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의 소원 조각




옛날, 한 마을에 ‘장이’라는 앉은뱅이 소녀가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어요. 아버지는 갈대를 모아 바구니 만드는 일을 했답니다. 장이는 아버지가 만들어 준 바퀴 달린 널빤지 위에 올라 타 갈대를 햇볕에 말리는 일을 도왔어요. 또 아버지와 함께 갈대로 바구니를 엮기도 했답니다.

장이는 환한 낮보다는 밤을 더 좋아했어요. 밤에는 사람들의 동정 어린 눈길을 피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으니까요. 널빤지를 밀며 이 골목 저 골목을 탐험하듯 돌아다니다 보면 장이는 자기가 앉은뱅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었지요. 널빤지를 밀다가 힘이 들면 장이는 달을 올려다보았어요. 달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달은 언제나 손에 닿을 듯 장이의 머리 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답니다.


어느 날이었어요. 장이가 바구니를 엮다가 말고 아버지에게 물었어요.

“아버지, 달빛은 어디에서 나오는 거예요?”

“달빛은 말이다…….”

아버지가 갈대 비비던 손을 멈추더니 입을 열었어요.

“여러 사람들의 소원이 모여 달빛이 되는 거란다.”

“사람들이 소원을 많이 빌수록 달이 더 밝게 빛나겠네요?”

“그럼, 그럼…….”

아버지는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한동안 흐릿한 눈동자로 먼 곳을 보았어요.

“네 엄마도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지.”

아버지가 멈췄던 손을 다시 놀리며 말을 이었어요.

“엄만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장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아버지를 따라 계속해서 바구니를 엮었어요. 아버지는 그 뒤로 입을 꾹 다물어버렸지요. 장이의 어머니는 장이가 아직 어린아이였을 적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어머니 얘기만 나오면 입을 꾹 다물어버리고는 하셨지요. 장이는 어머니의 기억을 혼자 상상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장이는 그 뒤로 달을 보며 날마다 소원을 빌었어요.

‘달님, 제가 두 다리로 서서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하지만 달은 언제나 장이 머리 위에서 밝게 빛나기만 할 뿐이었지요.


달은 어느 때는 가득 차올랐다가 어느 때는 서서히 이지러지고는 했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변함없이 다시 차올랐지요. 장이와 아버지도 차고 이지러지는 달처럼 갈대를 말리고 바구니를 엮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갈대를 모으러 갔던 아버지가 그만 뱀에게 물려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장이는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몇 날 며칠이고 눈물을 흘렸어요. 너무 많이 울어서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어지자 장이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달은 언제나처럼 밤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었답니다.


혼자 남게 된 장이는 열심히 바구니를 엮었어요. 갈대를 모아 오는 일도 이제 장이 몫이 되었지요. 하지만 장이는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어요. 그래서 밤이 되면 바퀴 달린 널빤지 뒤에 큰 자루를 매달고 갈대를 주우러 다녔답니다. 널빤지 뒤에 자루를 매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어요. 자루를 끌고 갈대밭까지 가는 일도, 갈대를 주워 모으는 일도 환한 달빛 덕분에 그럭저럭 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달이 이지러지거나 구름이 드리운 날에는 얘기가 달랐어요. 주위가 너무 캄캄해서 갈대밭 늪지에 널빤지 바퀴가 빠지기 일쑤였거든요. 그렇게 되는 날이면 장이는 새벽녘이 돼서야 빈 자루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늪에 빠진 바퀴를 빼내느라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고 갈대와 돌부리에 걸려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가 되었지요. 장이는 아무 쓸모없는 두 다리가 원망스러웠어요.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아버지도 원망스러웠지요. 장이는 가느다란 활처럼 휘어서 희미한 빛을 비추는 달을 보며 눈물을 흘렸어요.

“달님! 너무 힘들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이제는 두 다리로 서는 것도 바라지 않아요. 밤에 갈대를 모을 수만 있도록 도와주세요!”

