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하다

가게도 나도, 야단났다.


어린이날을 끼고 긴 연휴가 이어져서인지,

가게가 많이 한산하다.

장사 처음에는 이렇게 한산한 가게가 불안의 집합소가 되었는데,

이젠 통달해서인지,

이거 야단 났다.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빈 가게 안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멍하니 모니터 화면을 마주하고 있는 나를 느낀다.

내 머릿속에는 이 하얀 종이 위에 무엇을 쓸까 뿐이다.

어느 날은 책을 펼쳐 들고 앉기도 한다.

바깥에서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통창 덕분에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 가게가 밥집인지, 카페인지 잠시 혼동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나저나, 오늘은 한산한 가게에 앉아 반대로 내가 창 밖 풍경을 본다.

5월 초여름 치고는 다소 싸늘한 바람이 불지만,

이미 초록을 입은 나무들 덕분인지 쌀쌀하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한 기분이 든다.

양 방향 도로를 구분 짓는 가로수 나무들이 시원한 바람에 나뭇잎을 나부낀다.


연휴는 연인들의 날이다.

빨간 날의 의미가 어떻든, 연인들의 날이라는 걸 이미 빨간색이 쳐져 있는 글자가 말해준다.

빨간색이지 않은가.

예전에는 연애를 시작하는 연인들이나 한참 진행 중인 연인들을 보면서 참 풋풋하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많이 지쳐선지, 혼자여도 좋은데 굳이... 하고 있다.

진짜로요, 이 나이 되면 왜 혼자 살지 않았나 생각하게 된답니다, 젊은 여러분들.

연애가, 결혼이, 결혼 생활이, 지치는 때가 온답니다요, 콩깍지 씌여 있는 지금은 믿지 못하시겠지만.

우리 가게 옆집에 오코노모야끼 사장님도 한창 연애 중이신 것 같은데, 모쪼록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통유리창 밖 하늘이 점점 어둑해진다.

쓸쓸하게 차오르는 시간.

하얀 화면을 채울 말들을 정리하는 시간.

연애보다, 사랑보다, 평화롭고 충만한 시간.

나이 든다는 게 어느 모로는 다행이다 생각이 드는 시간.

한산한 가게가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하는 순간.

야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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