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w매거진이 마지막 호인 '마감이 있는 삶'을 내고 종간한다. 2w매거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오랫동안 글의 언저리를 벗어나 있던 내가, 다시 꾸준하고 성실하게 쓸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지분이라고 말해온 웹진이다. 이번 종간호의 주제처럼 ‘마감이 있는 삶’을 꿈꾸게 해줬고, 또 살게 해준 곳이라는 거다.
오래전, 그러니까 1999년에 나는 작은 계간지의 수필 부문 신인 추천을 받았었다. 지금이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관행이지만 그때의 나를 놀래킨 것은 바로, 신인 추천작으로 선정되었다며 책을 '왕창' 구매하라는 몇몇 문예지 담당자의 이야기였다. 다들 아는 관행인데 어찌 너만 모르느냐는 식이었다. 몇 번 같은 말을 들었고, 같은 대답으로 거절했던 나날이었는데 나의 수필을 신인 추천작으로 실어준 그곳은 서너 군데의 문예지 중 유일하게 그런 것은 필요 없다고 했던 곳이었다. 그래서였나. 몇 해 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폐간된 그 계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련함 같은 게 있다.
쓰던 글을 멈추고, 읽는 일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는 않으며 보낸 세월은 길었다. 바쁘다는 핑계와 사실이 반반씩 섞여 세월이 흘렀다. 한번 멈춘 발걸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이라는 것은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쭉쭉 움직이는 무빙워크에 올라탄 것과도 같으니, 멈춰선 나는 멈춰있지 못하고 점점 더 뒤로 처지고, 멀어졌다.
이런 내가 다시 걸음을 내딛고, 시간이라는 무빙워크에 올라타고, 부지런히 걷고 달리고, 때로는 내 의지로 멈췄다 갈 줄도 알게 되었다. 이런 나의 발걸음에 힘이 되어준 도움은 여러 곳에서 받았다. 멈추었던 글쓰기를 다시 하기 위해서 여러 글쓰기 강좌를 들었고, 출판 수업에도 참여했다. 책에 관한 많은 모임, 글에 관한 많은 시간을 보낸 몇 년이 있었다. 그 모든 것은 내가 비용을 냈든, 그렇지 않든 나에겐 모두 도움이었는데, 그 중엔 바로 ‘2W매거진’도 있었다.
처음 2w매거진을 접한 것은 우연한 기회에 인터넷 서핑을 통해서였다. 매주 주제로 글을 모으고, 웹진을 발행한다니 대번에 관심이 꽂혔다. 그때 내가 처음 참여했던 호의 주제는 ‘봄의 이야기들’이었다.
오래전 동생이 떠나던 봄날을 썼다. 동생이 연기로 흩어지고, 장례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물끄러미 창밖을 내다볼 때 눈에 하나 가득 들어오던 노랗고 노란 개나리의 향연. 황망한 죽음에 그 어느 것도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었는데 그 노란 개나리 무더기를 보는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현실로 몰려들었다. 부서지듯 눈물이 터져 나오던 그 시간. 창밖에 한껏 피어난 개나리는 내게 있어 그런 것이었는데 그것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나는 매달 2w매거진에 투고했고, 감사하게도 스물두 번의 마감을 함께 할 수 있었다. 매번 다음 호의 주제가 공지되면 고민했다. 늘 혼자 떠올린 주제를 쓰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이런 내가, 누군가 주어지는 주제 앞에서 고민하면서 글을 만들어 내고 또 날짜를 지키는 규칙적인 글쓰기를 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지면이었다.
성실하고 부지런히 쓰기 시작한 덕에 나는 그간 단행본 두 권을 냈고, 또 다른 공저 두 권에도 참여했다. 전자책도 혼자 작업해봤을 뿐 아니라 몇몇 문예지며 사이트에 필진으로 이름을 종종 올리기도 했다. 이제 글쓰기 수업을 하고, 글쓰기 모임도 한다. 꿈꾸던 ‘쓰는 사람’이 된 것이다.
가끔 2w매거진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누구나 말하는 출판계의 어려움 속에서 웹진이라는 형태로 41호까지 발간을 계속해온 그들에 대해서. 웹진을 펴낸다는 것이 물질적으로 큰 것을 가져다주는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를 쓰면서 그 일을 해낸 그들을 생각했다. 매달 글을 모으고, 모은 글을 웹진으로 묶어 세상에 내어놓는 일을 해온 사람들을.
오래 글쓰기를 멈춘 핑계이면서 이유였던 일을 그만두고, 다시 쓰기 시작하면서 더 늦기 전에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해보겠다고 맘먹었지만, 당연히 모든 일은 다 어려웠다. 그 어렵던 시기에 나의 등대가 되어주었던 2w매거진.
웹진 2w매거진은 41호에서 멈추지만, 아마도 언젠가 또 다른 곳에서 조금 다른 얼굴의 2w매거진을 만나길 기대한다. 그때에도 나는 여전히 쓰는 사람으로 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거나, 좋아지거나 혹은 멋있어지지 않아도 괜찮다. 변함없이 쓰는 사람으로 우리가 만났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 안녕, 2w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