장이는 가슴 앞으로 두 손을 모으고 달을 향해 소원을 빌었어요.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려서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였지요. 장이는 진흙투성이가 된 채 널빤지 위에 엎드려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어요. 희미한 어둠이 장이의 지친 어깨를 감싸 안았어요.


세상이 모두 잠든 시간, 가느다랗게 이지러진 달이 마지막 빛을 발하며 갑자기 하늘에서 사라졌어요. 그러고는 뒤이어, 달이 사라진 자리에 황금빛 투명한 아지랑이가 땅을 향해 은은하게 내리비췄어요.

“장이야, 장이야.”

장이는 아스라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을 떴어요. 황금빛 아지랑이가 장이의 눈앞에서 어른거리며 말을 걸고 있었어요. 장이는 깜짝 놀랐어요.

“장이야, 놀라지 마. 나는 달이란다. 네게 이 소원 조각을 주려고 왔어.”

황금빛 긴 아지랑이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작고 세모난 조약돌로 변했어요. 조그만 조약돌에서는 놀랄 만큼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어요.

“나를 항상 지니고 다니렴. 아무리 깜깜한 밤이라도 네 앞길을 비춰줄 거야.”

장이가 손에 쥐고 있는 조약돌에서 달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고마워요, 달님.”

장이는 조약돌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어둑한 서쪽하늘 끝자락에서 무언가 반짝하고 빛나더니 이내 사라졌답니다. 장이는 손잡이가 달린 작은 바구니에 소원 조각을 소중하게 담았어요.


그 뒤 장이는 밤에도 어렵지 않게 갈대를 모을 수 있었어요. 달의 말대로 소원 조각은 언제나 장이의 앞길을 환하게 밝혀주었어요. 다리를 쓰지 못해서 여전히 불편했지만 장이가 빈 자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어졌답니다. 장이는 밤에 모아 온 갈대를 햇볕에 잘 말려 바구니를 만들었어요. 바구니는 예전보다 더 튼튼하고 모양도 예뻐졌지요. 가끔 바구니를 사기 위해 장이의 집에 들르는 봇짐 장수도 바구니를 보고 칭찬을 아까지 않았답니다. 마을 사람들도 바구니를 살 일이 생기면 장이 네로 왔어요. 장이는 바구니를 만드는 일이 행복했답니다. 이 모든 일이 달이 소원을 들어준 덕분이라고 생각했지요. 장이는 소원 조각이 한없이 소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이곳이 바구니를 만든다는 앉은뱅이의 집이 맞는가?”

대문 밖에서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장이는 방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어요. 검은 망토를 두르고 금빛 휘장을 단 사람들이 말을 탄 채 장이의 집 앞에 서있었어요. 장이의 바구니가 유명해져서 왕궁에까지 소문이 퍼졌던 거예요. 장이는 신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왕궁으로 가게 되었어요. 금빛 소원 조각도 품 안에 넣고 함께 가져갔지요.

장이는 이제 왕궁의 전속 직공이 되었어요. 뭐든지 진귀하고 값진 것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왕이 장이의 뛰어난 손재주를 보고 장이를 왕궁에 두고 싶어 했지요. 왕은 장이가 바구니를 만들 때 모자람이 없도록 나라에서 가장 좋은 갈대와 염료 그리고 이웃나라에서 들여온 최고급 비단실을 내주었어요. 장이는 이제 옆에서 시중을 드는 시녀도 생겼답니다. 시녀의 이름은 ‘단지’였고 장이를 언니라고 부르며 잘 따랐어요. 장이는 고운 명주옷을 입고 왕이 특별히 내려준 가마를 타고 다녔어요. 붉은색과 금색으로 칠한 화려한 가마를 타고 다니니 밤에 갈대를 모을 일도 없었지요. 장이는 품 안의 소원 조각을 꺼내 보석함에 넣어두었어요. 그리고 단지가 밀어주는 작은 수레를 타고 왕궁을 돌아다니며 바구니에 쓸 좋은 갈대를 고르고 그 갈대로 바구니를 만들었답니다.

