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유튜브를 검색해도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해보기’를 키워드로 많은 영상들이 업로드 되어 있다.


그러니까 한국인들의 가족애는 특이하게도 죄책감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처럼 보인다. 자식은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희생에 대해 늘 부채감을 지니고 있으며, 부모는 자식에게 더 해주지 못한다는 부분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또한 개인은 자라면서 가족보다는 또래의 관계, 사회적 관계에 의지하는데 이로 인해 부모님께 ‘사랑한다’라는 말을, ‘고맙다’라는 말을 전하는 게 마치 특별한 에피소드처럼 느껴진다.


때문에 광고 속에서 아들이 말하는 ‘고마워’는 단순한 안부 인사가 아니다. 한국인들의 내면 깊이 잠들어 있는 무언가를 깨워주는 일종의 알람이다.


한편 광고 속에서 어머니와 아들이 보내는 세월은 광고 속의 자막인 ‘20년 연속 소비자 신뢰도 1위’와 연결되어 SKT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가치인 신뢰를 수용자가 지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사진출처: 미디어 SK / 대학내일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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