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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네리 Dec 14. 2024

'성장'이라는 이름 안의 남모를 그림자

인생에서 '성장'의 가치는 얼마나 중요할까

예전에는 '성장', '성장욕구' 등의 단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인생은,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이고 그렇게 조금씩 나에 대해 알아가고 내가 나를 성장시켜 나아가는 그런 재미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성장에 대한 집착으로 살아갔던 것만 같은, 나의 애틋한 20대. 그때 잠을 쪼개가면서 하고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쳐가면서 했던 것에 대해 일절 후회도 없고 그 시절의 나에게는 여전히 감사한 마음 한가득이고 그 누구보다 내가 더 그때의 나를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은 들지만. 그럼에도 지금 현재로써는 '성장에 대한 집착'은 결국 나에게 긍정적인 가치관만은 아니라는 생각인 것이다. 그렇다고 성장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집착으로 번져나가는 순간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내 자신에게 트랩을 끼우는 느낌이 든다 해야할까.


성장을 하고픈 욕심이 있을 당시에, 단순히 내가 만족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매우 컸었다. 내가 너무 잘하고 싶었던 분야이기도 하거니와 이왕 마음 먹은 거, 이왕 인생 한 번 살다 가는 거 그래도 유의미한 결과치와 아웃풋을 내고 싶었고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런 나만의 스텝 별 그림이 있었던 것이다. 이 나이대 쯤에는 이런 커리어패스를 갖고, 이런 자리에 가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 생각보다 치밀하게 커리어패스를 구체적으로 그려나가고 매번 고심해하는 사람이기에 한치의 오타나 내 기준의 선을 넘어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다가 그렇게 될 시 매우 많은 스트레스를 겪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되면 결국 나만 힘들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내려놔야 하고, 내가 하는 실수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가 어쩔 때는 눈감아 줄줄도 알아야 하고, 왜 그랬냐며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북돋아 주는 것이 필요한 것. 

욕망과 욕구가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없을 뿐더러 다른 사람의 만족감과 기대감을 채워주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혹살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사의 기대감을 어떻게 하면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내가 여기에서 더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시니어로 거듭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품고 여기저기 주변에 물어보기도 했었으나. 나의 자연스런 동기부여가 아닌 남의 기대감을 채워주기 위해 억지로 행하는 것은 결국 내가 나의 일을 더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장치만 될 뿐. 


지금의 나에게 '일'이란, 나를 가혹하게 하면서까지 이루고픈 욕망의 무언가가 아니라, 내 인생에서 지치지 않을 만큼의 마음으로 즐기면서 하고픈 나의 작업활동인 셈이라서. 아직까지 내가 누군가에게 가이드를 주고 오더를 명확하게 내린다거나, 제안서를 주도적으로 리딩하면서 잘 모르는 것에 대해 안다고 거짓말 치면서까지 인정받으려고 아등바등하기가 너무너무 싫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면서 조금씩 그렇게 일을 확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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