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마을 네트워크

남에 동네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찬란한 5월의 마지막 날에 지역연대위원회에서 마련해주신 마을 탐방에 나섰습니다.

신입 학부모 5명을 안내해주신 마을 탐방 가이드는 현 고 1 학부모님이시자 지역연대위원회이신 태영 맘 공도현 님이셨어요. 순박한 웃음으로 저희를 맞이해 주신 모습이 떠오릅니다^^ 공도현 님의 웃음 덕분에 마을 탐방이 무척이나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서 참 좋았습니다. 본격적인 마을 탐방 이야기를 하기 전에 공도현 님 이야기부터 하는 이유는 탐방을 하는 내내 마을을 연결하고 흐르게 하고 나아가게 하는 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가이드 내내 공도현 님은 저희 신입 학부모들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알려주고 체험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걷는 동안에도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문을 닫은 공간이 있으면 그렇게 아쉬워하고,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운지 서성서성 발걸음을 떼지 못하셨던 모습이 참 마음 따뜻해지는 풍경이었습니다. 지역연대위원회 어느 분을 만났거나 그리 하셨겠지만, 5월의 마지막 날에 마음 따뜻해지는 만남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마을 탐방은 올빼미 초소에서 [동천마을네트워크] 팸플릿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팸플릿에는 동천동 지도와 마을과 연계되어 활동하는 단체들에 관한 설명이 있었는데요, 해당 단체들의 온라인 주소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탐방이 끝나고 난 뒤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찾아볼 수 있어 유용했습니다.



탐방은 화살표 방향으로 진행됐어요. 순서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저는 우선 맨 마지막에 방문했던 [이우생공]부터 소개를 할까 하는데요, 그 이유는 앞으로 탐방하게 될 각각의 장소들 대부분이 모두 이우생공에 뿌리를 두고 뻗어나갔기 때문입니다.


시계방향으로 이우생공 입구> 입구에서 바라본 전면> 모임공간 > 부엌> 이우생공에서 만든 에코, 지속가능한 자원물 나눔의 공간


1. 이우생공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이우생공은 무엇이든 마음이 있고 의지가 있으면 함께 하고 나누고 즐거워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것이 이우생공 공동 대표님 중에 한 분이 우리에게 들려주신 이우생공의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조리대와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짐들을 보면서, '우왓! 여기 뭔가 대단히 어수선하지만 엄청난 일들을 하는 공간이겠구나!' 싶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지난 토요일에 있었던 "해도두리 환경 장터"를 열고 맞이하고 정리하느라 공간이 정리가 안됐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일 년 내내 이런 풍경이니 그저 그러려니 웃으면서 마음을 나누면 된다고 말씀하셔서 그 넉넉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우생공은 이우학교가 세워지고 바로 다음 해에 학부모들끼리 모여 만든 단체라고 해요. 그러니 그 역사가 얼마나 깊은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 긴 세월 서로 마음을 나누고 때론 뜻이 맞지 않아 고전하기도 했겠지만 그래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 지금의 이우생공이 되지 않았을까, 이우학교 20주년이 내년이라 하니 이우생공의 20주년은 내후년이 되겠구나, 마음으로 박수를 치게 되었습니다.


이우생공에서는 졸업 학부모(졸부)들이 여전히 활동하고 계시고 그중에는 귀촌귀농을 하신 분도 계셔서 그분들이 지은 유기농 농작물의 판로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해요. 많은 도움은 되지 못하지만 당신들이 지은 농작물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 자체로 귀촌하신 졸부들의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 좋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제철 매실을 판매하고 계세요. 이우생공은 그밖에도 학부모 모임의 장이 되기도 하고 여러 단체들에게 공간을 대여해주기도 하고요, 매달 1번 수지 장애인복지관에 반찬을 만들고, [우주소년]과 [쿠키무이]의 청년들을 지지하고, 동아리 모임에 각종 자연, 문학 강좌,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프로젝트 사업 등 일 년 내내 시끌벅적 복작복작 사람 사는 냄새가 날 것 같은 그런 공간입니다. 그런 공간에서 만난 사람들이 보다 전문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가지를 뻗어나갔다고 해요. 앞으로 소개하게 될 [사다리]와 [파지사유], [문탁] 등의 단체들이 그렇게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 이제 탐방의 맨 처음 순서로 돌아가 사회적 협동조합인 [사다리]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2. 청년과 지역사회를 잇는 사다리

