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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노 Nov 28. 2018

10화_'DB그룹 컨설팅'편 part.2

#콘텐츠 분석: DB그룹-DB손해보험 광고

브랜드 신화란 무엇인가. 앞선 시간에서 나는 브랜드를 '의미의 전달을 통해 소비자의 상상적 욕구를 해소 시켜주는 기호‘라고 정의하였다. 브랜드 신화는 브랜드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믿음을 유도하는 일종의 잘 짜인 이야기다. 때문에 브랜드 신화의 요점은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가 주는 환상을 어떻게 믿게끔 할 것인가‘에 있다. 기업의 광고/마케팅 전략을 통해 브랜드를 접한 소비자는 광고/마케팅 전략이 전달한 브랜드의 이야기, 즉 브랜드 신화를 통해 자신의 욕구가 상상적으로나마 해소되었다고 믿는다. 이는 소비자에게 만족감으로 작용하여, 궁극적으로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장기기억 영역에 저장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의 마케팅 전쟁을 요약하자면, 그건 ‘누가 얼마나 더 근사한 브랜드 신화를 만드느냐’일 것이다.


이제 연습은 끝났다. 지금부터는 실전이다. 당신은 세계적인 마케팅 컨설팅 그룹의 신규 컨설턴트이다. 그런 당신에게 한 기업이 브랜딩 작업을 의뢰해왔다. 그 기업의 이름은 ‘DB그룹’으로 아직은 ‘동부그룹’이란 옛 이름이 더 익숙한 신생기업(?)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회사의 명칭을 바꾸면서, 역시 ‘동부화재’에서 새롭게 ‘DB손해보험’이란 이름으로 출범하게 된 계열사를 위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물론 첫 임무치고는 쉽지 않은 거물의 의뢰를 받은 게 아닌가하는 두려움이 들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당신에겐 든든한 조사원과 이제껏 공부한 기호학적 지식들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상의 서론은 각설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업무의 바다로 뛰어들도록 하겠다.

