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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삽화: Andrea Serio의 일러스트]
그녀는 부엌 찬장 곳곳을 뒤지며 이가 나간 그릇들을 색출하기 시작했다. 그 일은 사납게 퍼붓는 폭우처럼 시작됐다. 한두 방울 떨어졌던 비가 곧 폭우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그 어떤 조짐도 없이 그녀는 두 눈을 번쩍 뜨고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스름한 새벽에 그녀가 눈을 뜨는 일은 드물었다. 그녀가 오전 8시 5분 전에 잠에서 깬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8시 5분이 기점이었다. 8시 4분에 눈을 뜨는 것과 8시 6분에 눈을 뜨는 것은 피가 모두 빠져나간 육체에 단 한 방울의 피가 수혈되었느냐 아니냐의 차이였다. 5분이라는 기점이 그녀에게는 한 방울의 피였고, 그 한 방울이 몸을 관통해 지나가지 않은 이상 그녀의 몸은 의식이 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새벽 4시 37분에 눈을 떴다. 정신과 육체 모두 따뜻한 완벽한 상태였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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