[사다리]는 청년들이 진로를 개척하고 지역사회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사회 협동조합의 형태로 시작되었다고 해요. 현재는 디자인에 뜻이 있는 청년들이 디자인을 심도 있게 배울 수 있도록 디자인 스튜디오, 청년 디자인학교, 활동가 디자인학교, 사회적 경제 교육과 컨설팅을 주 사업으로 운영하고 계신다고 하네요. 실제로 저희가 방문했을 때 이우학교를 졸업한 뒤 [사다리]에서 디자인 관련 학교를 수료하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분이 계셨는데요, 이우학교 학생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이상하게 더 격하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우주소년]을 운영하는 이우학교 출신의 책방지기를 만날 때도 그랬는데, 그건 아마도 최근에 좋은 어른들의 책모임에서 읽은 「청년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영향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다리]는 그렇게 청년들이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팔을 벌려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사다리]에서도 공간 대여가 가능해서요, 많은 단체와 학부모들의 모임 장소로도 이용된다고 합니다. 이우학교에서 필요한 팸플릿 제작도 한다고 하니, 네트워크라는 말뜻을 그대로 실천하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계방향으로 사다리 입구>사다리 안쪽 공간에서 바라본 입구쪽 회의실>현재 사다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셀프 커피머신, 착한 커피가격> 사다리 전경



사회 협동조합 사다리에서 제작한 유인물들

www.sadari.kr


3. 예술이 모이는 장소 꿈지락

[꿈지락]은 아쉬움이 많은 장소예요. 어떤 활동들이 이루어질까, 어떤 분들이 이 공간을 찾아올까, 공감의 생김새는 어떨까 궁금했는데 때마침 우리가 방문한 시간에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들어가 보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입구 사진 한 장만 달랑 찍었네요.


예술 플랫폼 꿈지락 입구


[꿈지락]은 영화와 그림 춤, 연극, 합창 등 각종 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합니다. 머네 영화제를 비롯 다양한 예술 강좌와 교육, 동아리 활동, 마을 축제까지 주관한다고 하니 이우생공과 마찬가지로 일 년 내내 복작복작 바쁜 공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과 청년, 지역주민에게 좋은 배움과 활동의 장이 될 것 같아요. 기회 될 때 한번!


www.dreamjoy.co.kr


4. 백두의 기운은 모두 이곳으로!

[꿈지락]에서 협소한 2차선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동네 맛집들이 보입니다. '아, 꿈지락 활동을 하고 나와서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이 집 막국수를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세상에 꼬치구이집이 있다니!' 가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노포로 보이는 가게들이 정겹기만 합니다. 요즘 새로 세워지는 신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노포들이라 이런 노포가 여전히 남아있는 동네는 그저 정겹지요.


꿈지락에서 이우백두센터로 가는 길에 보였던 노포


[이우백두센터]는 이런 노포가 자리를 잡고 있는 파란 빵집 지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백두 종주 탐사대]는 이우 학부모라면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우 새내기 학부모인 저 역시도 아이가 입학하기도 전부터 이야기를 들었으니까요. 백두센터는 이우 학부모들이 정기적으로 모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해서 대여한 공간이라고 합니다. 공간이 넓어서 규모가 큰 모임도 수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백두대간 종주 탐사대의 활동 사진과 이야기를 담은 책자가 전시되어 있어 [이우백두센터]만의 아우라가 가득한 장소였습니다. 학부모 모임을 위해 방문했을 때는 몰랐는데 역시 뭔가 역동적이면서 파노라마적이고 자연의 벅찬 감동이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습니다(전시된 사진 때문인 것 같아요^^) 탐사를 다녀온 백두대간에 배지를 달아서 만든 지도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비록 탐사대원은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다음 산행도 의쌰의쌰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았습니다.


