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라는 물줄기가 인도하는 목표


5월 1일 목요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랜만에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듣는다. 그중 ‘철수는 오늘’ 코너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우리는 꿈은 이루어진다고 너무 쉽게 믿어왔던 것 같다. 꿈이 이루어지는 기적 같은 일을 겪고 나니, 우리는 용기 백 배에서 어쨌든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단지 좋아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재질과 재능에 상관없이 꿈을 꾸고, 그 꿈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일이 많아졌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무엇보다 열정과 에너지가 샘솟는다. 덕분에 신나게 그 일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몰입과 집중도 덤으로 이루어진다. 즐거움은 창의력으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단지 좋아하기만 해서는 어느 단계에서 벽을 만나게 된다. 그 벽은 노력으로 쉽게 넘을 수 없어, 사람을 좌절하게 만든다. 철수는 오늘, 그림책 속 토끼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

마루야마 나오의 [빵이 되고 싶은 토끼]에서 토끼 삐뽀의 꿈은 조금씩 수정된다.

빵을 좋아하는 삐뽀의 꿈은 자신이 빵이 되는 것.
무조건 빵집에 찾아가 “자, 어서 나를 빵으로 만들어주세요!” 부탁하지만 당연히 거절당하고 쫓겨난다.
“토끼가 어떻게 빵이 돼?”
파티시에가 자기를 빵으로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스스로 빵이 되어야겠다고 삐뽀는 열심히 노력한다. 온몸에 밀가루를 뿌리고 귀에는 잼을 바르며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지만, 토끼는 빵이 되지 못하고 몸살만 얻는다. 그러자 빵집 아저씨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한다.
“빵이 되는 대신 빵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
애초에 품은 꿈을 위해 초지일관 애쓰는 대신 꿈을 수정해 새로운 목표를 세운 토끼 삐뽀.
삐뽀는 토끼빵을 만드는 토끼가 되어 성공과 인기를 누린다.

오늘은 5월 1일. 야심 차게 시작한 2025년이 벌써 3분의 1이나 지났다. 아무리 후한 평가를 내리려 해도 지난 네 달, 새해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리한 일이 많다. 어쩌면 목표 달성을 위해 매달리기 보단 부분적으로 목표를 수정하는 게 필요할 지도 모른다. 빵이 되고 싶었던 삐뽀가 빵을 만드는 토끼로 꿈을 수정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목표를 수정하고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철수 아저씨의 걸걸한 목소리는 언제나 담백하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언젠가부터 삶을 규정하지 않게 되었다. 인생의 파도가 너무 거세져버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나는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다만, 거센 파도 속에서도 물이 흘러가는 큰 방향만은 놓치지 말자고, 그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고 생각하고 있다. 그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늘을 살아내는 것.

내가 낼 수 있는 힘만큼.

나는 글을 쓰고, 글을 읽고, 나눌 수 있는 만큼 사람들과 하루를 나눈다.

그 하루들이 언젠가는 나를 평온한 심연으로 인도하리라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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