우선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DB그룹의 현재 브랜딩 전략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DB그룹에서 런칭한 세 편의 신규 광고(‘DB인의 의지’편, ‘SONG'편, ’김생민‘편)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브랜드 광고 ‘DB인의 의지’는 젊은 남성의 결연한 의지가 담긴 얼굴로 영상을 시작한다. 이윽고 거대한 잔디밭 위로 수많은 청년들이 DB깃발을 들고 함성을 지르며 달려가더니, 카메라는 부감 쇼트로 잔디밭에 드리워진 DB그룹의 새로운 로고를 비춰준다. 아마도 이제 막 탄생한 신생기업으로서 고객 만족의 강력한 의지와 약동하는 젊은 기업의 이미지를 어필하고 싶었던 듯싶다. 이 15초 남짓한 영상에서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기호는 역시 DB그룹의 새로운 로고이다. 태양을 연상시키던 기존의 로고에서 빨강, 초록, 파랑의 색깔을 띤 세 개의 반원을 배치한 새로운 로고는 도상적인 차원에서 'DB'라는 글자를 연상시킨다. 여기까지는 제법 흥미롭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애플의 유명한 사과 로고를 떠올려보자. 애플의 로고는 사과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고 ‘뉴턴이 중력의 법칙을 발견하는데 영감을 준 사과’라는 스토리를, 한 입 베어 먹은 설정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따먹은 선악과’를 연상시킨다. 이러한 스토리들은 외시된 표지그림과 상호작용하여 ’새로운 지식의 발견‘과 이를 위한 ’도전‘이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뿐만 아니라 사과의 색깔(은색)은 금속을 연상시키면서 IT기업인 애플의 면모와도 연결된다. 이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도식이다. 앞서 설명한 롤랑바르트의 신화론이 떠오르지 않는가? 롤랑바르트는 하나의 기표는 곧 다른 기표로 이어지고, 다른 기표는 또 하나의 기표와 이어지면서 복합적인 의미망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이를 통해 각각의 단계에 속한 기의들은 단순히 직관적이고 명시적인 의미에서 함축적이고 자연스런 의미로 나아간다. 애플의 로고 역시 그렇다. ‘사과’를 연상시키는 그림 기호는 뉴턴의 중력의 법칙 발견 일화, 성경 속의 선악과 등을 차례로 연상시키며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IT기업인 애플’이라는 이미지(혹은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DB그룹의 로고는 단지 ‘DB'라는 글자를 세계의 반원을 통해 형상화 시켰을 뿐, 기업이 내세우고자 하는 특별한 가치를 연상시키지 못한다. 물론 광고 속에서는 ’DB'가 'Dream Big'의 줄임말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긴 하지만, 광고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를 눈치 채기가 쉽지는 않다. 스토리가 부재한 상태에서, 단순히 로고만으로는 수용자에게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 광고인 DB손해보험 ‘Song’편은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DB손해보험의 로고가 박힌 전광판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별다른 행동도 없이 단순히 사람들이 찬송가를 부르듯 DB손해보험을 외치는 이 장면은 소비자에게 브랜딩 전략을 어필하기 보단 단지 브랜드의 이름을 각인 시키는 데에 중점을 둔 영상처럼 보인다. 물론 이 광고에는 ‘차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라는 기업의 가치를 암시하는 주요 카피가 등장한다. 문제는 이 카피가 광고 속의 영상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분에 영상 속의 노래와 카피는 각각 따로따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물론 이 광고를 보고나면 ‘DB손해보험’이라는 이름만큼은 소비자에게 기억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를 소비자에게 소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지 이름만 알려주기 위해서 광고를 만드는 기업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DB그룹의 두 번째 광고 역시 실패작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스튜핏‘으로 유명한 김생민씨가 등장하는 광고이다. 이 광고의 메인 모델을 김생민씨로 삼은 것은 사뭇 의미심장해 보인다. 김생민씨는 자신의 유행어를 이용하여 안전운전에 관한 특약할인을 홍보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모델이 지닌 합리적인 소비의 이미지를 자사의 타깃 고객들에게 전파하려는 의도이다. 그래서인지 광고 속에선 자꾸만 ’할인‘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강조한다. 물론 그게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DB손해보험이 내세우는 ’차보다 사람이 먼저니까요‘라는 카피와 어떻게 시너지를 이룰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대다수의 보험 상품의 소비자들은 단지 할인을 많이 해준다는 이유로 상품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들은 확실한 삶에 대한 안정성을 더하고, 만약에 남겨질 가족들을 위한 배려해서 보험 상품을 고른다. 그런 의미에서 DB손해보험이 무턱대고 할인특약을 강조하는 것은 ’저렴한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상품의 신뢰도에 대한 소비자의 의문을 제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신뢰 가는 상품이라는 이미지를 확립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할인특약의 어필은 무용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DB손해보험의 광고는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광고단가-http://blog.naver.com/prologue/PrologueList.nhn?blogId=empty0408&categoryNo=18

결론적으로 DB그룹-DB손해보험의 신규 브랜드 전략은 ‘양’에 기반 한 전략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잘못 되었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양에 기대는 브랜드의 소구 방식은 편리해보이긴 해도 홍보 효과가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횟수에 비례하는 만큼 막대한 비용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매체의 경로가 TV나 라디오에 한정되었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 SNS, 블로그, 유튜브 등 다양해진 오늘에는 더더욱 맞지 않는 전약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DB그룹의 이러한 신규 마케팅 전략엔 ‘브랜드 신화’가 부재 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나는 오늘날 마케팅 전쟁의 요점은 ‘누가 얼마나 더 근사한 신화를 만드는 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었다. 다시 말해 신화가 없는 브랜드는, 그리하여 흥미조차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광고는 SKIP의 늪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DB손해보험은 ‘포지셔닝’ 작업에 실패하고 만다. 기껏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여러 편의 광고들을 런칭해놓고도 결과적으로는 과거 동부화재 시절의 명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본 글은 '로라 오즈월드'의 <마케팅 기호학>을 기반으로 하였습니다.

※백교수님의 가르침,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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