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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남 Feb 26. 2020

못다 한 프러포즈 I

내 아내

못다  프러포즈 


Scene #1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이는 어느 영화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사였다. 


오래전 한 여자를 우연히 만났다. 그 이후 이 문구가 평생 내 삶을 지배하고 있었다. 또한 지금까지 더욱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삶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무엇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살도록 동기부여를 했는지 참 신기하기만 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경영학과 사무실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다. 그 이후에도 가끔 그녀를 볼 기회가 있었다. 큰 키에 마른 그녀는 언제나 우수에 찬듯한 분위기에 늘 새침하고 잘 웃지도 않았으며 말도 없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리 친절하지도 않은 그녀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점점 내 마음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쉽게 가까이 가기 힘든 그녀의 분위기와 나의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더는 친해지지 못하고 오랫동안 그저 아는 친구로 지냈다. 

  

가끔 보고 싶을 때, 학사과정 문의 등을 핑계로 과사무실로 찾아가 보기도 하고 그런 일조차 없을 때는 그냥 찾아가 몰래 훔쳐보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밥도 여러 번 먹었다. 한 번은 내가 경제학 개론 시험을 치르러 가야 하는데 그녀는 그것을 모르고 자장면을 배달시켰다. 시험 볼 시간 직전에 자장면이 도착하니 참 난감해했다. 나는 그녀가 더는 당황하지 않도록 자장면이 불기 전에 시험을 치르고 오겠다고 하고 강의실로 가서 시험지에 이름과 간단히 답을 적고 번개처럼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참 철없는 행동이었지만 어쨌든 그 순간에는 잘 보이고 싶었다. 정작 그렇게 돌아온 나를 보고 어이없어했지만…….


어느 날은 그녀가 울면을 시켰는데 아무리 먹어도 면이 줄어들지 않았다. 이미 꽤 배가 부른 눈치였는데도 꾸역꾸역 먹고 있는 그녀에게 “친구, 배부르면 그만 먹어도 돼.” 했더니 비로소 활짝 웃으며 젓가락을 놓았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아름다운 모습이 가끔은 눈에 아른거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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