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his films are still impressive
6개월에 한 번씩 나는 홍상수 감독을 검색해 본다. 왜냐하면 그는 평균적으로 6-7개월에 한 편의 영화를 개봉하기 때문이다. 신작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나왔구나.’ 하며 예고편과 출연진들을 살펴본다.
세간의 비난을 받을만한 굵직한 스캔들이 터지기 한참 전부터 그의 영화를 좋아했던 나는 기사들을 보고 꽤 큰 충격을 받았었다.
사실 그의 영화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강한 것은 사실이다.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각본을 거의 그날그날 써서 하루하루 영화의 결말을 만들어가는 것이 영화를 보는 내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불편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날 것의 느낌이 나는 장소와, 오가는 대화들은 화려하고 어려운 문장들이 전혀 없다. 하지만 찰나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긴장감과 집중을 요구한다.
이것 외에도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의 영화를 보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파악을 못할 때가 많다. 파악하지 못한 것이 그리 아쉽지는 않다. 그는 그것을 목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고 나서 ’뭐지? 뭐였을까‘ 하며 계속 곱씹어보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여러 혼란스러움, 비정확한 메시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소리‘다.
그의 영화 속 배우들은 항상 걸어 다닌다. 그냥 잘 닦여진 곳들을 걷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숲 속, 낙엽이 잔뜩 깔린 공원, 산의 오르막길, 눈 길, 얼음길 등등 밟으면 어떤 소리가 나는 곳들을 걷는다.
보통 영화들은 주변의 소음, 자연소리가 들어가면 대사를 방해할 수 있으니 소리를 제거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주변 자연소리, 사람들이 사부작사부작 내는 소리를 오히려 더 크게 담는다. 그럼 나는 나누는 대화보다 그들이 밟는 낙엽소리에 더 집중한다. 술을 따르는 소리를 듣고 부스럭부스럭 패딩을 고쳐 입는 소리를 느낀다.
아 알았다. 나는 그의 영화를 듣고 느끼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걷고 마시고 입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집중하여 담은 그의 영화는 ‘너도 우리처럼 살아있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 다리를 교차하며 걷는 것이 갑자기 느껴진다.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 보이고 울퉁불퉁한 흙길에 박힌 작은 돌들이 발바닥을 자극하며 바스락 소리를 낸다.
‘그래. 나 오늘도 살아 있는 게 맞구나. 영화 속 배우들처럼 추우니 목도리도 하고 주머니에 손도 넣고 씩씩하게 걷는구나.’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 오가는 대화, 행동, 그리고 결과물들보다, 소리. 그러니까 소리로 인해 느껴지는 감각들이 더 중요한 순간들이 온다.
살아있다, 살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꾸준히 느끼려고 노력해야 반복되는 일상을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의 영화는 나에게 소리로 버티라고 말해준다. 세상의 모든 소리는 다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