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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오래 써요!

by 전명원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 간다”라는 말이 있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이 단거리경주라면 당연히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저마다의 인생이 다를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세운 크고 작은 목표에 닿으려면 얼마나 걸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다. 그저 어딘가에 있으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로 나아가는 일이 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멀리 가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처럼 멀리 가는 일엔 역시 함께, 같이 가는 일이 무엇보다 힘이 될 것이다. 격려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나는 매주 수원시 인계동의 경기 여성비전센터에 간다. 여성과 가족의 복지증진을 위하여 설치된 경기도청의 소속기관이다. 이곳 여성비전센터에서는 경기도민들에게 무료로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한다. 당연히 이용 대상으로는 개인적인 친목 모임이 아닌 비영리적인 목적의 모임이 해당되며, 상반기와 하반기 각 2회씩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커뮤니티로 선정한다. 이 커뮤니티로 선정되면 6개월 동안 안정적인 모임 공간을 배정받는다.

바로 이곳이 내가 ‘멀리 가기 위해’ 뜻을 같이 나누는 사람들과의 모임을 하는 곳이다. 우리는 ‘잔나비 글쓰기’라는 이름으로 벌써 여러 해 모이고 있다.


처음 시작은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던 2020년 즈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겁내던 시기였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배움과 나눔을 멈출 수는 없던 이들은 ZOOM을 통해서 모였다. 그 이후 팬데믹이 다소 진정되어 가면서 조심스럽게 대면 모임을 시작했고, 몇 차례 구성원의 변화를 거친 이후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가 잡혔다.

이제 ‘잔나비 글쓰기’는 매주 모여 서로의 글을 나누고 그렇게 나눈 글들을 모아 계절에 한 번씩 ‘쓰임’이라는 이름으로 다 함께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리 모임이 여러 해 이어지고, 꾸준히 쓰며, 출간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낼 정도로 자리 잡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함께 하는 분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 것이 가장 크다. 그리고 안정적인 모임 공간의 확보도 정말 유용했다. 거기에 더해 글쓰기 모임이지만 너무 무겁지 않은 편안함이 나는 좋다. 이런 여러 가지 조건이 한데 모여 우리 모임이 이처럼 여러 해 동안 뚜벅뚜벅 걸어올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매주 여섯 명 내외의 회원이 모여 서로의 글을 읽고. 다정한 감상도 나눈다. ‘글쓰기’라고 하면 사람들은 막연히 너무 어렵게 생각하거나, 특별한 사람들만이 하는 것 아닐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건 자기를 들여다보는 일이며, 마음을 꺼내어 놓는 일이다.

우리가 살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건 아니다. 그렇기에 글쓰기 모임의 시간은 소중하다. 이런 이유로 글을 쓴다는 것은 그림을 그리거나, 노래를 부르는 취미와도 어쩐지 결을 조금 달리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들이 모여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 ‘무엇’이 되는 건 아니다. 또한 굳이 ‘무엇’이 되려는 목적만 가지고 모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는 우리 모임을 통해서 좀 더 멀리 걸어갈 힘을 얻는다. 혼자라면 걷다가 멈추기도 하고, 어느 날은 뛰었다가 또 어느 날은 꼼짝 않기도 하며 불규칙한 나날이었겠지만 다 함께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매주 규칙적으로 걸을 수 있다.

그뿐 아니다. 혼자 걷는다면 내 눈에 보이는 풍경만 보았겠지만, 여럿이 함께 길을 걷다 보니 그들이 손으로 가리키는 새로운 것을 보고, 그들이 이끄는 곳으로 슬쩍 방향을 틀어보기도 한다. 역시 함께 걷는다는 것은 이런 점이 좋다.


매주 하나의 주제로 글을 나누는 우리 모임의 이번 주제는 ‘여행의 동행’이었다. 혼자 떠나기도, 혹은 누군가와 함께하기도 하면서 나는 그간 많은 여행을 해왔고, 또 하고 있다. ‘동행’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니 나의 기억에 남는 많은 여행과 함께했던 사람들, 혹은 친구처럼 가지고 떠났던 물건들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결국 글 한 편으로 남겨진 건, 그간 나와 함께 ‘글쓰기’라는 여행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쯤에서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함께 오래 써요.”

오래 쓴다는 건, 잘 쓰고 못 쓰는 것을 넘어서는 또 다른 영역이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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