“내가 여러 직공을 만나보았지만 너처럼 손재주가 뛰어난 직공은 처음이구나. 대체 네 손재주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냐?”

하루는 왕이 공방에서 바구니를 만들고 있는 장이를 찾아와 물었어요. 장이는 왕을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어요.

“그건 달님이 제 간절한 소원을 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달님이라니, 도대체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구나. 어서 말해보아라.”

장이는 그동안에 있었던 일을 왕에게 모두 말해주었어요. 조용히 장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왕이 말했어요.

“그것 참 신기한 일이구나. 내가 그 조약돌을 보아도 되겠느냐?”

장이는 왕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었어요. 그동안 보석함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던 소원 조각을 꺼내 왕의 앞에 내밀었지요. 소원 조각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어요.

“정말 아름답구나.”

왕은 태어나서 지금껏 이토록 아름다운 보물을 본 적이 없었어요. 소원 조각은 왕궁에 있는 그 어떤 보석보다도 밝고 아름답게 빛났어요. 왕은 장이의 소원 조각이 탐 났답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이 조약돌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로구나.”

장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왕은 잠시 주저하더니 마지못해 장이에게 소원 조각을 돌려주었어요.

그 뒤 왕은 장이의 소원 조각에서 생각이 떠나지 않았어요. 왕은 장이의 소원 조각이 꼭 갖고 싶었지요. 하지만 강제로 빼앗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궁리 끝에 왕은 한 가지 꾀를 냈어요. 신하를 시켜 몰래 장이의 보석함에서 소원 조각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었어요. 장이는 자기가 문단속을 하지 않은 탓에 소원 조각을 도둑맞은 것이라고 생각할 테고, 왕은 손재주가 없어진 장이를 더는 왕궁에 붙잡아둘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었지요. 왕은 뜻대로 소원 조각을 손에 넣게 되었답니다.


소원 조각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장이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어요. 달이 준 소중한 보물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그동안의 행운이 모두 사라질까 봐 안절부절못했지요. 장이는 바구니를 만들 생각은 않고 하루 종일 수레를 타고 왕궁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라진 소원 조각을 찾았어요. 왕이 알게 되면 왕궁에서 쫓겨날까 봐 말도 못 했지요. 바구니를 만드는 일도 예전처럼 행복하지 않았어요. 장이가 만드는 바구니는 이제 여느 직공들의 바구니보다 더 못한 것이 되었답니다. 장이는 하루가 다르게 빛을 잃어갔어요.


한편 소원 조각을 손에 넣은 왕은 뛸 듯이 기뻤어요. 낮이고 밤이고 틈이 생길 때마다 침소로 돌아와 소원 조각을 꺼내보았지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진귀한 보물을 손에 넣었으니 온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어요. 왕은 이웃나라의 친한 왕들에게도 보물을 자랑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성대한 잔치를 열어 이웃나라의 왕들을 초대했답니다. 잔치가 무르익을 즈음 왕은 이웃나라의 왕들에게 호위병들을 모두 물리도록 부탁했어요. 그리고 비밀스럽게 보석함을 꺼내보였지요. 왕은 소원 조각을 보여주기 전에 긴 자랑을 늘어놓았답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보물이 내 손안에 있으니 과연 신이 내게 계시를 내려준 게 아니겠소.”

왕은 은근히 자기가 이 세상의 지배자라는 뜻을 내비치며 말했어요. 그러고는 강철로 만든 자물쇠가 달린 보석함을 활짝 열어젖혔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보석함 안을 들여다보던 이웃나라의 왕들이 모두 혀를 끌끌 차는 것이었어요. 이웃 왕들의 반응이 의아스러워 왕도 보석함 안을 들여다보았지요. 왕은 머리가 하얘지고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어요. 보석함 안에 든 것은 분명 달의 소원 조각이었지만 이젠 빛을 잃어서 조약돌만도 못한 돌이 되어 있었답니다. 이웃나라 왕들은 농담이 지나치다며 호위병을 거느리고 모두 돌아갔어요. 왕은 불같이 화가 났지요. 이웃나라의 왕들에게 단단히 망신을 당했으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왕은 빛을 잃은 소원 조각을 던져 산산조각을 내고는 신하들에게 당장 장이를 왕궁에서 끌어내라고 말했어요. 그날 밤 장이는 외투 한 장 걸치지 못한 채 병사들에게 이끌려 왕궁 밖으로 쫓겨났답니다.


