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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Oct 18. 2022

미래인 오늘


처음 카톡이 나왔을 때 무척 신기했다. 문자가 당연했던 통신체계에 나름 사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요금도 들지 않는다니, 프로필을 꾸밀 수도 있다니…. 하며 환호했다. 단체카톡방의 편리함도, 프로필을 꾸미는 재미도 새로웠다. 

시간이 지나고 나자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원치 않는 단톡방에 가입해야 하는 일도 있었고, 생각 없이 꾸민 프로필 사진이 어느 순간 불편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톡은 이제 우리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넘어서는 그 어떤 영역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그랬던 카카오톡이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카톡이 멈춘다니!’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문제는 카톡뿐이 아니었다. 카카오 뱅크, 내비, 페이, 기프티콘 모든 카카오의 이름이 달린 것이면 다 멈추어 섰다. 우리 생활 속에 카톡이 어떤 크기를 차지하는가 새삼 생각해보게 된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프로 중 하나는, 일종의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프로였는데 신비하거나 혹은 신기한 것들을 보여주는 외국의 프로그램이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은 장면은, 그 언젠가 보았던 프린터였다. 그 당시엔 타자기를 썼는데 그나마 지금의 컴퓨터처럼 누구나 쓰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시절에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잉크 방울을 뿌려서 하얀 달걀 표면에 ‘EGG’라고 인쇄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뿌려진 잉크 방울이 톡톡톡, 정확하게 달걀 표면에 자리를 잡으며 스펠링을 완성했다. 해설이 나왔다. 지금은 평평한 표면에만 인쇄를 할 수 있지만,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달걀처럼 곡선이든 그 어떤 모양이든 관계없이 자유롭게 인쇄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어린 마음에 놀랍기 그지없어서 넋을 놓고 보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기술이 상용화된 것이 바로 ‘잉크젯 프린터’일 것이다. 요즘은 가정에서도 잉크젯보다 레이저프린터를 더 많이 쓰는 시대이다. 어느새 잉크젯 프린터의 시대도 넘어서고 있는 오늘은 그 시절 생각했던 미래이다.     


미래인 오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은 또 있다. 여러 해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오다이바의 전시장에서 시연하는 것은 전동휠이었다. 나레이터 모델이 전동휠에 올라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세상에, 바퀴 하나만 달랑 구르다니. 손에 잡은 것도 없이 그저 바퀴만 타고 다닐 수 있다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던 모델은 바퀴에서 내리더니 가방에 그 바퀴를 쓱 넣고 퇴장하는 퍼포먼스까지 보여주었다. 

그때 보았던 전동휠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흔하게 본다. 제법 속도감 있게 달리는 전동휠을 탄 사람들을 동네에서도 종종 보는데 그때마다 오래전 일본에서 본 그것을 생각하곤 했다. 신기술 중의 하나로 보여준 것이었지만 이제 신기할 것이 없어진, 미래의 오늘이다. 

    

새로운 것들은 자꾸 세상에 나온다. 상상할 수 없던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꿈꿔보지 않았던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세상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듯 끊임없이 움직이며 계속 빨라지고 편리해지고 발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카톡이 멈춰서자 일상의 많은 부분이 멈춰선 오늘, 기술의 발전 이면에 존재했으나 겪기 이전엔 실감하지 못했던 그림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발전하는 기술이 우리 생활을 얼마나 지배하는지도 함께.

물론 우리 생활의 에스컬레이터는 앞으로도 꾸준히 움직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시대에도 그 모습을 유지하며 제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들은 무엇일까 싶다. 미래인 오늘뿐 아니라 미래의 어느 오늘에도 여전한 모습으로 건재할 것이고, 또 그래야 할 그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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