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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티 May 25. 2021

해뜨기 전부터 노래를 세차게 부르는 너는 누구냐

일출 전에 더 바쁜 애들이 있다

오늘 새벽에 너무 일찍 잠이 깼습니다. 2시30분정도였던거 같아요.


핸드폰을 옆에 두고 자지 않는데 어제는 브런치 알림이 떠서 침대에 누워 브런치 글을 잠깐 읽다가 침대 옆에 그냥 놓아두고 잠이 들었어요. 아침에 눈을 뜨니 핸드폰이 보이더군요. 거기에 새벽 2시라는 02가 보입니다.


'에효, 너무 이르네.'


겨우 3시간도 못잔 것 같아요. 언제부터인가 잠이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가 어려워요. 엄마를 보며 왜그러시나 했는데, 제가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중간에 깨지 않고 6시간 이상 자면 '굿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오늘 일러도 너무 이른 시간에 깬 겁니다.


불을 켜고 책을 집어들으려니 일이 너무 커질 것 같아 그만두었어요.

그래서 핸드폰 켜고 브런치 글을 읽기로 해요. 저의 작가님들이 글을 별로 안올리셨네요. 브런치 홈에서 눈에 띄는 글들을 웹서핑하듯 읽어댔어요. 시간이 참 잘 가더군요. 후딱 2시간이 지났어요.


'안되겠다. 잠시라도 눈을 붙여봐야 돼.'


다시 잠자리에 제대로 누웠습니다. 새벽 4시30분쯤 이예요.

그런데, 말이예요. 글쎄 세상이 시끄러운 걸 그제야 알았어요.

브런치 글 읽느라 못느끼고 있었던 게 분명해요.

이미 한참 전부터 노래를 시작했는데 저는 모르고 있었던 거예요.


새들의 합창 말이예요.


1분간 동트기 전 새벽 새들의 합창을 들어보세요. 도대체 몇 마리가 노래하고 있는 걸까요?




새들의 시간은 어둠속에서 시작된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베란다문을 밤에도 열어놓고, 방문도 열어놓기 시작했어요.

그제 밤에 열어놓고 잤더니 아침에는 좀 차갑게 느껴져서 어젯밤에는 베란다 문은 열어놓고 방문은 닫고 잤어요. 그런데도 집 앞 숲에서 노래하는 새소리가 베란다 너머 제 방까지 세차게 들어오고 있네요.


'문이 열렸나?' 하고 다시 문을 체크했지요. 그런데 문은 닫혔어요.

새들이 얼마나 힘있게 노래하는지 너무 우렁찬 합창 소리네요.

이런 것도 모르고 이 소리 속에서 매일 자고 있었던 거예요.

물론 방음이 잘되도록 나오는 이중유리섀시를 두 개나 닫고 있으니 가능했던 거겠지요.


'지금 몇시인데, 저렇게 울지?'('노래하지?'가 아니라 '울지?'하고 물어보게 되네요)


이런 생각을 하다가, 어제 읽은 책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어요.

새 시계에 관한 내용이예요.


새들이 노래하는 시간을 정리해놓은 건데, 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일출이라네요.

일출 전후로 새들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하는데 해뜨기 전 어둑한 시간부터 벌써 노래하는 부지런한 새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자연 수업>을 쓴 독일작가 페터 볼레벤은 다음과 같이 새들이 노래하는 시간을 알려주고 있어요.


새의 종류별로 제각각 노래하는 시간이 있다.
종달새는 아직 어둑한 시간에, 일출이 한시간 반이나 남을 때부터 노래한다.
다음은 작은 딱새가 노래하고 일출 한시간 전에는 지빠귀가, 30분 뒤에는 솔새가 공연하다.
지평선 너머로 해가 보이는 순간부터는 모든 새가 새벽 합창 공연에 합류한다.  


새들은 아침에 많이 울기에, 아침이 새들의 시간이라는 걸 진작부터 알고는 있었어요.

그런데 정확히는 아침이 아니라 해뜨는 시간이 바로 새들의 시간인 거지요.

일출 전후가 가장 새들의 노래소리가 커지고, 새들 별로 오전 특정한 시간에 집중해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고 합니다. 누구한테 과시하냐고요? 연인과 경쟁자들에게 존재감 뿜뿜임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답니다.


어둑한 새벽시간 숲 옆에서 베란다 문 열고 새소리를 담아봤어요.

해뜨기 전부터 새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래하고 있는지 동영상에서 느끼셨나요?

숲 속에 들어가지 않고 숲 건너편에서 바라보고 찍은 건데도 많은 새들이 정말 우렁차게 노래하고 있네요.


오늘아침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일출시간은 5시12분이었어요.

새소리를 찍은 시각은 오전 5시 채 안되었을 때고, 일출이 아직 시작되기 전입니다.

동터오기 전 하늘은 희뿌옇게 밝아지고 있습니다.





새가 노래하는 이유는?


숲을 다니다보면 시각담당은 나무와 꽃, 풀들이고요.

청각담당은 바람, 물, 새예요. 그 중 으뜸은 역시 새소리지요.

새는 항상 숲을 지키는 생명체이고 바람이나 물은 왔다갔다하며 숲 소리를 풍부하게 하는 화음쯤으로 볼 수 있잖아요.


새소리를 듣다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지요.

쟤네들이 노래하는 건가? 우는 건가?

그리고 저런 소리를 내는 의도는 무엇이지?


이번에 확실하게 새들이 노래한다는 걸 알았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노래가 아니지만, 확실하게 우는 건 아니예요.

새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소리를 낸다는 데, 홍보하려면 노래해야 되겠지요?

울면 경쟁자들한테 지고, 연인들도 찾아오지 않잖아요.

울면서 내 힘을 내보이거나 자신을 홍보할 수는 없으니까요.

 

새가 노래하는 것은 개가 동네의 도로 표지판 기둥에 오줌을 쌀 때 뒷다리를 드는 행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 즉, 둘 다 자신의 영역을 주장하는 행동이다. 새의 노랫소리는 사실상 한순간에 끝나는 행위인 까닭에 계속 반복되어야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들의 노랫소리가 경쟁자인 다른 수컷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기본적으로 이런 내용이다.
"꿈도 꾸지 마! 여긴 내 땅이라고!"
반대로 암컷들을 향해서는 자신이 힘세고 사내다운 배우자감이라고 홍보한다.
새들 대부분이 일제히 노래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페터 볼라벤은 새들이 노래하는 이유를 이렇게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그러니까 새들은 나름 생존 투쟁의 일환으로 새벽부터 열심히 소리를 내고 있는 거예요.

영역을 지키기 위해,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열심히 노래하는 거지요.

진정한 '아침형 생명체'로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네요.




독일의 환경교육 사이트에 들어가서 새시계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새들의 노래 시간표가 나온답니다.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링크를 남겨요. https://www.biologie-wissen.info



* 맨위 사진 : PixabayEvgeni Tcherkasski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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