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의 방귀 주머니 #3

난쟁이 마을의 위기




마을 광장은 다시금 난쟁이들로 북적댔어요. 다섯 난쟁이가 전해주는 소식을 듣기 위해 모두 광장으로 모여들었지요.

"우리도 서둘러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난쟁이 하나가 북새통 속에서 소리쳤어요.

"내일 당장 떠납시다!" 다른 난쟁이가 질세라 목소리를 높였지요. 여기저기서 난쟁이들이 술렁댔어요.

"모두 진정하세요!" 고마 할머니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떠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고마 할머니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마을 광장을 둘러보았어요.

광장에는 침묵이 흘렀어요. 모두 고마 할머니의 다음 말을 기다렸지요.

"우리가 지금 떠나면 그동안 우리 조상들이 일구어 놓은 이 땅이 사람들에게 무참히 짓밟힐 겁니다."

"하지만 떠나지 않으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요." 벌벌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말했어요.

"벌벌이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떠난다고 해서 다음에 우리가 일군 땅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도망만 치면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고마 할머니가 단호한 눈빛으로 난쟁이들을 쳐다보며 말했어요.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마을 지킴이 가운데 가장 용감한 듬직이가 물었어요.

"두더지들에게 도움을 청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똑똑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끼어들었어요. 그러자 팔랑이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어요.

"지난봄에 종이꽃을 심다가 만난 두더지가 있는데 제가 말해보면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우리가 심은 곡식을 호시탐탐 노리기만 하는 두더지가 우리를 도와줄 리 없어요." 팔랑이 옆에 서 있던 재간이가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답니다. 재간이는 난쟁이 마을에서 그 누구보다 농사를 잘 짓는 난쟁이였어요.

"여러분이 하는 말은 잘 알겠습니다." 고마 할머니가 다시 입을 열었어요.

"하지만 꾀 많은 두더지들이 우리를 그냥 도와줄 리 없어요. 분명 자기 몫으로 우리가 심어 놓은 곡식을 달라고 할 게 뻔합니다."

"옳소!" 여기저기에서 난쟁이들이 목청을 높였어요. 그 바람에 영문도 모른 채 엄마의 치맛자락을 잡고 광장으로 나온 어린 난쟁이들이 울음을 터뜨렸지요. 마을은 다시 술렁대기 시작했답니다.

"모두 조용히 하세요!" 고마 할머니가 목청을 높였어요.

"우리에게는 동굴이 있습니다."

"동굴이요?" 고마 할머니의 말에 광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어요.

"네, 우리가 두더지들을 쫓아내기 위해 쓰는 동굴 말입니다.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모두 동굴 앞에 모여서 방귀를 뀌는 겁니다. 틈새가 작으니 우리 난쟁이들이 모두 방귀를 뀌려면 하루 하고도 반나절이 꼬박 걸리겠지요. 하지만 동굴 안에 모인 방귀를 생각해 보세요."

난쟁이들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마 할머니를 쳐다보았어요.

"우리 난쟁이들이 낀 방귀가 모이면 그 위력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고마 할머니가 계속해서 말했어요.

"동굴 위로는 비좁은 굴이 바깥세상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그제야 광장에 모여 있던 난쟁이들이 고마 할머니의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어요.

“우리 난쟁이들의 방귀 냄새에 오히려 사람들이 떠날 수도 있습니다.” 고마 할머니를 바라보는 난쟁이들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스쳐 지나갔어요.

그때 듬직이가 끼어들었어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해요. 오히려 사람들이 냄새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땅을 완전히 뒤엎을 수도 있으니까요.”

“듬직이 말이 맞습니다.” 고마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도망을 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아니면 제 말대로 한 줄기 희망이라도 갖고 마을을 지켜내겠습니까?”

광장은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어요. 모두 심각한 표정으로 마을의 미래를 놓고 어느 쪽을 따라야 좋을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땅의 기운이 차가워지면서 낮 동안 바깥세상에서 열심히 일하던 개미들이 개미굴로 모여드는 소리가 들렸어요. 난쟁이들의 열띤 토론도 서서히 하나의 생각으로 모아지기 시작했답니다.

“좋아요!” 난쟁이들이 결심한 듯이 모두 입을 모아 말했어요.

“고마 할머니의 말대로 마을을 지키기로 해요!”

“옳소!”

“우리 마을은 우리 손으로 지키는 거예요!”

“오랜 시간 일군 땅을 사람들에게 이대로 내줄 수는 없어요!”

“맞아요!”

“우리 힘으로 마을을 지켜냅시다!”

“와!” 난쟁이들의 함성소리가 마을을 가득 메웠어요. 그 소리가 어찌나 우렁찼던지 바위산이 울릴 정도였답니다. 하지만 아주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모를 정도로 작게 울렸기 때문에 초원에 터를 잡은 사람들은 앞으로 닥칠 일을 전혀 알 수 없었어요.



표지사진 출처 : artstation.com



4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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