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봐야 하는 밥상

제일 예쁜 샐러드

by 그유정

나는 친한 친구가 두 명 있다. 우리는 ECC 삼총사다. ECC는 엄청난 뜻은 없고 그냥 영어학원 이름이다. 그렇다. 우리 셋은 영어학원에서 만난 친구들이다.


당시 우리는 모두 14살, 중학교 1학년이었다. 부모님들의 아이들 학업을 향한 깊은 관심으로 우리는 영어를 일찍 시작했다. 그리고 기대에 맞추어 곧잘 영어를 하는 아이들이었다. (나머지 두 친구들이 나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 아마도 내가 꼴찌인 것 같다.)


우리는 쑥쑥 자라 성인이 되었고 대학을 갔다. 그리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했다. 지금은 예쁜 아이들도 낳아 각자의 세상에서 알콩달콩 잘 키우고 있다.


일찍 결혼하여 아이도 제일 먼저 낳은 나는 사실 처음엔 외로웠다. 아이들 예쁜 마음은 언제든지 친구들과 나누었지만 아이 키우는 힘듦은 나누어주기 어려웠다.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불변의 진리가 있었지만, 왠지 나의 힘든 육아세상을 알려주면 친구들의 마음도 덩달아 슬퍼질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슬픔을 나누어 친구들에게 위로도 응원도 받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미리 육아의 매운맛 세계를 간접 체험하는 무시무시한 경험도 생기고 말이다.

그렇게 먼저 아이들을 낳아 키운 지 약 5년이 지나고 , 드디어 두 친구가 같은 해에 아이를 낳았다.


꼬물꼬물, 꼬순내도 나는 귀염둥이 두 아기를 보니, 내가 낳은 아기처럼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친구들도 사랑스럽고 친구들의 남편들에게도 고맙다.


그런 친구들이 오늘 우리 집에 놀러 왔다. 모인 취지는 집들이지만 속내는 귀여운 아이들 네 명이 모인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나는 아이 둘을 남편에게 부탁하고 오전부터 부엌에서 뚝딱뚝딱 식사 준비를 했다. 요리에 영 재주가 없는 나는 결국 맛없을 수가 없다는 삼겹살 구이에 된장국을 준비했다. 그리고 비장의 무기, 샐러드!


왜 샐러드가 비장의 무기냐면, 총천연색의 알록달록 샐러드는 일단 식탁 한자리를 차지하면 모양이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삼겹살을 갓 구워 친구들의 밥 위에 얹어주면 그럭저럭 속임수로 좋은 밥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차려놓으니 정말 그럴듯해 보인다. 그런데 앉아서 먹으니 생각보다 젓가락이 가는 음식이 몇 개 없다. 속으로 조금 웃기지만 그래도 둘러앉아 밥을 먹는 친구들을 보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순하고 착한 아기들은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울지도 않고 잘 논다. 아마 내 친구들을 닮은 것 같다. 부모님들만 팔이 안으로 굽는 게 아닌가 보다.


다음 만남도 봄에서 우리 집에서 갖기로 했다. 봄에도 고기를 구워 먹을 예정인데, 바로 또 비장의 무기가 나온다. 바로 우리집 앞마당에서다.


야외에서 굽는 고기 또한 맛없을 수 없다. 이번엔 샐러드 말고 무엇으로 눈속임을 해볼까. 벌써부터 따뜻한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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