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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네리 7시간전

‘성장’은 하고 싶은데, 왜 성장하고 싶은지 모르겠어

성장매니아의 짧은 회고록

“OOO 분야에서 더욱 성장하고 싶어, 이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면접 시, 혹은 자기소개서 작성 시 자주 등장하는 단어, ‘성장'. 그리고 또 살면서도 자주 등장하는 그 이름. 長. 이룰 성, 길 장/어른 장. 이루고 자라나고 어른이 되어가는 그 과정. 힘들고 아프면서도 또 때로는 쾌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감정요소 중 하나인 듯 하다.




예전의 나는 성장매니아였다. 

지금 힘들고 아픈 것은, 다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일 뿐이니 지금 내가 힘든 것도 어쩌면 청춘의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던 때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성장에만 목매게 될 경우 지칠 수 있으니, 천천히 해도 되고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해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그냥 생각이 그런 방향으로 자라났다. 어떻게 하면 좀더 성장을 할 수 있을지, 중간 연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니어란 어떤 것인지, 윗선에서 보았을 때 일을 잘한다는 기준은 어떻게 해야 성립이 되는지...


그렇게 7년차가 되고, 3-4년차 때 성장의 맛을 한 번 경험한 이후로 쭉 나는 다음단계의 진화 스텝으로 가지 못한 채 몇 년간 계속해서 퀘스트를 깨는 중이다. 



왜 나는 성장이 하고 싶을까?

워낙 어릴 때부터 자기계발 서적을 좋아했고 위인전을 좋아했던 사람이기에, 사실 나는 왜 내가 그토록 성장을 좋아하고 누군가의 성장 스토리에 흥분을 하며 읽고 보기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딱히 명확한 계기가 있진 않다. 그냥 워낙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 때부터 그랬어서 그냥 그렇게 DNA가 탑재되어 태어난 사람마냥 그렇단 생각도 했는데 아무래도, 주어진대로 삶을 살아가기 보다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점과, 어릴 적부터 워낙 여러 방면에서 보통의 수준에 머물러 있던 것도 한몫 하다. 그래서 성장할 꺼리가 많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성취감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은 왜 성장이 하고 싶을까. 왜 누군가는 성장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혹은 존경하기도 하며. 그렇게 다른 양상을 보이는 걸까 싶은 생각도 한다. 세상에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무언가 열심히 하고 성장하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좋게 바라보며 그들의 열정이 부럽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빼기의 기술 또한 성장과정 중 필수 교양

요즘의 나는 쉬어가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힘을 빼는 기술을 익히는 중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성장의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나를 몰아세우며까지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없으며, 그저 낮은 단계의 퀘스트만을 조금씩 깨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단 생각을 한다. 좋아하는 걸 좀더 오래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금세 지칠까봐 나를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나에게 더 많은 성장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그건 상대의 바람이고 나의 바람은 내가 기준을 정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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