장이는 수레조차 없었어요. 굳게 닫힌 왕궁 문 밖에 앉은뱅이가 쓰러져 있으니 사람들은 거지가 구걸하는 줄 알고 발로 차고 침을 뱉었지요. 장이는 갈대밭에 널빤지 바퀴가 빠졌을 때보다 더 큰 상처를 입고 아픔을 느꼈답니다. 다행히 단지가 뒤따라 나와 장이를 감싸 주었어요. 단지는 정신을 잃은 장이를 등에 업고 성문 밖을 빠져나와 어느 허름한 집으로 갔어요.

왕궁에서 쫓겨난 뒤 장이는 말도 하지 않고 잘 먹지도 않았어요. 단지가 정성껏 보살폈지만 장이는 달이 뜬 밤하늘을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지요. 그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지났어요. 그리고 어느 봄날, 장이는 긴 잠에서 깨어난 듯 허름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답니다.

“단지야, 내게 작은 수레를 만들어 주렴.”

쪽방에서 장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부엌에서 죽을 끓이고 있던 단지가 얼른 방으로 뛰어왔어요.

“장이 언니, 장이 언니!”

단지는 반가운 마음에 장이를 얼싸안았으며 외쳤어요.

“단지야, 그동안 나를 보살펴줘서 정말 고마워. 내가 네 처지를 모두 아는데도 큰 신세를 졌구나.”

장이는 자리에 누워있는 동안 알게 된 단지의 집안 사정을 생각하며 말했어요.

“병들어 누워있는 어머니 아버지를 홀로 모시기도 힘들었을 텐데 나까지 짐이 되었지? 단지야, 나는 이제 이 세상에 혼자란다. 내가 비록 앉은뱅이지만 수레만 있으면 네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이제 아버님 어머님 걱정은 말고 왕궁에 드나들면서 계속 일을 하렴. 너만 괜찮다면 그 사이 아버님 어머님은 내가 잘 모실께.”

“괜찮고 말고요. 언니가 다시 일어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장이는 단지가 만들어준 작은 수레를 타고 다니며 단지의 집안일을 돌보았어요. 단지의 집은 작은 방 두 칸에 아궁이 하나 덩그마니 놓여있는 부엌이 전부였어요. 단지는 그동안 병을 앓고 자리에 누워있는 아버지 어머니를 홀로 모시며 왕궁을 드나들었던 거지요. 그러면서도 왕궁에서 쫓겨나 정신을 잃은 장이까지 보살펴주었던 거예요. 단지의 어진 마음씨를 생각하니 장이는 고맙고 또 미안했어요. 자리에 누워 있는 동안 달님을 쳐다보며 자신의 처지를 원망했던 시간이 부끄러워졌지요. 장이는 예전보다 더 열심히 살기로 했어요. 두 번 다시 바구니를 만드는 일은 없겠지만,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단지와 단지의 부모님을 위해서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했지요. 장이는 수레를 타고 다니며 장작을 모으고 물을 긷고 밥을 지었어요. 지푸라기를 모아 침대에 깔 자리를 만들고 창에 달 가리개를 엮기도 했답니다. 허름한 집에 장이의 손길이 닿으니 살림이 점점 늘기 시작했어요. 장이는 자기를 동생처럼 따르는 단지와 단지의 부모님과 함께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답니다.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는 어느 밤, 장이는 허름한 방 침대 맡에 앉아 두 손을 모았어요.

