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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Oct 17. 2018

8화_'인프라'편 part.2

#콘텐츠 분석: SKT 브랜드 광고 <인프라>편

이러한 의미작용과 함께 오늘 우리가 분석해 볼 콘텐츠는 SKT의 브랜드 광고 중 하나인 <인프라>편이다.


광고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재난 현장의 한가운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애를 쓰고 있다. 그들이 쓴 헬멧에는 SKT 로고가 박혀 있다. 이윽고 카메라는 평화로운 도시와 시골의 전경을 비춘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통화 목소리 위로 메인 CM송인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깔린다. 마지막 장면에는 SKT 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의 환한 미소와 함께 광고의 메인 카피인 ‘See you tomorrow’가 떠오른다.



맨처음 소비자는 광고 속에서 다양한 비주얼 기호 포착한다. 비주얼 기호 기본적으로 도상적인 속성의 변별적 자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특징(도상성)기호와 실제 대상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포착된다(이 과정을 우리는 ‘도상적 추론’이라고 부른다). 가령 애플의 로고는 사과와 모양이 유사한데 이것이 바로 도상성이다.


한편 도상성은 색채나 형태, 질감 등의 조형적 요소를 통해 강화된다(빨간색 사과를 파란색 사과보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지하는 것처럼). 이를 조형적 추론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도상성과 조형성의 상호작용은 소비자의 마음속에 공감을 유도하는 지각구조를 형성하고, 형성된 지각구조는 사람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명시적이고 직관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이때 획득의미는 소비자의 ‘기능적 니즈’와 연결된다.


<인프라>편의 경우, 오프닝 시퀀스에서 소비자가 인식하는 기호는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각종 재난 상황’과 그 가운데에서 ‘SKT 로고가 박힌 헬멧을 쓰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광고 속에서 SKT 로고는 소비자에게 SKT 브랜드 그 자체로 인식된다. 이러한 이유로 헬멧을 쓰고 일하는 직원들은 SKT 브랜드의 얼굴이 된다. 그들을 둘러싼 재난 환경은 일종의 조형적 요소로써, 극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다하는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을 더욱 부각시켜준다.


한편 이러한 비주얼 이미지와 함께 등장하는 ‘365일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자막은 일종의 정박(이미지의 함축 의미가 증식할 수 있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기능으로 작용하며, 이를 통해 믿음직한 기업의 이미지를 어필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은유, 환유, 비유 등 다양한 수사학적 장치가 기호에 개입한다. 광고 속에선 주로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나타난다. 스토리텔링은 수용자를 콘텐츠에 몰입시키는 효과적인 장치로서, 소비자의 정서를 자극하고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광고가 전달하는 가치를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내면화 하도록 만든다. 이때 광고 이야기가 전하는 의미는 소비자와 정서적, 심리적, 비기술적인 함축관계로써 소비자의 ‘정서적 니즈’와 연결된다.


그렇다면 <인프라>편이 전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안부’다. 앞서 말했다시피 <인프라>편의 오프닝에는 다양한 재난들이 등장한다. 이는 SKT 직원들의 헌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역할도 수행하지만, 다른 한편으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경주와 포항 지진, 천 화재 참사 등로 시끄러웠던 최근 한국 사회의 일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선 평화로운 아파트촌과 시골 마을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사람들의 통화 소리가 삽입된다. 이러한 연출은 재난 상황 속에서(특히 경주 지진이나 포항 지진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확인하던 시민들의 실제 경험을 환기한다. 또한 이 장면에는 ‘그날의 우리에게 중요했던 건,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였을 겁니다’라는 자막도 함께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광고 속에 함축된 문화코드(가족애)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화 단계를 모두 거치고 나면 소비자의 내면엔 상징적 의미가 형성된다. 즉,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SKT 직원들의 노력’이라는 기능적 니즈와 ‘재난 상황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통화가 주는 안도’라는 정서적 니즈 결합은 '사람(고객)을 위하는 믿음직한 기업, SKT'라는 상징을 만들어낸다.


상징은 최근의 각종 사건사고들을 지나오며 소비자가 지녔던 잠재적인 불안을 가상으로나마 해소시켜주며 안도감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한다. 그리고 이 상징을 통해 SKT는 '통신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기술이며, 이러한 이유로 기술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향하는 것'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전달한다.


이제 SKT는 소비자의 내면에서 ‘믿음직함’이라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포지셔닝에 성공한 것이다. 포지셔닝은 소비자의 인지활동에 의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해석 활동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호의 의미작용과 브랜드의 포지셔닝에는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SKT의 브랜드 광고인 <인프라>편을 기호의미작용과 연관 지어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작용을 거치며 SKT의 포지셔닝 작업이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 지도 살펴보았다.


SKT의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고객의 편의와 행복을 위해 언제나 애쓰는 믿음직한 기업일 것이다. 이를 위해 SKT는 가족애를 바탕으로 감성적인 광고를 제작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브랜드 포지셔닝 작업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바로 신화, 일명 ‘브랜드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로라 오즈월드가 쓴 <마케팅 기호학>을 보면 브랜드 신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로고는 회사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하며, 더 넓은 문화적 신화를 대신한다. 소비자는 그 문화적 신화를 브랜드, 특히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유명 브랜드와 연결시킨다. 브랜드 신화는 소비자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보다 더 큰 것을 전달하는데, 즉 그것은 상징적인 용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는 사회나 개인에 의해 설정될 수 없는 사회적 긴장(갈등)과 문화적 역설(모순)을 해소해 주는 이야기다.’


앞서 나는 브랜드의미전달을 통해 소비자의 상상적 욕구를 해소해주는 기호라고 말했었다. 그러니까 소비자는 브랜드가 전달하는 브랜드 신화를 통해 현실에선 해결될 수 없던 자신의 욕구를 가상의 차원에서 해결한다. 이 경험은 브랜드에 대한 만족감을 형성하면서 브랜드가 소비자의 장기기억에 브랜드가 저장되는 계기를 만든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 시간엔 브랜드 신화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보려 한다. 브랜드 신화에 대해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지만 그 중에서도 롤랑 바르트의 신화론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아마도 코드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다음 시간에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며, 안녕히.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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