5. 느티나무라는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리는 도서관

오래된 느티나무는 줄기가 아주 굵습니다. 그 굵은 줄기 밑동에 오소리가 굴을 파 살고, 여우가 더위를 피해 쉬러 오고, 참새가 둥지를 틀고, 딱정벌레가 달콤한 수액을 먹기 위해 모여들지요. [느티나무 도서관]에 들어섰을 때 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읽어주었던 동화가 생각났어요. [느티나무 도서관]은 2000년에 마을 주민들의 힘으로 세운 사립도서관이라고 합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독서회와 모임들들이 있어 지역주민들에게 만남의 장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층에는 공유 주방, 공유 텃밭, 공유 작업실이 자리 잡고 있고 지하 1층에는 다양한 전시와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에요. 서고 곳곳에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구석자리와 그네, 나무의자, 동굴 같은 공간이 있어 아이들에게는 자유롭고 어른들에겐 아늑한 공간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탐방대가 방문한 날에 게시판에 붙어있던 모임 공고예요. 가까이만 산다면 하나씩 다 신청해보고 싶었습니다.



www.neutinamu.org


6. 이우와 마을의 아날로그 아카이브가 되어주는 작은 책방 우주소년

[우주소년]을 방문했을 때는 때마침 점심시간이었어요. 덥수룩한 파마머리에 마른 체형의 우주소년(책방지기 김동희 님)은 싫은 티도 내지 않고 우리 이우 학부모들을 맞아주었습니다. 점심시간이 기니 얼마든지 설명을 하고 가도 늦지 않다고 말하는 그 말투 안에서 책방을 사랑하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기운이 느껴졌지요. 차분하면서도 시원한 그 기운이 신선해서 평소에는 데스크 앞에 무뚝뚝하게 앉아있던 책방지기의 인상이 순식간에 엉뚱 생기발랄하면서 신선한 생각으로 가득 찬 우주소년의 모습과 일체화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의 김동희 책방지기는 작은 책방의 이름과 완전히 일치하는 우주소년이었습니다. 책방지기님은 우리 학부모들에게 시원한 음료를 대접해주시고요, 책방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책방에 대한 우리 학부모들의 인상이 어떤지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책방이 참 아늑해요."

"열려있는 공간 같아요."

"다목적 공간 같아요."

"책 소개 글귀가 한 문장 한 문장 깊이 공감하고 정성 들여 쓴 것 같아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우 학부모들이 돌아가며 한 마디씩 소감을 밝혔고요,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고등학교와 연계된 각종 모임도 이루어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는 진심 어린 질문도 있었습니다.

책방지기님은 학부모들의 생각과 질문에 정성껏 대답해 주셨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주소년]이 인근 작은 책방과 비교해 꽤 많이 알려진 편이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있을지라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다행이구나... 마음으로 응원하게 되었지요.


[우주소년]은 다섯 명의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책방입니다. 탐방 날 만난 책방지기님은 이우고를 졸업한 후 여차저차 [우주소년]의 운영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원래는 동네 주민이자 이우 학부모께서 이 작은 책방을 열었는데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업이 될 뻔했던 걸 청년들이 힘을 모아 의쌰의쌰 살려낸 것이라고요! [우주소년]은 책 판매는 물론 다양한 수업과 행사가 열리는 곳이라고 하구요, [핑계 부엌]에서 동네 주민들이 만든 잼, 청, 지속 가능한 자원으로 만든 갖가지 물건들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우주소년]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하얀 냉장고 안에 얌전히 앉아, 책방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달콤한 존재를 뽐내고 있지요. 우주소년에서 판매하는 각종 음료에도 쓰이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저는 [우주소년]의 인상이 아날로그 아카이브의 산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 이우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 마을 주민들 학부모들 청년들이 지식과 지혜를 모으고 그것을 책이라는 형태의 기록(밀파막, 우리 동네 작가 코너 등)으로 남기는 이곳은 분명 우리가 대형서점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요. 청년이 깊이 사유하고 마을과 사회 속에서 순환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곳에서 [함께하는 교육연구소]의 '좋은 어른들의 책읽기 모임'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자녀교육과 양육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모임인 것 같아 그 또한 좋습니다.


