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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Apr 19. 2022

언니가 왔다.


삼 년 만에 인천 국제공항에 왔다. 집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내내 '인천공항' 표지판을 따라오는 기분은 어쩐지 낯설었다. 어느새 낯설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익숙한 공항. 공항 근처에 가까이 왔을 때 마침 이륙하는 비행기를 보았다. 비스듬한 각도로 비상하는 거대한 그 탈것을 보는 순간 '아, 공항이로구나!' 실감이 났다.


삼 년 만에 보는 언니를 마중하러 왔으니 오늘은 출발층의 흥분은 보지 않기로 한다. 나는 오늘 오로지 도착층의 설렘만 보기로 말이다.

도착층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파란색 도착 스케줄 전광판이었다. 그 앞에서 서서 한동안 바라보았다.  먼 나라 어디에선가 돌아오는 사람들, 이 먼 나라 어디론가 떠나오는 사람들이 그 안에 모두 있을 것이다. 그들의 흥분, 설렘, 또는 두려움, 슬픔을 생각했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나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다음 행선지를 생각했었다. 우리의 삶은 다시 움직일 것인가. 다시 우리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그리운 이들을 만나고, 인생의 기쁨과 슬픔을 낯선 곳에서 나누는 일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팬데믹의 광풍속에서 그때가 언제일까 늘 생각했다. 물론, 아직예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막연하지만 적어도 전과는 다른 크기의 희망이 있으니 다행이긴 하다.


주변에는 다들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유학 갔던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가 있고, 멀리서 오는 부모를 기다리는 자식도 있었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섞여 언니를 기다린다. 언니를 만난다면 촌스럽게 울지 말아야지 생각한다. 하지만 혹시 부끄럽게도 조금 울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캐리어를 끌어 나오기 시작했다. 적당한 피곤과 들뜬 기대와 설렘이 담긴 얼굴로 말이다. 환영객들 사이에서 서로의 얼굴을 찾아내고 손을 흔들며, 포옹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숨은 그림찾기를 하듯 인파 속에서도 내가 찾는 얼굴을 알아볼수 있는 법이다. 나도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캐리어를 끌며 나오는 언니를 바로 찾아낸다. 손을 번쩍 들어 흔든다. 마스크 너머로 서로 웃는다. 그리고 이내 눈물이 터졌다. 

이렇게 코로나를 뚫고, 언니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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