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케이크 먹고 싶어요
첫째 아이가 설거지를 하고 있는 나에게 불쑥 흰 종이를 내밀었다. 아이가 내민 종이에는 ‘고민이 있나요?‘라고 쓰여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나보다 먼저 받아 적은 동생의 고민은 바로 “자석 장난감으로 자동차가 잘 안 만들어져요.”였다.
아이코, 장난감이 잘 안 만들어지는 것이 큰 고민이라니, 너무 귀엽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하루 종일 갖고 노는 장난감이 자꾸 망가진다면 얼마나 속상할까. 참 솔직하고 직관적인 고민이다.
‘음, 나는 뭐라고 적을까.’ 아이의 고민 종이에 적을 고민을 꽤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너희의 진로라고 할까. 엄마의 미래라고 할까. 아니면 다음 달부터 추가될 학원비라고 할까.‘ 아- 아무래도 나의 고민은 참 재미없다.
잘 생각해 보니, 나의 고민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고민이었다. 아이들의 진로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차차 드러날 것이다. 나의 미래는 끌리는 대로, 하지만 성실하게 살아가면 되겠지. 학원비는, 음- 다음 달 치니깐 다음 달 첫째 주 월요일부터 고민하면 될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 지금의 최대 고민인 것은 너무 답답하다. 그리고 속상한 일이다. 그 고민이 해결되는 디데이가 될 때까지 계속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과연 디데이에 고민이 말끔히 해결되고 앞으로 나는 고민이 없는 홀가분한 사람이 될까.
아니다. 아무래도 나는 프로 고민러에 생각은 흘러넘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 이라도 먼 미래의 고민들은 접어두고 오늘의 고민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둘째 아이가 지금 갖고 노는 자동차가 자석으로 잘 안 만들어져 속상한 것처럼, 나는 이 순간 무엇이 고민일까.
그것은 바로, ‘딸기 케이크가 먹고 싶어요.‘ 다. 나는 며칠 전부터 딸기 케이크가 먹고 싶었다. 딸기값이 비싸서 그런지 초콜릿케이크, 치즈케이크, 티라미수 등, 다른 맛들은 많이 보이지만 은근 딸기 케이크는 찾기 힘들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앞으로 잘 살아 나가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오늘 하루 잘 살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고민하는 게 좋을까. 바로 후식으로 딸기 케이크 먹기다.
아이의 학원비가 여전히 고민스러울지라도 아이들과 같이 케이크 먹는 시간은 정말 행복할 것이다. 오늘 하루 고민 바로 해결이다.
매일의 가벼운 고민들이 해결될 때 오는 작은 기쁨들은, 미래의 무거운 고민들을 버티게 해주는 고마운 아이템들이다.
내일부터는 나도 큰 고민들을 견디기 위해 작은 고민들을 해결해 보는 재미를 느껴봐야겠다. 그리고 큰 고민이 해결될 그날을 위해 지금은 즐겁게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