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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 2

by 전명원

우리가 바르셀로나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그리고 구엘 공원. 결국 ‘바르셀로나 = 가우디’라는 공식이 성립한다. 나도 오늘 가우디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그 두 곳을 갔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풍경 속에, 그 인파 속에 내가 서 있는 시간이었다.


바르셀로나의 교통권은 다양하지만 그중 10회권을 샀다. 어제는 지하철만 탔는데 역시 여행지에선 버스가 좋다. 지하철보다 상하차 안내가 헷갈리긴 하지만 타고 다니는 내내 창밖의 낯선 시내를 보는 재미도 있고.

오늘은 하루 종일 시내버스로 이동하기로 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태그 기계가 두 종류여서 내가 들고 있는 교통권을 어디에 대야 하는지 당황하던 것도 금세 익숙해졌다. 종이티켓이지만 남은 횟수도 표시된다는 걸 알게 됐다. 구글을 들여다보며 내릴 정거장을 확인하고 일어서려니 대부분의 승객이 우르르 내렸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가는 그 노선에 관광객이 대부분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버스에서 내려선 이후에도 어디로 가야 할지 구글을 보지 않아도 된다. 모두 한곳을 향해 움직이는 터라 웃음이 났다. 저쪽인가 봐, 하며 그들을 따라 몇 발짝 움직이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눈앞에 거대한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나타났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사그라다'는 스페인어로 ‘성스러운’이라는 뜻을 가졌으며, ‘파밀리아’는 ‘가족’을 뜻하기 때문에 결국 ‘성가정 성당’이다. 그 유명한 건축가인 가우디가 설계했으며, 1882년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이 성당은 가우디가 1926년 73세의 나이로 고인이 되었을 땐 전체의 25% 정도를 완료했다고 한다.

성당 건축은 이후에도 진행과 중단을 반복했으며 가우디 서거 100주년인 2026년 이후 완공될 예정이라고 한다. 비용은 관광객과 신자들의 헌금, 기부금 따위로 충당하고 있다고 하니 내가 낸 입장료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공에 작은 돌 하나쯤은 얹은 것일까.


헉, 소리가 나는 거대한 규모의 성당 앞에서 사진기에 건물을 담는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성당 외벽에 가득한 부조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이었다. 어느 것 하나 일률적인 것이 없이 놀라울 정도로 섬세해서 표정 하나까지 오래오래 보게 됐다. 사람들은 계속 안으로 밀려들어 갔고, 성당 밖에서만 바라보며 눈에, 혹은 사진에 담는 이들도 많았다.

나는 성당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내부는 상상한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외관이 그 어느 성당보다 엄숙한 반면 내부는 다소 가볍고, 성당이라기보다는 마치 회랑 같은 느낌이었다. 외부만 봤을 때와 달리 내부를 보고 나니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당의 범주와는 또 다른 카테고리에 든 어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가우디의 건축물’이라는 카테고리.


성당 안을 이리저리 걸으며 가우디가 만들어낸 세계를 봤다. 벽면마다 서로 다른 스테인드 글라스의 색감. 곡선으로 이루어진 기이하고, 어쩌면 살짝 괴기스럽기도 한 내부를 신기한 눈으로 돌아봤다. 그러다가 우연히 제단 옆 바닥의 작은 창문을 통해 성당 지하에 또 하나의 성당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반지하의 창문처럼 생긴 그곳으로 아래의 지하 성당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침 미사 중이었다. 한동안 그 창을 통해 지하 성당의 미사를 함께 했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곳은 진짜 성당이었다. 가우디의 작품,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역작. 이런 수식어가 아니라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이름 그대로 ‘성당’임을 말해주는 풍경.


내부를 한동안 바라보다 나오려는데 제단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씩 멀어지는 그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뒤로 하고 나오며 생각했다.

아직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공사 중이다. 언젠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완공되었다는 뉴스를 보는 그날의 나는, 아마도 오늘을 떠올릴 것이 분명하다. 그때 좋았지, 그땐 젊었어, 라고 말하는 그날의 내게 오늘의 감동을 잊지 않고 전하는 내가 되길 소망했다.


차창 밖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멀어지고 시내버스는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가우디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구엘 공원.

구엘 공원의 넓은 테라스엔 유명한 타일 의자가 있다. 그 아래로는 구엘 공원을 보여주는 사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컬러풀한 도마뱀 조형물도 있다. 나는 구엘 공원의 테라스에 오래 서 있었다. 바르셀로나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 중심에 거대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우뚝 선 첨탑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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