카카오플러스친구 @우주소년


7. 874-6번지에서는 갖가지 작당들이 일어나고 있다! 파지사유 & 일리치 약국

[파지사]유가 파지사유인 이유는 동천동 874-6번지를 한자 발음대로 표기하면 파지사유(破之思有, 破之私惟, 破之事由...)로 읽히기 때문이래요. [우주소년]에서 한 블록 건너에 있는 파지사유에서는 때마침 [문탁]과 [월든], [일리치 약국] 등 다양한 장소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죄송한 마음으로 조심조심 들어가는데 듣기만 해도 화통하고 유쾌한 목소리를 지니신 파지사유 공동 대표님께서 주저 없이 저희를 안내해주셨습니다.


시계방향으로 파지사유 공유공간> 공유공간에서 바라본 아담한 테라스> 파지사유 전경> 자누리에서 만든 천연 화장품> 작업실> 에코랩


[파지사유]는 에코와 양생 실험을 하는 장소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니 손으로 만드는 일, 자연친화적 삶의 실천을 통해서 소박하지만 절대로 허술하지 않은 심지어 예쁘기까지 한 쓰임들을 만들어내는 곳이에요. 소박하면서 예쁘고 절대 허술하지 않은 것을 만들기란, 만들어본 자들은 알겠지만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지요. 파지사유에는 일회용 포장재 대신 각자 용기를 가져와서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 예건대 주방세제, 빨랫비누, 간장, 효소를 담아가고 살 수 있는 <에코랩>을 운영하고 있어요. <에코랩>에는 손수 만든 에코백이니 행주, 수세미, 지갑, 가방, 손수건도 있구요 샴푸바, 미용비누도 판매하고 있어요. 또 <자누리>라는 모임도 있는데요, 내 화장품을 내 손으로 만든다는 모토로 생겨난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파지사유 안쪽 방에 이끌려 들어가 보니 각종 환경 친화 유기농 화장품들의 보물창고였습니다. 파지사유에서는 현재 2022년 기획세미나로 에코 프로젝트 <천 개의 텃밭>을 운영하고 있어요. 공간 대여는 물론이고 생활과 환경을 하나로 묶어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지구를 가꿔나가는 일을 실천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일리치 약국]은 파지사유 옆 조그맣게 붙어있는 약국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약국 뒤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약들은 보이지 않고요, 책과 쌍화탕 같은 일상적인 보약들과 영양제 몇 박스만 벽장을 채우고 있어요. [파지사유]에 들어갔을 때 한약 냄새가 나서 한약방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나무 질감의 인테리어에 한가운데 원목 탁자가 놓여 있는 모습이 작은 스터디 카페 같기도 합니다. 약국의 이름은 이반 일리치 신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해요. 약국 대표님이신 김정선 약사께서 이반 일리치 신부의 「병이 병을 만든다」는 책을 읽고, "스스로 치유하고 자신을 돌보는 자기 배려를 가진 '호모큐라스'로 성장하게 하는 게 약사로서의 사명"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지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일리치 약국]은 최소한의 약을 처방하고 책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인문 약국이기도 해요. 정말 독특하지요? 왠지 이곳을 찾아오면 약 처방을 받기 전에 나의 인생 전반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물먹은 솜처럼 마음이 무거운 사람들, 단지 말동무가 필요한 동네 어르신, 몸챙김 이전에 마음 챙김이 우선인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무거운 삶의 짐도 내려놓고 그리하여 내 몸의 병과 슬기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 같습니다.


시계 방향으로 일리치 약국 앞 각종 세미나와 글쓰기 클래스를 소개한 포스터> 파지사유와 일리치 약국의 공간 배치도> 일리치 약국 전면부> 일리치 약국에 놓인 원목 테이블


www.moontaknet.com



8. 다양한 지성이 소용돌이치는 공간, 문탁 네트워크

[문탁 네트워크]는 파지사유 맞은편 2층에 자리하고 있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너 다섯 개의 작은 방에서 인문학 세미나와 강좌도 열리고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거나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문탁 네트워크]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공동체로 함께 묻고(問 문) 연마한다(琢 탁)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고 해요.


