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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Sep 26. 2018

번외_'플로슈'는 누구인가

부제: 기호사각형

지난 시간, 우리는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을 실습해보았다. 의미생성모델은 하나의 기호(콘텐츠)가 어떻게 기획자의 의도대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도식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문화코드’다. 


한편 현대에 이르러 시장이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기업들은 타문화권을 상대로도 자사의 브랜드를 효율적으로 홍보할 방법이 필요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화권마다 관습과 배경이 상이하게 다른데 똑같은 브랜드 전략이 매번 통할 리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의 마케터나 광고기획자들은 해당 국가나 지역, 혹은 민족의 문화적 관습과 배경을 고려하면서 자사의 가치를 전달하는 맞춤형 광고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모티브가 문화코드인 것이다.


앞서 우리가 '쉐보레 스파크'의 광고를 토대로 작업했던 걸 떠올려 보자. 유럽 지역에서 쉐보레 사는 자사의 차량을 광고할 때 주요 타겟인 젊은 소비자들의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특성에 초점을 맞춰 코믹한 내용의 광고를 선보였다. 반면 한국의 쉐보레 광고는 할아버지와 손녀 간의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한 가족적인 내용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쉐보레가 한국의 문화코드를 가족애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마케팅 전략이나 콘텐츠 기획 분야에 있어서 문화코드가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가령 아무리 완성도가 높은 기획일지라도 그것이 타깃 대상들의 문화코드와 불일치한다면 그 콘텐츠는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해당 고객들의 문화코드와 일치한다면 그 콘텐츠는 흥행할 확률이 높다. 흔히들 말하는 1000만 클럽에 가입한 영화들이 전문가들의 혹평과는 그 성적이 무관한 이유이다. 따라서 우리는 문화코드를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호사각형'을 살펴봐야 한다.


앞서 두 차례 설명했듯이 기호사각형은 그레마스가 제시한 기호학적 개념으로 이항대립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대립의 관계에만 매달려 이분법적 사고에 그치고 마는 이항대립과 달리, 기호사각형은 모순과 함축 관계를 포함하는 의미생성 사고의 새로운 체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기호사각형은 이항대립의 제한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의미작용이 창출될 수 있도록 기호학적 영역을 제공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배치하여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효율성도 함께 제공한다.


특히 '장 마리 플로슈'는 이러한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 이론을 광고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분석하는데 적극적이었던 기호학자다. 시각기호학과 광고담론의 대가였던 그는 1980년대 프랑스의 시트로앵사가 제작한 자동차 광고를 분석하여 소비자가 자동차 구매 시 고려하는 가치와 시트로앵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갖는 관계를 기호사각형의 형태로 도출해내었다. 이를 통해 그는 광고 속에 투영된 소비자의 소비 가치가 기호학적 차원에서 유형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에 따르면 소비가치는 기본적으로 기능을 중시하는 '실용적 가치'와 운전자가 자동차를 소비함으로써 갖는 감성에 집중한 '유토피아적 가치'의 대립으로 시작한다. 한편 모순과 함축의 관계 속에는 자동차의 화려함과 세련됨에 집중한 유희적 가치와 자동차의 가격 등을 중점적으로 여기는 비평적 가치가 있다. 그는 1980년대를 기준으로 그 이전엔 시트로앵사가 자동차의 기능적인 측면, 기술적 혁신을 강조하는 실용적 가치 차원에서의 브랜딩 작업을 수행한 것에 비해 그 이후부터는 실용적 가치보단 감성적 차원의 유희적 가치와 유토피아적 가치로 포지셔닝을 전환 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정리하자면 마케팅 차원에서 기호사각형은 가치의 유형화를 이끌어내는 도구다. 그것은 광고 속의 문화코드를 도출 시켜주지 않는다. 대신 도출된 코드를 시각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가치와 기업이 설정한 포지셔닝 전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깐깐한 선택>을 떠올려보자. 한국사회 특유의 가족애를 핵심 문화코드로 삼은 광고 기획자는 안전성이라는 실용적 가치를 할아버지와 손녀의 관계라는 감성적인 차원의 영역에서 전달한다. <20년>은 또 어떠한가. SKT도 가족애 코드를 바탕으로 신뢰도라는 유토피아적 가치를 모자 관계의 감성적 차원으로 이야기 한다. 이렇듯 기호사각형은 소비자에게 기업이 자신들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그 방식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탁월한 도구다. 또한 기획자에겐 콘텐츠의 컨셉 설계와 포지셔닝 단계에서 좋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가령 당신이 새로운 콜라 브랜드를 런칭하려고 한다. 당신은 당신이 만든 콜라가 경쟁사의 어떤 음료수와 비교해도 맛으로나 향기로나 뒤지지 않을 것임을 안다. 실제로 내부 테스트에서도 맛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 코카콜라와 펩시 등이 독점하고 있는 콜라 시장에서 당신은 당신의 브랜드를 어떻게 포지셔닝할 것인가. 


우선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경쟁사들의 브랜딩 전략을 분석하여 기호사각형의 형태로 도식화 해보고 각각의 경쟁사들을 위치 시켜보는 것이다. 도식화 작업이 끝나면 당신의 손엔 일종의 지도가 들려 있을 것이다. 그것은 포지셔닝맵이다. 당신은 그곳에서 다른 경쟁사들은 시도하지 않았던 기호학적 공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엔 아무도 상대하지 않았던 고객들이 있다. 이제 당신에겐 적당한 컨셉이 하나가 정해졌다. 남은 건 그 컨셉의 맞게 소비자의 정서와 니즈를 고려하여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물론 플로슈의 이론과 언어가 쉽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막해할 필요가 없다. 그건 학자들의 영역이다. 아마추어인 우리는 플로슈가 기호사각형을 마케팅 담론에 활용할 수 있도록 유형화의 도구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는 것에 주목하면 된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브랜드와 제품의 포지셔닝 작업을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손엔 든든한 무기와 방패가 들린 셈이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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