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을 다스린다’는 민화의 세계

by 전명원

두 해 넘는 시간 동안 아는 민화 작가님께 틈틈이 민화를 배웠다. 그동안 막연하던 민화의 세계는 꽤 다정하게 다가와서 본을 뜨고, 조색을 해서, 채색 과정을 거쳐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즐거움에 흠뻑 빠진 나날이었다. 하지만 함께 배우던 분의 개인 사정이 생기고, 작가님 또한 목디스크 등으로 건강에 좀 더 힘쓰셔야 하는지라 아쉽지만, 민화 수업을 접었다.

처음엔 이년 넘게 배웠으니 혼자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서너 장의 모란도를 본뜨는 단계부터 시작해서 완성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다. 이미 해본 모란도의 기억을 복기해서 흉내는 낼 수 있겠으나 그 이상 나아가기는 힘들겠구나 싶었다.


결국 나는 근처 주민자치센터의 민화 수업에 새로 등록했다. 그간 민화 수업은 지인과 함께 집에서 편하게 해왔기에 여럿이 모인 단체 수업을 앞두고 괜스레 긴장되는 마음이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도구를 가지고, 어떤 그림을 그리는 걸까. 또 다른 어떤 민화의 세계가 펼쳐질까 기대가 하나 가득이었다.

주민센터의 수업엔 열 명 남짓의 수강생들이 있었다. 이미 오래 수업을 받고 계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새로 등록한 수강생이었는데 다른 두 분은 민화를 처음 접해보시는 것 같았다.


수업은 그룹별로 이루어졌다. 어림짐작으로 처음 시작하는 분들, 어느 정도 해본 그룹, 그리고 작품활동까지 하시는 분들 정도로 나누어졌구나 싶었다. 나는 처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느 정도 해봤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수준이니 난감했다.

민화 선생님이신 이영아 작가님은 매탄4동 및 망포1동 주민자치센터의 강사로도 활동하신다고 하는데, 시원시원한 설명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마침 근처 영통구청의 영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신다며 팸플릿을 나눠 주셨다.


<제액(除厄) - 병오신년 액을 다스리다>


전시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아마도 신년이어서 더욱 다가오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팸플릿에는 다양한 호랑이 그림이 많았다. 궁금해진 마음에 수업이 끝난 후 전시회를 찾아갔다.

역시 팸플릿보다 훨씬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호랑이 그림이 많았다. 우리 민족과도 뗄 수 없는 관계인 호랑이는 민화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나 역시 작년에 호작도를 그려 현관에 걸어두고 있다. 하지만 내 그림은 그저 ‘뿌듯한 색칠놀이’ 수준이다보니 역시 작가님의 호랑이 그림과 비교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특히나 섬세한 호랑이 털의 터치는 굉장히 세밀해서 나도 모르게 한참 동안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영아 작가님의 이번 전시는 2026년 1월 2일부터 23일까지 이어진다. 가까이에서 부담 없이 이런 다양한 민화를 접할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액을 다스리다’라는 전시주제처럼 2026년 병오년 새해를 맞이해서, 그간의 액운을 모두 떨치고, 새해의 모나지 않고 따뜻한 기운만을 한껏 받아들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 주변에도 권하고 싶어진다.


내게도 2026년은 호랑이처럼 씩씩하게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뿐 아니라 호랑이가 액운을 물리쳐준다는 믿음처럼 올 한해엔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도 잡고 한해를 보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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