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명원 Jul 13. 2022

초보 사과농장주

사과 농장주의 시작은 아이패드 펜슬에 씌우는 모나미 볼펜 모양의 커버 때문이었다. 그 커버를 씌운 아이패드의 펜슬은 통통하고 귀여운 모나미 볼펜으로 변신했다. 대부분의 처음이 그러하듯 아주 미미한 이것에 꽂혔는데, 막상 나는 아이패드를 쓰지 않으니 펜슬이 있을 리 없었다. 몹시 구미가 땅기는 얼굴로 펜 커버를 자꾸 보는 내게 딸아이가 말했다.

“이참에 아이패드를 써봐. 펜 커버랑 펜은 내가 사줄게. 그리고 내가 쓰지 않는 아이패드 케이스도 있으니까 그것도 주고. 엄마는 그냥 본체만 사면 된다고.”

입은 “에이, 아니야…. ”라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이미 나의 손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이패드를 클릭하기 시작했다.      


아이패드가 배송 오고 제일 먼저 한 일은 펜 커버를 끼우는 일이었다. 마치 그것 때문에 아이패드가 존재한다는 듯 펜슬에 모나미 옷을 입히고는 마냥 행복해했다. 사놓고 결국 전자책이나 읽게 되는 것 아닐까 했던 미니사이즈의 아이패드는 훌륭하게 그 역할을 했다. 한 달이 넘는 미국 여행 내내 어디서든 틈틈이 펜으로 아이패드에 글을 썼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가족들에게 말했다.

“딴 건 모르겠고, 아이패드는 본전을 제대로 뽑았어!”     


이렇게 난생처음 사과 농장주로서 첫발을 뗀 나는 차츰 사과나무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아이패드에 익숙해지고 나자 이제 핸드폰과 연동이 된다는 그 편리함도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나는 다른 물건을 그리 쉽게 사고 바꾸는 일이 없는 것에 비해 핸드폰은 신기종이 나오면 꼭 써보는 스타일이다. 

“핸드폰을 너무 자주 바꾸시는 것 아니에요?”라고 사람들이 내게 말했는데, 이상하게도 핸드폰 앞에서 늘 호기심은 폭발하고, 마음은 약해졌다. 그 덕에 세로로, 그리고 가로로 접는 폰의 편리함과 불편함까지도 이미 다 경험했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폰인가?      


핸드폰을 하나 고르면서 굳이 국수주의를 들먹일 것도, 사대주의를 끌어다 댈 필요도 없는 일이다. 내가 삼성으로 먼저 떠오르는 안드로이드폰을 오래 써온 것은 그것의 사용체계가 익숙하면서 새 핸드폰이 주는 새로움이 좋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페이의 그 편리함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일단 써보자! 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아이패드에 이어 아이폰,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애플워치까지 손목에 찬 사과 농장주가 된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그 모나미 펜 커버 하나에서 시작된 나비효과였다.     

 

이제 나는 오후의 햇살이 식어가는 시간이면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고, 손목에 애플워치를 차고 산책을 한다. 여행길엔 아이패드를 먼저 챙긴다. 핸드폰은 결국 거기서 거기겠지, 했던 것과 달리 그간 써왔던 안드로이드폰과 비교하면 생소한 점들이 많았다. 어떤 것은 편리하고, 또 어떤 것은 아직 불편하다. 새로 알아가는 재미와 놓고 돌아선 것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하는 기분이랄까. 

약정기간 동안만 사과 농사를 짓고 때려치울지, 아니면 뒤늦게 시작된 사과 농사의 길로 아예 나설지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난데없이 펜 커버 하나 때문에 풀세트를 장착한 사과 농장주가 된 마당에 나중 일까지야 어찌 알겠는가. 어쨌거나 초보 사과 농장주가 된 나는 지금의 사과나무를 잘 가꿔보기로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을 걷는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