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의 계절


음식 장사를 하다보면 족저근막염과 손목터널증후군, 건초염, 편두통은 숙명처럼 따라온다. 족저근막염은 장사를 하기 전에도 있던 지병이긴 했지만, 장사를 하고 난 후에는 조금 더 심해져서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까지 가는 모양새가 좀비의 걸음걸이가 따로 없다.

나도 남편도 아침엔 좀비영화의 티저 영상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시간에 반려견 산책을 나가려는 이유는 단 하나.

하루 중 명상과 제대로 된 일광욕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토란이와의 산책은 여러모로 힐링이다.


며칠 전에 아침 산책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엉뚱한 생각이다.

하늘을 향해 솜털 같은 꽃잎을 뭉텅이로 피운 하얀 꽃나무가 꼭 솜사탕 같아, 천사들의 간식처럼 보였다. 천상이니 천사니 하는 것의 실체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존재한다면 지상의 봄은 천사들에게 일 년을 날 수 있는 만찬의 계절이 아닐까. 여름과 가을에 땅에 나는 과실은 땅에서 나고 자라는 미물들에게 양식이 되고, 봄에 하늘을 향해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천사들의 양식.


뭉텅뭉텅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이팝나무를 보며 천사들이 하얀 솜사탕을 따 먹는 상상을 해본다.

하늘을 향해 연갈색 길죽한 씨앗을 뻗은 소철나무는 길쭉하게 잘라서 튀겨낸 쥐포튀김이고, 분홍색 몽실한 사과꽃은 분홍색 꿀떡, 촘촘하게 겹쳐진 짙은 초록빛 나뭇잎 위에 십자 모양으로 정갈하게 피어 있는 산딸나무 하얀 꽃은 절편, 간질간질 동그란 민들레 홀씨는 아가 천사들의 방울사탕, 잎과 꽃이 함께 어우러져 핀 빨간 철쭉 군락은... 양념장을 진득하게 푼 순대국밥......

이쯤 되니 그만 집에 들어가야 겠다 싶었다.


솜사탕
쥐포 튀김
방울사탕
절편
분홍 꿀떡
얼큰 순대국밥


집에 들어와 뭉텅이 꽃을 피운 하얀 꽃나무가 뭔지 네이버 사진 검색을 해보니 이팝나무란다. 멀리서 보면 뭉텅이로 핀 하얀 꽃송이가 사발에 소복이 얹은 흰쌀밥처럼 보인대서 '이밥나무'라고 하던 것이 변형되어 '이팝나무'가 되었단다.


역시 먹을 것으로 보였던 게 이상한 게 아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