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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Oct 25. 2022

그 꿈속에서

                            

나는 꿈을 자주 꾼다. 모두 나처럼 매일 밤 꿈을 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주위엔 거의 꿈을 꾸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 꿈을 꾸지 않는다는 사람은 잠드는 일이 쉽다고 말했다. 꿈을 많이 꾸는 것이 숙면과의 관계가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보기엔 등만 대면 바로 곯아떨어지게 생긴 나 같은 사람이, 사실은 늘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는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꿈과 잠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싶기도 하다.     


어젯밤 꿈엔 아주 멋진 집을 보았다. 집이라기보다는 건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했다. 지중해 어디쯤 세워놓으면 잘 어울릴듯한 흰색으로 외벽을 치장했는데 그 건물 벽을 따라 나선형 돌계단이 있었다. 그 부드러운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현관이 나온다는 누군가의 설명이 있었다. 기계로 표면을 갈아낸 듯 매끈한 질감이 아니라 마치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다듬어낸 듯한 멋진 계단이었다.

‘안은 얼마나 더 멋질까?’ 싶었지만 꿈속에서 끝내 그 집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안내자는 그 건물을 뒤쪽까지 세세히 보여주면서도 끝내 나를 그 집안으로 들여놓지는 않았다. 꿈속에서도 나는 그 건물이 너무 궁금하고 부러웠다.      


그가 다음에 나를 데려간 곳은 어쩐지 익숙한 동네였다. 한쪽엔 주택들이, 또 한쪽엔 아파트가 들어선 조용한 골목을 걸었다.

‘아니, 이곳은 내가 전부터 와서 살고 싶다고 했던 그 동네인데….’

꿈속의 나는, 안내자를 따라 걸으며 속으로 신기해했다. 어딘가로 그가 나를 데리고 들어갔다. 들어서기 전 외관이 어땠는가 기억나지는 않지만, 깔끔한 실내는 환했고, 소박했는데 굉장히 공기가 따뜻했다. 

“이곳은 원래 학교였어요. 아이들이 줄어서 학교가 예전처럼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이렇게 집으로 바꾸어 놓은 거랍니다.”

안내자의 말을 들으며, 나는 운동장에 나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따뜻한 공간을 품고 있는 마당도 봐야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잠이 깼다. 결국 마당은 보지 못하였다.     


꿈이라는 게 무엇일까 종종 생각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 뇌 일부가 깨어서 기억이나 정보를 무작위로 자동 재생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꿈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기도 한 프로이트는 과거의 기억 같은 잠재적인 요소가 꿈에서 표출된다고 주장했다.

나는 매일 꿈을 꾸지만 어떤 것은 일어나고 나면 간밤에 꿈을 꾸었다는 기억만 남아있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단편적인 한두 컷의 장면으로만 남기도 한다. 물론 어떤 꿈은 오래 기억이 선명하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나의 무의식이 상영되는 영화관 같은 것이 꿈이라고 한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간밤에 꾸었던 크고 멋진 그 건물을 다시 생각한다. 웅장하고, 견고해 보이면서도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아 아름다웠다. 특히 돌을 쪼아 만들어낸 것 같은 나선형의 계단은 그 돌의 질감이며 향기가 느껴질 것도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꿈속에서도 그 건물에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학교 건물을 고쳐서 만들었다며 안내자가 보여준 공간이 따뜻했고, 깨끗했으며 내가 언젠가 와서 살아보고 싶다던 동네였다며 신기해했지만 그래도 그 건물이 더 궁금했다.      


꿈이 우리의 무의식이라면 그 멋진 건물은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 건물은 내가 이루고 싶은 그 무엇일 수도 있고, 내가 갖고 싶은 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아니라면,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는 우스개처럼 그 큰 건물의 건물주가 되어보고 싶다는 야심이 내 안 어디에 도사리고 있는지도 또 모를 일이다. 

온종일 꿈속에서 보았던 멋진 돌계단을 가진 그 건물과 해가 쏟아져 오던 소박한 방을 생각했다. 그리고 끝내 보지 못한 큰 건물 내부와 소박한 방을 품은 마당, 그 두 곳은 과연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내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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