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기분의 전환

노래 한곡이면 충분해요

by 그유정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물론 내가 자처한 일이다. 딱 15분만 일찍 일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모든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나도 아침 준비 시간은 총성 없는 전쟁판과 비슷하다. ‘딱 5분만 더 누워있자. 음, 8분만..? 이왕 이렇게 된 거 5분 더 추가다!’ 다 합하니 거의 15분 더 누워있었다.


가족들의 아침을 간단히 챙겨주고 옷을 꺼내준다. 막내의 세수가 잘 되었나 요리조리 살펴보고 첫째가 신은 양말이 틀어지지 않았나 각을 잡아주면 벌써 등원시킬 시간이 된다.


결국 딱 15분 늦었다. 설상가상으로 동네 공사로 인해 차는 한참을 돌아 아이들을 데려다주었다.


진이 살짝 빠진다. 아침 9시 30분, 이제 하루 시작인데 저녁 9시 30분인 기분이다. 내 텐션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다행히 별로 춥지 않은 오늘 아침, 씩씩하게 동네를 걸어 나간다. 10분 더 걸어 집 근처를 약간 벗어나 경복궁 건너편 통창이 근사한 카페에 들른다.


오전 11시 정도엔 우리집 수리 상담을 위해 손님이 방문한다. 걸어 돌아가는 시간까지 생각한다면 50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다.


15분 추가로 느려진 내 몸을 반짝 깨우기 위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창밖의 수십 년도 더 되어 보이는 잎이 다 떨어진 나무들을 바라본다. 경복궁의 담벼락과 어우러져 잎이 없어도 웅장하고 듬직해 보인다.


우직한 풍경을 바라보니 마음이 누그러진다. 그리고 갑자기 흘러나오는 차분하고 따스한 노래에 귀를 기울여본다.


가수의 이름도 노래의 제목도 모르지만 내 마음 너그럽게 해 주고 따뜻한 커피 한잔 맛있게 마실 수 있게 해 준 이 노래, 참 고마웠다.


바쁜 아침, 시끄러운 공사 소리 그리고 사소한 고민들은 언제든지 휘휘-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라고 노래는 나에게 나지막이 알려준다.


힘이 났다. 갑자기 솟아오르는 힘이 아니라, 세면대에 차오르는 물처럼 아래에서 위로 서서히 에너지가 차올랐다.


오늘은 이걸로 되었다. 아주 충분하다. 시계를 보니 겨우 10시 30분. 이제 일어나서 손님을 맞이하고 가족들을 챙겨야지.


노래 한 곡이 하루 24시간을 든든하게 지켜주다니. 운도 좋고 기분도 좋다. 그리고 발 빠른 나의 손가락 덕분에 노래의 제목과 가수도 알아냈다.



오늘은 이 노래 들으면서 못다 한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야지. 노래 한 곡이면 충분했던 차오르는 지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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