시계 방향으로 입구에 붙어있는 문탁 관계자들의 예명과 소개글> 살롱 같은 느낌의 보라방>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 개인 공부방


저희가 방문했을 때도 마을 주민 두어 분이 조용히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공부를 하고 지식과 지혜를 구하는 공간이라 그런지 문탁 네트워크에서는 그때까지 돌아다닌 공간들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공기를 느낄 수 있었어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맴도는 생각, 대화, 움직임이 미세한 원자의 형태로 공간을 떠돌아다니며 공명음을 내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지요. 실제로 게시판에 최근 전장연(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 활동과 관계된 책을 읽고 필사를 한 메모들이 붙어 있기도 했습니다. 여기 이곳도 참 독특한 공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문학, 세미나 하면 보통 큰 강당에 강사와 수많은 청중들을 떠오르는데 이곳은 작은 살롱이랄까, 서당 같은 느낌도 들고, 무튼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꽤나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www.moontaknet.com


9. 새로운 세계의 목수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사상을 간직한 마을 작업장 월든

10년 전에 문탁에서 시작되었다는 마을 작업장 [월든]은 숲에서의 삶을 통해 삶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했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책 「월든」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만든 마을 목공소예요. 목공소 대표님이 때마침 자리해 계셔서 친절하게 월든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대표님은 스스로를 신목수라고 소개하며 월든이 마을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셨습니다. 목공소이니만큼 월든은 당연히 가구를 만들고 수리하는 곳이구요,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목공 수업도 이루어진다고 해요. 또 마을 극단 [동동]에서 극을 올릴 때 무대를 제작하기도 하며 다양하 마을 일에 함께 참여하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목공소이니만큼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 영리를 추구하기는 하지만 월든의 궁극적인 목적은 마을 사람들이 목공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고 해요.


시계 방향으로 마을 작업장 월든 입구> 목공소 안쪽 공간에 놓인 사무실> 작업장 1> 신목수 대표님의 모습> 마을 극단 [동동]에서 올린 작품들> 작업장 2




5월의 마지막 날에 이루어진 마을 탐방은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아이가 처음 이우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을 때 받은 책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우 생활 길라잡이」 인데요, 사실 오늘 만난 공동체, 마을 업장들이 모두 이 길라잡이 책자에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책자에 소개된 마을 공동체를 읽었을 때는 뭐가 뭔지 몰랐어요.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음,,, 그런데 뭔가 실감이 나지 않는데?' 하는 생각이었지요. 그러다가 이우학교 졸업생이 운영한다는 마을 책방이 있다기에 혼자 방문해보고 책방에서 운영하는 밴드에 가입했다가 이우학교에서 출연한 [함께 여는 교육 연구소]의 '좋은 어른들의 책 읽기 모임'에도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이우를 알아나가던 찰나, 지역연대 위원회에서 마을 탐방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어서 이우가 지향하는 철학에 대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마을 탐방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탐방을 했던 공간에 대해 이렇게 기억을 되살려 글로 정리할 거란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서도 탐방을 했던 마을 공간들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아, 이 경험을 글로 정리해 나처럼 이우를 처음 접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탐방을 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힌트를 줄 수 있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나름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마을 작업장 월든을 마지막으로 이우생공으로 향하면서 가이드이신 공도현 님이 하신 말이 있습니다.

"동천 마을 네트워크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석진 자리 곳곳에서 서로 연대하며 사부작사부작 무언가를 끊임없이 도모하고 있어요."


연대에 대한 바로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가 마을을 잇고, 나아가게 하고 이우의 철학을 흡수한 청년들을 끌어들이고 역으로 세상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 철학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가이드님의 사부작사부작이라는 표현에서 서로 연대하며 삶의 행복을 추구하는 소박한 유토피아를 본 것 같아 기분이 묘하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무엇이든 덩치가 커지면 원래 추구했던 철학이 왜곡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으니까요. 문턱이 낮은 이런 작은 마을들이 곳곳에 생겨나서 서로 사부작사부작대며 퍼져나가기를 희망해봅니다.


"벗과 함께 벗 삼아 벗과 더불어 사는 이웃 공동체"

이우공동체는 이렇게 마을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삶의 철학을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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