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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일기 - 박소영, 박수영 저

by 전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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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자매가 함께 글을 쓰고 책으로 엮었다. 이런 형식의 공저는 요즘 많은데 그저 여러 명의 저자가 함께 책을 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같은 환경을 공유하며 자라온 사람들의 서로 다른 성향을 엿볼 수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또 다르다.


이 책의 공동 저자인 자매는 동물 보호 활동을 한다. 특히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을 하는데, 그 일이 자매가 함께하는 사업이 될 만큼 돈이 되는 일이 아니란 건 해보지 않은 나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이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일리는 없다.

‘자매 일기’는 동물 보호 활동을 하는 자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은 절대 아니다. 뜻이 맞은 자매들이 하는 그 일의 어려움은 그저 언뜻언뜻 글 속에서 묻어날 뿐이다. 오히려 환경, 혹은 품은 생각에 관한 이야기가 더 많다. 나의 눈길을 오래 잡고 있었던 부분은 바로 ‘나이’에 관한 부분이었다.


<나는 후배나 동생들을 존중하고 존대할 줄 안다. 나이가 곧 그 사람의 경험치나 깊이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들을 존중하며 배운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먼저 태어난 것을 자랑으로 여기거나, 먼저 입학한 것을 권력으로 여길 수 없게 된다. 어쩌다 선배의 입장에 서게 된 경우에도 나는 그냥 내 할 일을 했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상대를 존중하지 않으려면,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존중받지 않아야 하니까.>


이 부분이 와닿았던 이유는 평소 나 역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엔 받는 것이 당연했다. 주변 사람들은 늘 내게 ‘어리다’는 이유로 베풀고 양보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이제 어디의 어느 자리에 가서도 더 이상 어리지 않다. 물론 나이로만 본다면, 상대적으로 어린 경우는 많지만, 그런 경우조차 더 이상 ‘어리다’는 것이 통하지 않는 내 나이가 된 것이다.


나는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나 역시도 그랬다. 어리거나, 젊은 나는 늘 생각했다. 손아래로 보인다고 아무에게나 반말하지 않을 거야.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 먼저라고 하지는 않을 거야. 쉬운 일만 하려고 들면 안 돼,

그런데 내가 막상 나이를 먹어보니 그때와는 또 다른 생각도 하게 된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맞는 걸까. 저들이 괜히 나를 우대하고 배려하느라 신경 쓰게 하는 건 아닐까. 나이가 들어가니 이처럼 사소한 일에도 의심이 든다.


내 나이는 오십 대. 누군 아직 젊다고, 누군 이제 나이 들었다고 할 애매한 나이다. 달리 생각하면 더 이상 젊지 않지만, 아직 늙지도 않은 나이. 이쯤 되니 ‘잘 늙고 싶다’라는 말이 허울좋은 베스트셀러 책 제목만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닌 나이다.

다시 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읽는다. 적어도 나는 손아랫사람들에게 존대하는 사람이긴 하다. 하지만 그들을 존중하는가엔 자신이 없다.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내 기준으로 남을 판단하지 말 것. 이것은 참 어려운 문제이다.


‘자매 일기’는 자매가 함께 자기의 이야기를 써서 엮은 책이다. 언니는 언니의 인생이, 동생은 동생의 인생이 책 속에 담겼다. 어쩌면 누군가를 존중한다는 것은 이처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책에 엮어내는 것과도 비슷할지 모르겠다. 각자의 이야기를 쓰고, 각자의 글에 저마다의 제목을 짓고, 지은이의 이름을 넣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글들을 모아 함께 목차를 정하고, 제목을 정하고, 표지를 정했을 것이다. 함께 자매로 자라나고, 같은 부모의 자식으로 살며, 동물 보호 활동을 같이한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다 순조롭고, 쉬웠을 리가 없다.

존중한다는 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러니 잘 나이 든다는 것은 결국 나 아닌 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는 과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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