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까지 멀쩡하게 잘 사용했던 노트북이었다. 하지만 오전에 USB만 들고 도서관에 가서 작업을 하고 돌아와 내 노트북을 열었을 때, 뭔가 이상했다. 인터넷 접속이 되지 않았다. 뭐지? 싶던 짧은 순간이 지나고, 문제를 해결하려던 나는 그만 당황했다.
‘와.이.파.이.버.튼.이.사.라.졌.다.’
우리 집은 딸이 쓰는 방에만 인터넷 선이 들어가는 구조라 나는 랜선 대신 공유기로 서재에서 인터넷을 쓴다. 가끔 공유기가 인터넷 연결을 끊어먹거나 느리게 보내는 것 같지만, 그럭저럭 잘 쓰고 있다. 종일 인터넷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로 문서작업을 하므로 크게 불편한 것도 없었다. 하지만 잠깐씩 연결이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것과 아예 와이파이 버튼이 사라진 건 다른 문제다.
뭐든 궁금하면 네이버 검색을 먼저 하는 건 너무 당연한 순서인데,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으니 핸드폰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박사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크고 작은 문제들은 대부분 검색하면 해결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었군’하는 동지 의식이랄까 의지가 되는 에너지랄까 하는 것을 얻기도 했다. 이런 것은 인터넷의 순기능이 분명하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와이파이 버튼 사라짐’으로 검색하니 이미 나처럼 난처한 상황에 놓여봤던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흔한 문제로군, 하는 안도감에 뒤이어 무슨 말인지 알아먹기 힘든 해결 방법들에 절망했다.
그중 좀 쉬워 보이는 몇 가지 방법을 따라 해보았는데 소용없었다. 일단 급한 대로 랜선을 가져다가 딸 방에서 기다랗게 줄을 이어다가 노트북에 꽂았다. 현관 앞 딸 방에서부터 제일 안쪽 내 서재까지 마치 38선처럼 거실과 주방을 가르는 랜선이 길게 드리워졌지만 이렇게라도 일단 인터넷이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와이파이 대신 길고도 긴 랜선을 따라 다시 인터넷의 세계에 접속되었다. 삼십여 분 낑낑거렸던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노트북 화면에 뜬 초록 창에 심신 안정의 효과가 있는 것인지 다소 맘이 가라앉았다. 대체 인터넷이 없었을 때 우린 어떻게 살았던 거야. 혼자 웃음이 났다.
급한 대로 이메일과 몇 건의 일을 처리한 후 다시 사라진 와이파이 버튼을 되살리는 일에 몰두했다.
껐다가 다시 켜보세요.
시작 버튼에서 장치 관리자로 가서….
무슨 무슨 프로그램을 다시 깔아야 해요.
네트워크 초기화를 하세요.
점점 알아듣기 힘든 박사들의 조언 속에서 헤매기 시작했다. 댓글을 보면 누군 해결했다고 고마워하고, 또 누구는 똑같이 따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들 했다. 나는 결국 서비스센터의 전문가 도움을 받는 쪽을 택했다.
전문가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도움은 청하라고 있는 것이지.
(비록 부자가 아니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설마 시스템 초기화 같은 것을 하라고 하는 것 아닐까. (내 원고들을 백업해둬서 안심했다)
연결된 상담원은 (아마도 직업적인 태도였겠지만 ) 친절하고, 상냥했다. 열에 여덟은 해결되기도 한다는 첫 번째 방법을 내게 설명해주며 메뉴를 찾느라 클릭이 느린 나를 기다려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나의 와이파이 버튼은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그가 알려주는 대로 클릭을 거듭한 끝에 두 번째 방법으로 나의 와이파이 버튼이 살아났다.
“우와! 됐어요!”
감격에 겨운 내 목소리를 듣고 그가 웃었는데, 그 웃음은 상담원의 직업적인 친절이 아니라 살짝 못 참고 터지는 웃음 같은 거였다. 내가 어지간히 반가운 내색을 했음이 분명하다.
돌아보니 와이파이 버튼을 되살리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는 내가 증상을 이야기할 때 이미 어떤 상황인 줄 알겠다고 했다. 그의 조언대로 마우스 클릭 너덧 번에 내가 한 시간 가까이 검색과 헛된 시도만 반복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렇게 쉬운걸…. 했지만, 무엇이든 그렇다. 알고 나야 쉬운 법이다. 오죽하면 쉬워지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을까.
노트북 화면 하단의 와이파이 버튼을 물끄러미 본다. 어쩌면 그것은 무한의 자유이며, 동시에 무거운 족쇄이기도 하다. 물론, 방사형 안테나 모양의 그 와이파이 버튼 하나가 사라져 정신없는 한 시간여를 보내고 난 지금은 ‘마음의 평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