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크림도넛

달콤 쌉쌀 어른들의 간식

by 그유정

우리 집 아이들은 내가 말차 간식을 먹을 때마다 놀던 장난감들을 내려놓고 헤-하고 쳐다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웃겨서 일부러 아이들 앞에서 더 맛있게 신나게 먹는다.


내가 오늘은 말차크림도넛을 내일은 말차 빈츠를, 모래는 말차 쿠크다스를 꺼내먹어도 마냥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그렇다. 아이들은 말차맛을 이상하다고 느낀다. 풀잎향이 나면서 쌉싸름하지만 설탕의 힘으로 달콤하기도 한 말차 간식들은 아이들 입맛엔 오묘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달콤하지만 쓰고 떫떠름한 말차의 맛은 사실 어른들도 은근 호불호가 갈리는 맛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최근 말차로 만든 음식들이 대유행을 하면서 불호였던 사람들도 말차의 맛을 즐기기 시작했다. 원래 말차, 녹차 맛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기다리니 우리의 세상이 왔다며 열심히 더 찾아 먹을 것이다. 역시 나도 후자다.


말차가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못할 10여 년 전, 나는 녹차라테를 좋아하는 20대 초반 대학교 1학년 새내기였다. 물론 말차와 녹차는 재배 방식도 끝맛도 은근히 다르다. 하지만 쌉싸름만 초록 찻잎을 갈아 뜨거운 우유에 넣고 달콤한 시럽을 잔뜩 뿌린 그 향과 맛은 녹차라테가 가장 비슷하다.


아무튼 대학교에 입학하고 시작한 첫 주, 학교로 향하는 스쿨버스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뜨거운 녹차라테를 한잔 들고 탔다. 시럽이 들어간 녹차라테는 쓴 녹차의 맛을 잡아주기도 하고 더 강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달콤 쌉싸름한 녹차의 맛을 느끼며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갑자기 우리 과 선배가 앉았다.


얼굴과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그 선배는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머리에 리본을 달고 커피가 아닌 녹차라테를 들고 있었던 내가 너무 궁금했다는 그 선배는 학교에 도착하면 “커피 마실래, 녹차라테 마실래?” 하며 나의 것도 꼭 챙겨줬다. ‘녹차라테를 물어보니 녹차라테를 먹었으면 좋겠다는 뜻일까? 또 먹어도 괜찮겠지.‘ 부끄러움 많던 나는 이렇게 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8년을 연애하고 8년째 같이 지내고 있는 우리의 인연은 쌉싸름한 찻잎으로 시작됐고 지금은 그 찻잎이 들어간 간식들을 먹으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남편과 나는 떫고 쌉싸름한 시기를 같이 견뎠다. 하지만 향긋하고 예쁜 초록빛이 나는 시기도 같이 누리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녹차와 말차처럼 쓴맛과 부드러운 맛을 오갈 것이다. 처음 만났던 그때를 기억하며, 쓴 맛이 날 때는 시럽도 넣어보고 부드러운 맛일 때는 한 모금 더 먹어보며 그렇게 같이 나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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