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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명원 Oct 10. 2023

괌으로의 여행 4

                               

괌을 찾는 관광객들이 괌에 기대하는 것은 다양할것이다. 섬전체가 면세구역이니 쇼핑천국이라며 기대하는 이도 있을 것이고, 얕고 푸른 옥색의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긴 추억을 오래 기억하게 되는 이도 있겠지.

이런저런 액티비티를 하지 않고, 그저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표였던 우리에게 괌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다가왔다. 괌에 오기전엔 매일 바다에 나가 산책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여행자는 이래저래 놀기바쁜 사람들이다. 늘 호텔창밖으로 푸르게 빛나는 바다릏 봤고, 그 바다에 해가 지는 풍경을 봤다.     


호텔 가까이에 관광객대신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다는 해변인 후지타비치가 있다고 했다. 투몬비치와도 이어지긴 하지만, 호텔들이 모여선 끝에 있어서인지 관광객이 없다고 했다. 관광객이 없으니 편의시설도 없어서 마치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의 논란처럼 이래저래 관광객도, 편의시설도 없어 현지인들만이 와서 노는 곳이라길래 호기심이 생겼다. 

호텔들은 대부분 투몬비치에 바싹 붙어있고, 해변과 호텔의 연결통로가 있어 늘 관광객들로 소란스러웠다. 게다가 호텔마다 바다로 이어지는 지점에 대부분 수영장이 있어서 하루종일 아이들은 바다에 면한 수영장에서 놀았다. 이런 소란함은 관광지에선 당연한 일이겠다.      


투몬해변으로 산책을 나갈까 하던차에 알게된 후지타비치로 향했다. 구글지도로는 감이 오지 않았지만 막상 걷다보니 호텔에서 제법 가까웠다. 주택가를 지나고 나니 멀리 바다가 보였다. 서핑보드르 들고 왔다갔다 하는 젊은이들도 보이고 흥겨운 음악이 들려왔다. 그 음악의 진원지는 현지인 가족의 타프였다. 그들은 작은 후지타해변을 거의 전세내듯 놀고 있었는데, 아이스박스에 음료를 잔뜩 쌓아놓고 타프아래 오디오에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까르르 웃으며 노느라 여념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일요일이었다. 여행자에겐 매일이 일요일이니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모래사장을 걸었다. 모래는 아주 연한 베이지색의 단단한 질감이었다. 우리나라의 백사장처럼 발이 푹푹 빠지지 않았다. 내친김에 바닷물속에 들어가 무릎까지 담그고 이리저리 첨벙대며 걸었다. 흥겨운 음악이 가까워지기에 보니 가족 중 아버지로 보이는 아저씨가 포터블 오디오를 들고 물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놀고 있는 아이들옆에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 그 위에 포터블 오디오를 두었다. 오디오아래에서 바닷물이 찰랑이고 흥겨운 음악은 파도를 따라 퍼져나갔다.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며 흔들흔들 팔을 휘저으며 걸었다. 아버지인듯한 그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는 씨익 웃더니 오디오의 볼륨을 높여주었다. 가뜩이나 흥겨운 라틴음악이 더 크게, 더 멀리, 더 흥겹게 퍼져나갔다.     

물속을 이리저리 걷다 나오는 길에 특이하게 생간 돌을 하나 주웠다. 산호가 부서진 조각이었는데 마치 나무도막처럼 생긴 것이 눈길을 끌었다. 집어들며 떠올린 건 ‘감사의 돌’이었다.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하는 s님께 ‘감사의 돌’이야기를 듣고 그 돌을 구경한 적이 있다. 캄보디아를 여행하다 주워왔다는, 그저 반들반들한 돌이었는데 그녀는 그것을 책상위에 두고 마치 토템처럼 볼때마다 작은 것,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을 늘 갖는다는 것이다. 그말이 떠올라 나 역시 나의 ‘감사의 돌’로 삼아야겠다싶어 그것을 집어들었다. 이 감사의 돌을 볼때마다 나 역시 괌의 바닷가, 일요일을 즐기던 현지인 가족, 햇살, 파도, 여행의 느긋한 시간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런 추억을 가진 지금에 감사하는 사람으로 살아보려고 한다.     


여행의 시간은 이렇게 늘 흥겹고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다. 인생의 시간이 늘 이렇게 여행의 시간처럼 흘러갈리는 없다. 하지만 여행이란 고속도로의 휴게소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휴게소가 있으니 쉴 수 있고, 다시 고속도로를 달릴 수 있다. 그길의 고단함과 졸음을 이겨내고 정체를 견뎌내는 것이다. 때로는 속도에 긴장해가면서 약속시간을 지켜야한다는 조바심을 내는 시간도 지나야한다.

그러니 아직은 며칠 더 즐기자. 괌의 바다는 잔잔하고, 햇살은 아직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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