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손님
이런 날은 사실 손님이 많이 뜸해진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바람 부는 날.
손님이 뜸해져서 큰일 났다 싶다가도 나는 마음이 편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할 말이 많은데, 이를테면 양가감정이라고 하는 게 딱 맞는 설명일 것 같다. 손님이 없어 하루의 매출이 염려스러워지기도 하지만 아, 잠시 한숨 돌릴 틈이 생겨 다행이구나 하는 마음이다.
그렇다고 다른 날에 손님이 많냐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돈가스는 사람들이 흐리고 바람 부는 날에 잘 찾지 않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비가 많이 오면서 바람도 거세고 동시에 더운 날에는 손님이 많은데,
이렇듯 선선하고 동네 한 바퀴 돌기 딱 좋은 날에 손님이 없는 건 도무지 설명할 도리가 없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좋아하는 날이다.
회색빛 하늘이 딱 자기 품고 싶은 만큼의 땅을 품은 날.
오늘은 그도 그녀도 없이 나 혼자 머리를 굴린다.
가게에 가만히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산딸나무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하늘을 향해 하얀 꽃을 제법 많이 피웠다. 사람들이 가게 앞을 지나간다. 다행이다 싶다. 덥지 않고 바람 부는 시원한 날이라. 그들에게도 산딸나무에게도. 이왕 한가한 가게에 앉아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한량놀이를 할 바에야,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표정이 좋으면 좋지 아니한가, 생각해 본다.
가게 입구에 무지개 모양 두꺼운 러그를 깔았는데 오늘, 장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러그를 알아본 사람이 들어왔다.
“와~ 무지개다!” 하면서 들어온 그 손님은 여섯 살 남짓의 꼬마 숙녀다.
그런데 그 꼬마 숙녀, 무지개 러그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함께 온 아빠에게 묻는다.
“아빠, 근데 왜 보라색이 두 개야?”
속으로 진짜 신박한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궁금증은 정말 처음이다.
하물며 모두가 지나친, 그 존재조차 모르는 러그를 보면서.
꼬마 숙녀의 목소리는 작고 가늘면서 앳되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에 장난스러운 입꼬리와 엉뚱한 고갯짓을 하면서 나를 흘긋흘긋 쳐다본다.
이런 종류의 꼬마 손님은 대개 수다스럽고 밥을 먹을 때조차 시끄럽다.
그런데도 눈이 가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띤 채 계속 쳐다봤다.
꼬마 숙녀의 아빠는 그런 질문이 익숙하다는 듯, 무미건조가게 “음,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한다.
그 음~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다. 나는 꼬마 숙녀의 엉뚱한 고갯짓을 따라 하며 손짓을 한다. 당연히 꼬마 숙녀는 내 곁으로 오지 않는다. 나는 입가에 손을 모은 채 숙녀에게 속삭인다.
“그건 이모가 좋아하는 색이라서 그래.”
꼬마 숙녀는 내 말을 주의 깊게 듣는다. 눈이 그렇다. 그리고 드디어 납득이 된다는 표정이 된다. 그러면서도 나를 계속 경계한다. 나는 숙녀에게 다시 속삭인다.
“이제 알겠어?” 꼬마 숙녀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웃음을 짓는다. 나도 웃는다.
예상대로 꼬마 숙녀는 아빠가 시킨 돈가스를 두어 입 먹고는 가게를 떠날 때까지 재잘댔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도 않는다. 메밀국수를 먹는 아빠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까지 보챈다.
돈가스 가게는 사진을 찍기 적합한 장소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상관없다.
오늘은 손님이 없으니까.
나는 꼬마 숙녀에게 초코파이를 건네주며 장난을 부추긴다.
오늘 꼬마 숙녀는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아빠랑 사진도 찍고 참 좋다.”
쳇~ 사진은 저 혼자 찍었으면서.
한 사람이라도 순수하게 만족했으니 그걸로 됐다.
흐리고 시원한 날은 이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