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누나가 언제든지 지켜줄게!

비록 좁고 낮은 어깨지만

by 그유정

남편과 나는 대학교 캠퍼스 커플로, 8년의 연애를 끝으로 결혼했다.


남편은 똑똑해서 짬짬이 공부도 하며 성적도 잘 챙기면서 나를 만났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없는 성격인지라 공부를 반쯤 제쳐두고 팔랑팔랑 열심히 남편과 놀러 다녔다.


‘저 정도만 공부해도 저 성적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남편은 성적이 좋았다. 마지막 학년에는 장학금도 받았다. 어른스럽고 매사 책임감 있는 그의 모습에 결혼을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공부하며 일하며 생겼던 여러 가지 고민과 문제들을 털어놓으면 그는 든든한 조언자이자 해결사였다. 그렇게 우리는 8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고 가정을 꾸렸다.


엇, 그런데 결혼하고 1년, 2년, 3년, 시간이 흐르니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처럼 남편이 점점 아이같이 귀여워진다.


남편은 나에게 하루 속상했던 일들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우리 집 막내처럼 “나 서운하고 힘들었어. “ 하며 나의 위로를 기대하고 기다린다.


걷다가도 남편이 내게 팔짱을 끼기도 한다. 그럼 나는 남편의 손이 시릴까 봐 손을 잡아 내 주머니에 넣어준다. 남편보다 나는 키가 한참 작기에, 저 밑에 있을 수밖에 없는 나의 점퍼 주머니에 그는 손을 넣고는 몸이 반쯤 기울어진 채로 뒤뚱뒤뚱 걸어간다.


카페에 가서 나란히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내 어깨에 기대기도 한다. 좁고 낮은 내 어깨가 분명 불편할 텐데 장난스러운 마음인지, 진심으로 기댈 어깨가 필요했던 건지 꽤 오랫동안 기댄 자세로 머문다.


남편이 그럴 때마다 나는 “하하! 이 누나가 지켜줄게 언제든지 기대라고!” 이렇게 호탕하게 말해준다. (나는 사실 남편보다 두 살 어리다.)


그럼 남편은 은근히 나의 호기로운 모습을 좋아하고 의지하는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사실 우리 둘은 균형이 맞지 않았다. 보통 내가 남편에게 의지하고 남편은 나를 보듬어주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사람이기에 힘든 일, 기쁜 일, 슬픈 일 다 털어놓았다. 기쁜 일도 너무 자주 말하면 무뎌지는 법인데, 수많은 힘든 일, 슬픈 일 털어놓을 때마다 얼마나 많은 마음을 내어주었을까. 자기 몫을 지탱할 마음정도는 남겨 두고 내어주어야 했을 텐데. 둘 다 어렸을 그 시절, 마음을 조절하기에는 분명 서툴렀을 것이다.


옛날을 떠올리면 그에게 아련히 고맙다. 이제는 내가 남편의 마음이 쉬었다 갈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마음을 쓰는데 서툴다. 온 마음을 다 써서 기진맥진하기도 하고 정작 마음을 내어줄 시간엔 꽁꽁 싸매고 홀로 있기도 한다.


그래도 내 어깨가 그에게 필요할 때 기대 보라고 하려 한다. 내 점퍼 주머니가 따뜻하면 손 넣어 데워보라고 내어줄 것이다. 남편이 나에게 언제든지 마음을 내어줬던 그때를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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