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perfect for me
나에겐 완벽한 그녀.
나의 첫째 아이는 손재주가 좋다. 재능이 뛰어나다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이렇게 글에 단정 지어 남기는 것도 조금 부끄럽다. 사실 여느 부모님들처럼 나도 속으로는 ‘우쭈쭈 예쁜 내 딸 이렇게 잘하다니..!’(내 아이기에) 하면서 눈이 매워질 만큼 깜빡거림을 멈추고 하염없이 쳐다본다.
그리기도 만들기도,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하는 첫째 아이는 갑자기 영감을 받은 유명 작가들처럼 방으로 뛰어들어가 뚝딱뚝딱 만들고 그리기 시작한다. 하루는 나와 담소를 나누다 갑자기 들어가 그림을 그리길래 설마 엄마가 뮤즈인가..?라는 재밌는 기대를 해보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엄마와의 대화도 작품의 주제가 되길 바라며 흥미로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아이가 6살이 되고 한글과 산수를 배우면서 나는 아주 재밌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숫자세기에 엄청 약한 것이다! 어느 정도냐면 한글은 곧잘 하는 딸아이에게 선생님은 너무 잘해 숙제도 복습도 필요 없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그러고서 아이의 산수에 대해 말할 땐, 나를 바라보시며, 조심스러운 톤으로 “어머님..수창(소리내어 숫자세기)은 꼭! 같이 해주셔야 해요. 라고 꽤 단호하게 말씀해 주신다. 참고로 선생님께서는 불편한 말도 돌려 아주 예쁘게 해 주시는 분이다.
사실 첫째 아이와 나는 선생님이 오시기 전 열심히 수창을 연습한다. 시작은 아주 씩씩하다. 이백일, 이백이 ...이백구. 아이의 말끝이 흐려진다. 나는 EBS 딩동댕유치원의 선생님처럼 이백구 다음이 뭘까아~?! 최대한 상냥하고 밝게 물어본다. 겨우 이백십을 대답한 아이는 쭉쭉 수창을 하다가 (9가 당돌하기 전까지는 기세가 상당히 좋다.) 또 이백십구에서 막히고 만다. 9 단위에서 10 단위로 넘어가는 부분이 아이에게는 꽤 어려운 것 같다. 그러고는 첫째 아이는 곤란한 눈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버리고 만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얼굴이 된 아이를 꼭 안아준다. 그러면 아이는 그제야 마음을 스르르 놓으며 내일 다시 해보자고 제안한다. 나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내일을 기약한 첫째 아이는 즐거운 그리기와 만들기, 그리고 피아노를 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세상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듯한 아이의 맑은 눈망울에서 완벽하지 못한 것을 찾는 과정은 눈물겹도록 감동스럽다. 물론 아이들은 커가면서 시시각각으로 바뀐다. 좋아하던 피아노 치기가 갑자기 지루해질 수 있다. 어렵던 수창을 갑자기 일등 어린이 웅변가처럼 막힘없이 해낼 수도 있다.
팔랑팔랑 배추흰나비처럼 뛰어다니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해 본다. 완전한 또는 온전한 사람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미술도 피아노도 수창도 모두 잘하는 사람일까. 부족함이 없어 단 한 명에게도 아쉬움을 주지 않는 사람일까.
어쩌면 이백구에서 이백십으로 넘어가지 못해 귀여운 웃음을 주고, 떨어지는 낙엽에도 영감을 얻어 휘리릭 도화지에 감정을 남기는 존재가 온전함에 가깝지 않을까, 무겁지 않게 생각해 본다.
부족한 것은 하하 호호 웃으며 받아들이고 부족하지 않은 것에 기뻐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가장 완전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 역시 아이들을 떠올리면 뭉클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등원한 아이들이 깊게 그리워지는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