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챙겨가며 살아가는 삶
나는 어떤 것들을 덕질하는가?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나를 알아가는 부분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분명 10년 전까지만 해도,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고 나의 기분이 다운됐을 때 어떻게 하면 내 컨디션이 조금이나마 되돌아오는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를 잘 알았고 스스로도 회복 탄력성이 좋다는 것을 장점으로 뽑았었다. 전시를 보거나, 여행을 다니거나, 공원 산책을 하는 등.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시선은 여전히 아직 유효하여서 중간중간 소소한 웃음을 갖고 살아가며, 낭만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것도 좋아해서 사진을 찍는 재미도 여전히 갖고 있다. 또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을 느끼고 재밌는 영화/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으면서 여러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가는 그런 소소한 삶의 부가적인 양념소스들을 나름 누리며 살아가는 편.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좋아하던 것들도 어느새 조금씩 빛바래져가고, 내성이 생기기 시작함을 느꼈다. 어쩌면 그러한 것을 누리러 나감으로써 귀찮음을 감수할 정도의 나를 위하는 마음이 빛바래져갔는지도 모르겠다.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잘 느끼는 능력과는 별개로 기분이 꽤나 다운이 되거나 혹은 쓸쓸함을 느끼거나 지칠 때에는 그 소소한 것들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해져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사람에 기대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이 지친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헤아려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금세 기분이 나아졌다. 하지만 나의 힐링처를 사람에만 국한하게 되었을 때, 정작 그 사람으로 인해 힘들 때 내가 나의 기분을 그리고 감정을 달래줄 방법이 전무했고 또 그 사람이 떠나가버리면 덩그러니 빈자리만 남게 되는 것이 때론 더 나를 무너지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나를 꾸준히 알아가보려는 호기심, 내가 나의 눈치를 보는 것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애도, 학업도, 직장도, 성공도 아닌 '나를 꾸준히 돌보려 하고 나에게 꾸준히 관심을 갖는 태도'인 것 같다. 내가 나를 남 보듯 꾸준히 나의 기분을 들여다보고, 나를 부지런히도 움직이게 하고 정성스레 돌아봐야 하는 것. 어쩌면 내가 내 눈치를 살피면서 살뜰히 나의 감정을 알아봐주고 조심스러워하는 것.
예를 들어 이별한 후 힘들다고 식음전폐하고 누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의 감정과 기분을 알아채고 계속해서 나의 기분전환을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보기도 하고, 나의 생각을 배출하기 위해 생각날 때마다 좋아하는 공책에 메모를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일부러라도 쎄게 틀어놔주는 것. 새로운 환경에 주어졌을 때 더 큰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럼 낯선 여행지로 대뜸 여행을 떠나보기도 하고. 새로운 취미를 갖고 싶다면 나를 위해 기꺼이 몇 십 만원 투자를 해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서 점점 나를 계속 귀찮게 움직이게 만들고, 밖으로 내보내도 보고,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게도 해보고, 잡생각을 덜어내어 조금더 클리어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무거운 머리를 식힐 줄 아는, 내가 나에게 관심 갖는 꾸준력이 결국 나를 조금 덜 예민하고 포용력이 넓어져가는 사람이 되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