“달님, 달님은 제게 아주 큰 행운을 주시고는 그것을 다시 빼앗아가셨지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젠 달님을 원망하지 않아요. 단지네 가족이 있어서 저는 행복하니까요.”

장이는 오랜만에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말했어요.

“달님, 그렇지만 한 가지 소원이 있어요. 한 번만 더 제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나요? 몇 년째 자리에 누워 병을 앓고 있는 단지네 부모님을 낳게 해 주세요. 제 동생이나 다름없는 단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제 간절한 소망이에요.”


장이가 기도를 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달은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어요. 언젠가 장이가 달에게 소원을 빈 것처럼 달은 작아지고 작아져서 활처럼 가느다래 졌지요. 그리고 숲 속의 부엉이조차 잠이 든 시간, 달은 마지막 빛을 발하며 갑자기 사라졌어요. 장이가 잠들어 있는 침대 위로 황금빛의 투명한 아지랑이가 은은하게 내리비췄어요.

“장이야, 장이야.”

장이는 살며시 눈을 떴어요. 달빛이 하늘하늘 움직이며 장이를 부르고 있었어요.

“달님, 제 소원을 들어주러 오셨군요!”

장이는 너무 기쁜 나머지 팔을 벌려 달을 안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달빛은 손에 잡히지 않았답니다.

“그래, 네 소원을 들어주러 왔어. 너에게 이 소원 조각을 줄 테니 내일 단지네 부모님이 마실 수 있도록 물에 녹여주렴.”

달은 그렇게 말하더니 다시 작고 세모난 조약돌로 변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아주 희미한 빛을 비추는 조약돌일 뿐이었지요.

“장이야.”

손바닥 위에 놓인 소원 조각이 장이를 불렀어요.

“나는 소원을 들어주는 달이야. 하지만 모든 소원을 다 들어주지는 못한단다. 내가 들어주지 못하는 소원은 대신 별이 되어서 세상을 비춰주지. 네 엄마가 빈 소원도 별이 되어 밤마다 너를 비추고 있어.”

“엄마가 빈 소원이요?”

장이가 놀라서 물었어요.

“그래, 네 엄마는 앉은뱅이인 널 일어서게 해달라고 빌었었어. 하지만 나는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없었단다.”

장이의 손바닥 위에 놓인 소원 조각이 희미한 빛을 비추며 말했어요.

“장이야, 그동안 네가 날 원망했다는 걸 알고 있어. 나는 사람들의 소원이 모여서 빛을 내는 달이란다. 사람들의 소원이 차오르면 나도 따라서 차올라. 그리고 때가 되면 소원을 빈 사람들에게 그 빛을 골고루 나누어주지. 언젠가 너에게 줬던 소원 조각도 마찬가지란다. 난 네가 바구니에 쓸 갈대를 모을 수 있도록 밝게 빛나는 소원 조각을 준 것뿐이야.”

소원 조각이 계속해서 말했어요.

“너는 그 소원 조각으로 갈대를 모았고, 하루하루 행복하게 바구니를 만들었어. 네가 바구니를 잘 만들게 된 건 그 때문이란다. 그러니 이제 나를 그만 원망하고 다시 예전처럼 행복하게 바구니를 만들렴.”

장이는 달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장이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소원 조각은 마지막 빛을 발하며 평범한 조약돌로 변했지요.

다음날 장이는 달이 알려준 대로 소원 조각을 물에 녹여 단지의 부모님께 드렸어요. 단지의 부모님은 하루가 다르게 기운을 차렸답니다. 단지의 입에서 웃음이 떠날 날이 없었지요. 이 모든 일이 장이가 그동안 잘 보살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 단지의 부모님은 장이를 딸로 삼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장이는 단지의 집을 떠나기로 했답니다. 달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으니까요. 장이는 갈대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는 북쪽으로 가서 바구니를 만들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달이 준 소원 조각 대신 단지가 선물로 준 초롱과 밤마다 자기를 비춰주는 별빛과 함께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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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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