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 수목원이 개장했던 초기에 지인의 공연이 있어 방문했던 적이 있다. 아직 자리가 덜잡혔구나 싶었지만, 큰 규모와 잘 정비된 주차장등은 굉장히 인상깊었었다. 얼마전부터 비슷한 시기에 함께 개장한 일월 수목원과 영흥 수목원의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곳에서 영흥수목원은 제법 가깝다. 맘먹고 운동삼아 걷자면 안될 것도 없는 거리이긴 한데도 선뜻 갈일이 없었는데 우연찮게 야간개장하는 영흥수목원엘 가게 된건 몇주간 일정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는 언니덕이라 할수 있다.
뭐든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가까이 있는 사람보다 먼곳의 사람이 더 정보가 빠르고 궁금한 것도 많은 법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언니는 영흥수목원의 이야기를 했다. 언니와 나는 어려서부터 수원에 살았고, 수원은 친정아버지의 고향이기도 하다. 수원사람인 우리들에게 예전의 수원은 이제 추억속에나 있다. 요즘 수원은 우리가 어렸던 시절과는 비교할수 없을 만큼 커졌고, 그만큼 달라졌으니 오래전 모습을 찾기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여태 수원사람으로 살고 있는 나역시 그러한데, 이미 미국에서 오랜 세월 살고 있는 언니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막상 영흥수목원 근처에 사는 나는 ‘좋다더라’ ‘크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고도 여태 초기에 어수선한 모습만 기억하고 나서지 않던 차였는데 언니의 말을 들으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궁금해하는 해외교포에게도, 가까이 있으면서도 찾을 핑계가 없던 수원시민에게도 좋은 기회니 말나온 김에 나서야 한댜. 우리 가족은 모두 저녁을 먹자마자 영흥수목원으로 향했다. 마침 영흥수목원은 11월 1일까지 야간개장을 한다고 하니 잔뜩 기대했다.
10월 중순을 넘어선 가을 저녁은 금세 어두워진다. 우리가 영흥수목원 주차장에 들어섰을때는 7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주차장은 넓직했고, 차들이 많았지만 빈자리는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소 한적한 주차장과는 달리 방문자센터 안으로 들어섰을 때 우리 가족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관람객이 굉장히 많았던 것이다. 방문자센터 내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보는 사람들,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내부는 또다른 세계였다.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며 보니 수원시민은 4000원 입장료에서 반액 할인을 해서 2000원이라고 했다. 특이한건 외국인 거소증을 가진 언니역시 국내 주소지가 수원이므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표를 끊고 수목원으로 들어서니 밤의 정원에도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뿐 아니라 개장 초기의 다소 썰렁한 모습을 기억하는 내게 이제 잘 정비된 수목원 정원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작은 개울과 폭포도 있고, 군데군데 수원의 상징인 청개구리 수원이의 캐릭터도 보인다. 환상적인 조명으로 빛나는 나무와 화단도 눈길을 끌었다.
사실 검색을 통해서 영흥수목원을 접한 언니가 가장 궁금해했던건 멋진 외관의 온실이었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알찼다. 수목원 자체도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골짜기 안에 길게 자리잡은 형태인데 온실역시 비탈길에 지어져서 내부에 들어서면 계단 없이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오르며 내부를 편안히 볼수 있는 구조이다.
밤의 온실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수목원을 둘러싸고 있는 근처의 아파트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막상 수목원은 제법 깊은 숲속 느낌인데 근처에 보이는 높은 고층 아파트 불빛들을 보면 이곳이 도심근처였지, 하고 실감하게 된다. 그처럼 고층아파트의 불빛과 수목원 정원의 환상적인 조명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였다.
관람객들은 천천히 걸으며 웃고 사진을 찍으며 다들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천천히 정원을 걷고 다시 방문자센터로 돌아왔다. 곳곳에 밤빛정원행사의 안내판이 있었다. 11월 1일까지라니 아직 한주 더 남은 행사인데, 공연도 있고 체험활동도 다양해보였다.
도심에 이처럼 크고 멋진 숲공원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멀리 가지 않고도 자연과 가까이 교감할수 있는 이런 공원이 있다는건 멋진 일이기도 하다. 외국에 살고 있는 언니에게도, 함께 한 우리 가족에게도 더없이 평화로운 한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