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1일!

by 전명원


글쓰기 수강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글쓰기 챌린지’라는 것이 화제로 떠올랐다. 나 역시도 그 글쓰기 챌린지를 오래 했던 적이 있는데, 그것이 꾸준한 글쓰기의 동력이 된다는 경험을 들려주며 다들 해보셔도 좋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하니 ‘그렇다면 내가 만들지’라는 데에 생각이 이르렀다. 미루지 않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렇게 해서 수강생들의 50일 글쓰기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어떤 분은 50일 중 40일 가까이 글을 올리기도 하시고, 또 어떤 분은 그저 읽기만 하신다. 글쓰기 수업을 받고 있지만 밴드 챌린지를 아예 하지 않으시는 분도 당연히 있다.


처음 50일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할 때, 무슨 일이든 처음은 늘 그런지만 그 끝은 멀게 느껴졌다. 그런데 50일이란 그렇게나 빨리 흐르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어느새 50일 글쓰기를 끝냈으니 말이다.

어떤 하루는 그냥 지나가지만, 또 어떤 하루는 오래 남는다.

어떤 하루는 추억으로만 있지만, 또 어떤 하루는 글이 되어 나뿐만 아니라 읽는 이의 하루 속에도 남게 된다.

50일 글쓰기의 하루하루는 그런 것이었다. 때로는 전자의 하루로, 때로는 후자의 하루로 지나갔다.

잠시 망설이다가 50일 글쓰기 챌린지 2차를 시작했다. 수강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다시 새로운 50일을 기록하고 싶은 내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새로운 50일 글쓰기의 1일 차를 써야지, 하고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봤다. 1일. 어쩐지 새롭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며, 두근대는 기분이기도 하다.


‘1일’을 생각하니 오래전 학원을 운영 할 때 초등부의 한 아이가 생각났다.

수업의 아이가 아니니 처음엔 복도에서 오가며 나를 좀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한두 마디 농담따먹기를 시작으로 그 녀석과 친해졌다. 어느 날 운동화 끈이 풀렸기에 묶어주며 내가 말했다.

"너 그거 알아? 운동화 끈 묶어주면 사귀는 거야. 이제 너랑 나랑 1일이다!"

나는 짐짓 웃음을 참으며 진지하게 말했는데 그때 초4인 그 녀석이 어찌나 당황하던지.

며칠 후 길에서 그 녀석과 한 무리의 친구들이 지나가는 걸 봤다. 귀엽게 인사하는 걸 보며 반가워하는 나를 보고 그 녀석의 친구들이 "누구야?" 라고 물었다. 그때 내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나? 쟤 여친!"

다음날 그 녀석이 학원에 오더니 원장실로 불쑥 들어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원장쌤! 우리 헤어져요. 저 힘들어요."

지금도 가끔 심각한 얼굴로 헤어지자던 그 녀석을 생각하면 혼자 웃음이 터지곤 한다. 생각해 보니 그 시절이 참 멀다. 귀엽던 내 어린 남친(?)은 지금쯤은 군대도 다녀왔겠네. 아…. 고무신 안 꺾어 신고 기다려 줄 수도 있었는데 말이야.


‘1일’이라고 쓰여있는 50일 글쓰기 밴드의 첫 시작 앞에서 먼저 떠올린 건 그처럼 웃음 나는 오래전의 추억이었다. 새로운 50일 글쓰기를 시작하며 생각한다. 이 50일은 또 어떤 추억과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우리가 매일의 모든 순간을 모두 기억하며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새로 열린 50일 역시 그러할 것이다. 다만 흐르는 시간이 바람이라면, 잠깐 손가락을 벌려 그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의 촉감, 숨결을 느껴보는 순간을 기억했으면 한다.

‘오늘부터 1일’

다시금 괜스레 설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운전면허증을 갱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