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의 방귀 주머니 #2

바위산 밑자락까지 온 사람들




난쟁이 마을에 다시금 평화가 찾아왔어요. 난쟁이들은 다시 밭을 일구고, 지난번 큰 비에 무너진 땅굴도 새로 파고, 물길을 내고, 반딧불이들을 잘 돌보아주었지요. 고마 할머니의 종이꽃 밭에도 어느새 하얀 꽃이 한 송이 한 송이씩 피었어요. 난쟁이들은 여전히 동굴 바위벽 틈새에 방귀를 뀌었고요. 그러는 사이 가을이 찾아왔어요. 난쟁이들은 가을에 열매를 맺는 곰딸기니 멍석딸기, 꽃사과, 무화과, 머루를 따기 위해 일손을 바쁘게 움직였답니다. 고마 할머니에게 종이꽃을 안겨줄 날도 멀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우르르 쾅쾅.


땅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면서 난쟁이 마을이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집 안에 있던 난쟁이들이 놀란 얼굴을 한 채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어요. 밭에서 종이꽃을 꺾고, 보리를 수확하고 있던 난쟁이들은 무슨 영문인지도 모른 채 두 팔로 머리부터 감쌌고요. 개미굴에 구슬을 굴리며 놀고 있던 어린 난쟁이들은 울음을 터뜨렸어요.


우르르 쾅쾅, 드르르르륵, 쿵쾅쿵쾅.


소리는 한 동안 계속 울렸어요. 천장이 흔들리면서 흙먼지가 떨어졌지요. 난쟁이들이 웅성대며 마을 광장으로 모여들었어요. 모두 겁에 질린 표정들이었답니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고마 할머니가 손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을 열었어요.

“땅이 무너지려나 봐요.” 벌벌이가 벌벌 떨며 말했어요.

“야생 토끼가 겨울잠 준비를 하느라 굴을 파는 것일 수도 있으니 너무 허둥대지 마.” 똑똑이가 짐짓 태연한 척했어요.

“여러분, 모두 진정하세요. 제가 어렸을 때도 땅이 이렇게 흔들린 적이 있습니다. 어른들은 지진이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우리 마을은 바위산 밑자락에 있으니 지진이 와도 끄떡없습니다. 그때도 땅이 이렇게 흔들리다가 멈췄으니까요.”

고마 할머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어요.

“그렇지만 지진이 아니면 어쩌죠?” 난쟁이들 틈에 있던 듬직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어요.

“사람들 짓일 수도 있어요.” 듬직이의 말에 팔랑이가 질세라 한 마디 거들었어요. 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어요.

“모두 조용히 하세요.”

고마 할머니가 팔랑이의 말에 술렁이는 난쟁이 마을을 진정시키며 다시 입을 열었어요.

“지킴이 다섯을 지금 당장 땅 위로 보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살펴보겠습니다. 그전까지는 모두 진정하세요.”

고마 할머니의 말에 난쟁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어요.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고마 할머니의 말이니 난쟁이들은 모두 따랐지요.

지킴이 다섯은 서둘러 동굴을 통해 땅 위로 올라갔어요.

땅 위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어요. 사람들은 초원의 땅을 모두 뒤엎은 것으로도 모자라 난쟁이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바위산 밑자락까지 거대한 기계를 몰고 와 땅을 파고 있었지요. 초원은 이미 사람들이 심어놓은 옥수수니 보리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답니다.

"야, 이곳에 감자를 심으면 아주 좋겠는걸."

"콩도 나쁘지는 않겠어."

멀리서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사람들은 곡괭이를 들고 기계가 파헤친 바위를 부수고 있었어요.

"그런데 여길 봐. 우리가 오기 전에 누가 이곳에 살았었나 봐." 머리에 밀짚모자를 쓰고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친 농부 하나가 말했어요.

"수숫대가 여기저기에 널려 있잖아."

수수는 난쟁이들이 심어 놓은 것이었어요. 들판 마을에 살고 있는 난쟁이들이 사람들에게 쫓겨났다는 소리를 들은 뒤 난쟁이 마을에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바위산 밑자락에 수수를 울창하게 심어놓은 것이었지요. 덕분에 바위산 밑에 종종 나타나던 들짐승까지 멀리 쫓아낼 수 있어서 난쟁이 마을은 수수밭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답니다. 키 큰 수수는 땅 밑에서 키우기에도 어려웠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였지요. 그런 수수밭이 사람들에 의해 무참히 쓰러지고 있었어요. 난쟁이들은 서둘러 굴속으로 숨어 들어갔어요. 다시 동굴로 돌아가는 다섯 난쟁이들의 가슴은 쿵쾅쿵쾅 뛰고 등 뒤에 식은땀이 났답니다. 어서 난쟁이 마을로 돌아가 이 사실을 알려야 했어요!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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