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원이 산자락과 맞닿은 땅 속 깊은 곳에 난쟁이들이 사는 마을이 있었어요. 두더지만큼 작은 몸집에 동그란 귀가 옆으로 납작 누워있고, 커다란 눈이 유리처럼 투명한 난쟁이들이었지요. 난쟁이들은 땅 속에 살면서 씨앗을 심고 곡식을 키웠어요. 곡식은 빛이 있어야 자라니까 난쟁이들은 반딧불이를 잡아 유리병에 넣고 천장에 매달아놓았답니다. 곡식은 반딧불이의 빛을 받아 쑥쑥 자랐어요.
이번 해는 고마 할머니의 201번째 생일이 있는 해예요. 난쟁이들은 이른 봄부터 종이꽃을 심겠다고 난리법석을 떨었답니다. 난쟁이 마을에는 200살을 넘긴 난쟁이에게 종이꽃을 선물로 주는 전통이 있거든요. 난쟁이들은 종이꽃을 피우기 위해 밤에 반딧불이를 더 잡아오기로 했어요.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동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바위벽을 치운 다음, 천장 위로 난 긴 굴을 타고 올라가야 했지요. 바위벽은 난쟁이 마을을 지키는 성벽과도 같아서 난쟁이들은 바위벽을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어요. 난쟁이들은 마을을 호시탐탐 망가뜨리려는 두더지들을 쫓아내기 위해 바위벽 틈새에 엉덩이를 대고 방귀를 뀌기도 했어요. 난쟁이의 방귀 냄새는 아주 지독했거든요. 바위벽 너머 동굴은 꼭 난쟁이들의 방귀를 모아놓은 주머니 같았답니다. 웬만한 땅 속 동물들은 동굴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요.
반딧불이를 더 잡아오기로 한 날 밤, 난쟁이 마을의 지킴이 다섯이 동굴 앞에 모였어요.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무거운 바위벽을 옮기기 시작했지요. 바위벽이 조금씩 열리자 역시나 방귀 냄새가 진동을 했어요. 손수건으로 가려도 소용이 없었지요. 그래도 고마 할머니를 위한 일이니 꾹 참았답니다. 난쟁이들은 바위벽을 동굴 옆에 세워두고 천장에 난 굴을 기어오르기 시작했어요. 먼저 듬직이가 땅 위로 불쑥 튀어나오고, 그 뒤로 똑똑이, 재간이, 팔랑이, 마지막으로 벌벌이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난쟁이들은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길을 따라 초원으로 갔답니다.
“저길 봐. 반딧불이 잔뜩 이야.”
앞장서서 가고 있던 듬직이가 말하자 줄지어 뒤따라오고 있던 나머지 넷이 까치발을 들고 목을 쭉 뺀 채 듬직이가 가리킨 곳을 보았어요. 듬직이의 말대로 수십 개의 불빛이 저 멀리서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똑똑이가 입술 사이로 뾰족한 이를 드러내며 말했어요.
“반딧불이는 움직이는데 저 불빛들은 가만히 있잖아.”
“정말.” 팔랑이가 말했어요. 그러자 재간이와 벌벌이도 눈을 가늘게 뜬 채 반딧불이가 있는 곳을 뚫어지게 쳐다보았지요.
“반딧불이 말고 다른 것도 있어.” 똑똑이가 다시 말했어요. 다섯 난쟁이들은 반딧불이 있는 곳을 향해 다시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기 시작했답니다. 초원에 들어서자 불빛의 정체가 드러났어요.
“결국 이곳까지 사람이 왔네. 얼마 전 호수마을 친구들이 사람을 봤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었어.” 듬직이가 말했어요.
“쉿, 조용해. 고마 할머니가 사람들 눈에 띄어서는 안 된다고 했어.” 똑똑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어요. 벌벌이는 겁을 잔뜩 집어먹은 얼굴로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고요.
“사람들 눈에 띠지 않게 서둘러 반딧불이를 잡자. 우리가 놀라게만 하지 않으면 사람들도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야.” 듬직이가 침착하게 말했어요.
다섯 난쟁이들은 발을 살금살금 옮기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를 채로 잡아서 유리병에 넣었어요. 반딧불이 가 유리병 가득 차자 난쟁이들은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갔답니다. 그러고는 긴 굴을 타고 다시 땅속 동굴로 돌아갔지요.
다음 날 난쟁이 마을에는 회의가 열렸어요. 마을 전체가 지난밤 다섯 난쟁이가 보았다는 사람들 얘기로 시끌벅적했어요.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고마 할머니가 입을 열었어요.
“초원 가까이 가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 눈에 띄지만 않으면, 우리가 사는 바위산으로 사람들이 찾아오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앞으로 반딧불이는 어디에서 잡죠?” 재간이가 시끌벅적한 난쟁이들 틈에서 큰 소리로 물었어요.
“힘이 조금 들더라도 호수마을에 가서 잡아야겠지요. 산을 가로질러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람들 눈에 띄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고마 할머니는 말하는 게 힘이 드는지, 한 손으로 잡던 지팡이를 두 손으로 꼭 움켜쥐었어요.
난쟁이들은 고마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지난번 들판 마을에서도 난쟁이 하나가 사람과 마주친 일이 있었어요. 그 뒤 사람들이 들판에 불을 질러놓는 바람에, 땅 속까지 열기가 스며들어 난쟁이들이 살던 마을을 버리고 떠나야 했지요. 난쟁이들은 고마 할머니의 말대로 앞으로 초원에는 가지 않기로 했어요. 반딧불이도 이만하면 충분했고요. 고마 할머니의 생일날 종이꽃을 한 아름 안겨줄 수 있을 정도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