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노 Sep 19. 2018

6화_'20년' 편 part.2

#콘텐츠 분석: SKT 브랜드 광고 <20년>편

소쉬르는 언어의 자의성을 이야기하면서 그 의미가 기표간의 차이와 관계에 의해 구별된다고 했다. 이항대립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이러한 소쉬르의 이론을 활용해 브라질 원주민들의 관습 연구한 레비스트로스는 이항대립을 아예 세계를 해석하고, 인간 사고의 보편적 구조를 설명해주는 틀이라고 여겼다.


예를 들어 원주민들의 요리 습관은 날 것익힌 것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때 날 것은 자연의 영역, 익힌 것은 문화의 영역에 속한다. 한편 우리는 태어나면서 세계를 로 구분된다. 여기서 ‘나’는 가족, 같은 마을, 같은 민족, 같은 이념공동체로 확장될 수 있다. 그 외 나머지는 모두 ‘너’로 규정된다. 이렇듯 이항대립은 날 것과 익힌 것, 혹은 나와 너처럼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신분, 지식, 종교, 이념 등 추상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대립을 만들어낸다.


또한 레비스트로스는 이항의 대립관계 속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개념인 ‘중간 영역’을 제시했다. 이 변칙적인 요소로 인해 이항적 체계가 확립한 안정성 전복된다. 레비스트로스는 이를 혁명으로 규정하며 바로 이때 역사의 비약적 발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설국열차>를 예로 들어보자. 설국 열차에는 두 개의 계급이 대립한다. 꼬리칸 사람들의 의복은 누추하고 검게 때가 타 있다. 그들은 단백질 블록이라는 수상쩍은(?) 음식을 먹고,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 이에 그들은 몽둥이와 파이프와 같은 구식 무기를 들어 엔진칸을 향해 전진한다. 


반면 앞쪽 칸의 사람들은 깨끗하게 다려진 고급스런 정장을 입고 있다. 그들은 꼬리칸 사람들과 달리 진짜 음식을 먹으며, 가구와 조명이 비치된 따뜻하고 안락한 공간에서 생활한다. 그들은 총이나 날이 잘 갈린 도끼를 무기로 사용하고, 엔진칸을 보호하며 꼬리칸 사람들이 사는 소굴을 향해 전진한다. 


한편 그들 사이에 ‘남궁민수’라는 캐릭터가 있다. 그는 꼬리칸의 누추한 의복을 입고 있지만, 실은 열차의 보안 시스템을 설계한 관리자 출신의 인물이다. 그는 혁명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고자 앞쪽칸을 향해 전진하는 꼬리칸 사람들과 달리, 열차의 출구를 열어서 열차를 탈출하려 한다. 이러한 이유로 남궁민수는 꼬리칸과 앞쪽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따라서 그의 존재는 열차 안에서 부정되었다. 유폐되었다. 그의 첫 등장이 시체안치실을 빼다 닮은 감옥칸에서 이루어진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한편 오늘날의 문화 현상들은 코드에 의해 복잡하게 조직되어 있다. 이때 이항대립은 코드를 형성하는 기본 구조의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항대립은 기본적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지녔다.


이에 A.J. 그레마스는 이항대립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호사각형’이라는 새로운 툴을 제시했다. 기호사각형에는 4개의 항이 등장한다. 여기서는 대립뿐만 아니라 모순과 함축의 관계도 포괄한다. 이를 통해 각 항이 가지는 미묘한 차이와 모호함을 설명하는 것은 물론, 각 범주의 구성 요소 또한 체계적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20년>편을 과거의 SKT 광고들과 비교해보자. 2011년에 나온 <인빌딩> 편은 한 남자가 건물 안에서 통신 불량으로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하자 옆의 동료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SKT 로고가 새겨진 핸드폰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이 광고를 통해 우리는 SKT가 어떤 환경에서도 안정된 통신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편 쥬얼리 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광고에서는 여자가 SKT 핸드폰을 마치 고급 액세서리처럼 다루고 있는데, 이는 자사의 통신서비스에 명품 이미지를 부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타사와는 독보적인 품질의 우월성으로 자사의 브랜드를 포지셔닝 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금 소개한 광고들을 <20년>편과 함께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으로 도식화 해보자.



위의 도식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 SKT 브랜드 광고는 자사의 뛰어난 기술을 과시하는데 집중했다. 따라서  광고 속에서 소비자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그들은 SKT가 선보이는 기술적 성취에 열광하고 감탄하는 관객일 뿐이었다. 


하지만 <20년> 편은 감성적인 차원에서 자사의 브랜드를 호소하기를 택한다(참고로 감성적 스토리텔링은 광고의 소비자로부터 쉽게 몰입을 이끌어낸다). 이전까지의 광고의 주인공이 기술이었고 소비자는 그저 그 경연장에 초대된 관객에 불과했다면, <20년>편에서 소비자는 당당히 주체의 위치를 차지한다. 그들은 브랜드가 온갖 노력을 다해 설득 시켜야할 대상이며, 기술은 그런 소비자의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사명을 띠고 있다. 즉, 오늘날의 SKT 광고에는 기술과 인간 사이의 스킨쉽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2011년의 SKT는 그저 경쟁사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회사에 불과 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SKT는 소비자에게 어머니, 그 자체다. 그들은 한국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어머니 신화를 자사의 브랜드에 그대로 투영한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시던 우리의 어머니처럼, SKT 역시 고객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단 15초 남짓한 영상 속에서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이를 위해 광고의 기획자는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희생한 20년의 세월을 SKT가 고객들로부터 신뢰도 1위를 유지해온 시간과 일치시킨다).


통신이란 무엇인가? 2011년의 SKT에게 물었다면 그것은 어디서나 잘 터지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SKT에게 통신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소통 그 자체다. 



지금까지 SKT의 브랜드 광고인 <20년> 편을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로 분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해당 광고가 어머니와 아들을 고객과 SKT의 사이로, 모자가 함께 보낸 세월을 SKT가 신뢰도 1위를 유지해온 기간으로 그 의미를 확장하고 고정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해당 광고를 통해 SKT는 믿음직한 이미지를 획득하는데, 여기에는 한국 사회 특유의 어머니 신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다음 시간엔 SKT의 또 다른 브랜드 광고인 <인프라>편을 다뤄볼 예정이다. 동시에 기호학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의미작용Semiosis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의미작용은 기표와 기의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하나의 기호를 생산하는 활동을 말한다. 기호가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의미작용은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특히 마케팅의 핵심인 포지셔닝이 소비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브랜드에 대한 해석 활동이라는 걸 고려하면 의미작용은 굉장히 유용한 개념이 될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우리는 마무리 인사를 하는 게 좋겠다. 오늘도 수고하셨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도록 하자.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5화_'20년' 편 part.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